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파독 60년 ‘한강의 기적’ 마중물
사라지던 연탄, 고유가 지속에 귀환
소외층엔 ‘따뜻한 겨울’ 위한 생필품

1980년대까지는 대한민국 가정의 79%가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발달하면서 연탄은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고유가 영향으로 연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옛 시절 우리를 따뜻하게 해줬던 연탄이 돌아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연탄공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여러 광산에서 들어온 석탄을 배합한 후, 공급을 해주는 것이 연탄 제조의 시작이다. 그 이후 이동밸트를 타고 분쇄기로 큰 입자의 석탄을 분쇄하는데 이때 물을 공급해 골고루 섞어 줘야 한다. 그리고 혼합기를 거쳐 윤전기로 이송한 뒤 연탄을 찍어 낸다. 연탄이 만들어진 후엔 상차를 하는데, 한 차량에 약 1000장의 연탄을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실어야 한다.

정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추억을 되새겨주는 연탄. 하지만 지금도 연탄으로 겨울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연탄들은 어디론가 가서 온기가 되고 뜨거운 시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올해는 광부 파독 60주년이다. 1963년 광부 제1진은 강원도 태백지역 광산촌에서 짧은 실습을 마치고 독일 탄광으로 돈 벌려고 갔다. 그때 독일에서 한 달 봉급 600마르크면 한국에서 쌀 10가마를 살 수 있었다. 국민소득 80~90달러의 세계 최빈국이 이 돈을 종잣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연탄의 역사는 해방 후 소규모 연탄업자들이 난립하면서 다양한 연탄이 유통되다 6.25 전쟁 직후 비로소 19공탄이 생산됐고 1965년 서울 삼천리연탄공장에서 처음으로 22공단을 생산해 판매하면서 전국 가정용 연탄의 주종을 이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도시에 기름보일러 보급, 도시가스 보급으로 연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대부분 탄광은 점진적으로 폐쇄되고 생활 수준 향상과 도시가스 보급으로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연탄은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는 절대적인 생필품이다. 고유가 시대에 난방비도 아끼고 추억도 누리게 해주는 연탄.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든든히 아랫목을 책임지고 있는 연탄은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온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중략)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죽어도 여기서 찬란히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중략) 안도현의 시구절들이다.

요즘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추워졌다. 그래서인지 연탄에 얽힌 서민의 애환이 연탄의 불길처럼 자꾸 피어오른다. 가난하던 시절 하루 벌어 하루 살던 서민들을 위한 연탄 한 장의 고마움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이기호
대구경북연료공업사업협동조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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