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 2인 라이엇게임즈 공동창업
LOL 출시하자마자 10만 동시접속
라이벌 없었던 블리자드 아성 흔들
텐센트에 인수된 뒤 간판게임 등극
‘롤드컵’개최하며 레전드게임 진화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T1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T1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3대0. 지난 11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쉽에서 한국의 프로게임팀 T1은 중국의 프로게임팀 웨이보를 완파했다. 1세트 초반은 기선 제압을 위한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웨이보의 간판 플레이어 웨이웨이가 페이커를 집중 공략했다. 치열했던 공방전은 T1이 용 싸움에 승기를 잡으면서 판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30분 만에 T1은 웨이보의 넥서스를 파괴해버렸다. 1세트부터 압도적인 대승이었다.

2세트부턴 T1의 일방적인 리드가 이어졌다. 1세트 탐색전에서 전력의 격차를 확인한 이상 T1으로서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T1의 또 다른 간판 플레이어 제우스가 선두에 섰다. 2세트 28분 만에 사실상 T1은 승리를 굳혔다.

마지막 3세트는 중국 웨이보의 반격으로 시작됐다. 배수의 진이었다. 정작 25분 정도 경기가 이어진 시점에서 T1은 페이커와 제우스까지 모든 선수들이 웨이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웨이보는 T1 앞에서 제대로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 활성사용자수 1억명 돌파

페이커의 메이킹, 오너의 이니시에이팅, 구마유시와 케리아의 바텀 조합 그리고 제우스의 공격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이런 개인 기량에다 한국에서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쉽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집중력, 그리고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T1은 현존 리그 오브 레전드 최강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경기 MVP는 제우스한테 돌아갔다. 모든 교전 때부터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페이커의 인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틀어 최고였다. T1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케리아 류민석, 구마유시 이민형, 제우스 최우제로 이어지는 T1의 선수 구성은 왕조 시대를 열 만큼 막강했다. 선수들의 유튜브 구독자수를 모두 합하면 200만명이 넘는다. 이 중 페이커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72만명에 이른다. 페이커가 전 세계적인 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페이커는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그렇지만 11월 19일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쉽이 진짜 승부처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쉽은 롤드컵이라고 불린다. 크고 작은 이스포츠 대회가 있지만 롤드컵이야말로 매년 연말 한 해 동안의 게임 최강자를 가리는 왕중왕 전이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서울에서 열리는데다 T1이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1만8000명이 모인 고척 스카이돔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고척 스카이돔 1만8000 객석은 예매 10분 만에 매진됐다. 광화문 광장에서도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5년 만에 열리는 서울 대회에서 T1의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월 활성사용자수가 1억명이 넘는 글로벌 최고의 인기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277주 연속 PC방 주간 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PC방은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을 즐기는데 최적화된 공간이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의 공동창업자 마크 메릴과 브랜든 벡도 대학 시절 LA 한인타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게임 덕후였다.

마크 메릴과 브랜든 벡은 USC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둘 다 게임 마니아여서 각종 게임을 즐겼다.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한 친구를 도운 적도 있었다.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는 게임과는 관련 없는 직장을 잡았다. 마크 메릴은 베인앤컴퍼니에 취업해서 컨설턴트가 됐다. 마크 매릴은 US뱅크에 취업해서 애널리스트가 됐다. 둘 다 직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아이템은 두 사람 모두 죽고 못 사는 게임이었다. 2006년 9월 라이엇게임즈를 창업했다.

스티브 픽 영입, AOS장르 태동

두 사람이 만들고 싶은 게임은 그때까지 나온 모든 게임의 재미를 결합한 완성체 게임이었다. 롤플레잉게임과 실시간 전략 게임을 통합하려고 했다. 그 가능성을 발견한 건 도타를 플레이하면서였다. 당시 게임 대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연달아 성공시킨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한텐 적수가 없어보였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이른바 유즈맵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맵을 설정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맵 중 하나가 도타였다. 마크 메릴과 브랜든 벡은 도타를 플레이하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15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도타에 기반한 자체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마크 메릴도 브랜든 벡도 게임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게임에 미친 컨설턴트와 애널리스트일 뿐이었다. 처음엔 도타 코드를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했다. 당연히 저작권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1년 동안 만든 걸 모조리 폐기해야만 했다.

