상생은 커녕 중소기업에 갑질 의혹
골목상권 침해·기술탈취 ‘미운털’
내수 벗어나 세계시장과 경쟁해야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었던 ‘카카오T트럭커’는 스타트업 ‘화물맨’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잠정 보류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었던 ‘카카오T트럭커’는 스타트업 ‘화물맨’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잠정 보류된 바 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카카오다. 지난해 사건사고 중 주요 이슈로 꼽히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기점이었을까, 그 시점 이전부터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던 ‘문어발식 경영’이 기점이었을까.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물론 ‘초심’까지 잊은 듯한 카카오가 연일 궁지에 몰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출시하면서 서비스 1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한 괴물 스타트업이었다. 통신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던 문자메시지를, 데이터 기반 무료 서비스로 대체했던 점이 국민들로부터 인지도를 단숨에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카카오가 만드는 모든 캐릭터와 제품은 큰 사랑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같이 국민주로 꼽히며 주가가 오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도 카카오(정확히는 메이커스나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뜻한다)와의 협업이 성사되면 ‘성공의 지름길’로 여기던 시절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렇게 ‘혁신’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카카오는 어느새 미움을 받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문어발식 경영이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미지가 굳어질 때쯤이었을 것이다. 골프와 영어교육 사업, 미용실 예약까지 등 카카오가 가진 강점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분야에도 손을 뻗친 게 화근이었다. 관련 지적은 2020년대 들어서면서 언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왔다. 이달 1일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43개에 이른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한때 중소기업이 갈망하던 ‘혁신의 아이콘’ 카카오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엮이면 불편한 상황까지 오게 됐다.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 타깃으로 설정한 이용자·구매자층은 물론, 심지어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마저도 카카오 계열사가 탈취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 계열사에게 제기된 여러 기술 탈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예컨대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었던 ‘카카오T트럭커’는 스타트업 ‘화물맨’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잠정 보류된 바 있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빠른 운임 지급’, ‘맞춤형 오더 기능’ 등 주요 기능을 도용했다며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탄원서를 냈다. 여기에, 헬스케어 계열사인 카카오헬스케어는 연내 출시를 앞둔 연속혈당측정기(CGM)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골프 사업 계열사 카카오VX는 경쟁사이기도 한 중소 골프 IT 솔루션 기업 ‘스마트스코어’ 관련 기술탈취 의혹을 법원 결정으로 걷어내긴 했다. 다만 스마트스코어는 형사 및 민사 소송을 통해 법적인 책임과 혐의를 끝까지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입점 중소상공인을 상대로 갑질 의혹이 제기된 계열사도 있다. 최근 한국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패션 커머스 자회사인 카카오스타일은 입점 판매자들의 경쟁사 행사 참여를 막았다는 정황도 나온다. 카카오스타일이 앞서 최저가로 내걸었던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자사 행사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고 알려지는 동안 카카오를 향한 소비자 신뢰도 자체도 회복이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과거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의 무적방패이자 중소기업들이 성공사례로 삼았던 카카오는 상생은커녕 기업 윤리를 잊은 모양새다. 경쟁사이자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네이버는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부각하며 꾸준히 글로벌을 향한 신사업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면초가인 카카오지만, 신뢰를 되찾을 방법은 아직도 많다. 우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어발식 경영이 문제로 지적받을 때마다 비슷한 취지의 입장이 반복돼왔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카카오는 이제,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다. 100명의 유능한 최고경영자 육성보다 불필요한 계열사 정리가 먼저다. 민심 자체를 잃었다면, 사업자 간 신뢰 구축 노력이 오히려 더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즉, 중소상공인과 내수 시장을 놓고 다툴 때가 아니란 것이다. 전문가들도 플랫폼 사업을 한층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보다 집중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만이 위기에 빠진 카카오를 한 걸음이라도 빠르게 구출시켜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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