그러다 도타 출신의 게임 개발자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인 스티브 픽이었다. 원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원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 : 크래쉬 오브 페이츠였다. AOS 장르의 효시였다. AOS란 RPG와 RTS를 결합한 새로운 게임 장르다.

팀 플레이 도입, 선풍적 인기

롤플레잉게임의 몰입성과 실시간 전략 게임의 두뇌 싸움을 결합했다. 아직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중국 게임사 텐센트였다. 텐센트는 2008년 11월 25일 800만달러를 투자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창업한지 2년 만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1년 출시되지마자 동시접속 10만명을 넘어섰다. AOS라는 장르의 특성에다 5명이 팀을 이뤄서 팀플레이를 하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잠재력을 느끼고 대응책을 고민했을 정도였다. 거의 모든 인기 게임의 재미를 짬뽕한 독보적인 게임성 때문이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NC소프트가 개발한 게임이었다. 이때까지는 한국 게임의 중국 유통사였지만 2011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 게임의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프리투플레이 과금 제도를 도입했다. 게임 내 스토어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게 만든 것이다. 대신 게임 밸런스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기류 아이템은 팔지 않았다. 대신 스킨 같은 치장류 아이템을 팔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해칠 수 있는 무기류까지 파는 일부 게임에 지친 게이머들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티파니가 롤드컵 트로피 제작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분 93%를 2011년 2월에 인수했다. 2015년 11월에는 나머지 7%까지 완전 인수해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텐센트의 간판 게임으로 등극했다. 텐센트는 중국의 카카오톡인 QQ메신저로 성장한 게임 회사다. 게임 회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게임 유통에 집중했다.

간판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의 게임이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NC소프트가 개발한 게임이었다. 이때까지는 한국 게임의 중국 유통사였지만 2011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 게임의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출시 전부터 라이엇게임즈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베팅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텐센트와 라이엇게임즈는 일찍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진 관전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2011년부터 월드 챔피언쉽 대회를 시작했다. 5명이 팀을 이뤄서 상대팀과 대전을 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경기 시간은 모두 관전 스포츠에 필요한 특징이었다. 결과가 빨리 나오고, 광고를 삽입할 수 있고, 직접 게임을 해본 덕분에 관전자도 경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특징들이었다. 축구나 야구 같은 프로 스포츠가 갖고 있는 요소들이다.

2023년까지 매년 연말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이 열리면서 결국 롤드컵이라는 불릴 정도의 권위를 얻게 됐다. 롤드컵의 우승 트로피는 명품 액세서리 회사인 티파니가 만들었다. 상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해서 천문학적인 규모까지 증가했다. 롤드컵 우승팀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게임 스킨을 갖게 됐다.

트로피와 상금보다도 게이머들이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기는 부분이었다. 야구의 영구 결번 같은 칭호 효과였다. 이번 2023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T1도 이름이 새겨진 스킨을 갖게 됐다.

주기적 업데이트가 인기 비결

2024년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장수 인기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건 사용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적절한 게임 업데이트가 비결이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맵 지형과 몬스터의 특성을 업데이트하게 된다.

특히 레드와 블루팀의 진영 간 불균형 문제도 해결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형 지물의 문제였다고 판단하고 바위 형태부터 공격 경로까지 여러 요소를 동일화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AOS게임의 특성상 한번 빠지면 오래 즐기게 되는 특성이 있다. 롤플레잉으로 몰입되고 전략게임으로 대결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롤드컵을 통해 집단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레전드 게임으로 진화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게임들이 명멸했고 모두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신화를 꿈꿨지만, 레전더리가 된 건 라이엇게임즈 뿐이었다.

라이엇게임즈의 두 창업자는 텐센트한테 지분을 넘긴 뒤로는 다시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게임에 미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게임의 재미야말로 라이엇게임즈를 창업할 때부터 마크 메릴과 브랜든 벡이 지켜온 본질이다. 그렇게 전설이 됐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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