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 반대 수츠케버, 긴급회의 개최
공동창업 알트만·브록만에 해고 통보

명분없는 쿠테타 실패, 사태 일단락
최대투자자 MS도 알트만 지지 선언

물러난 수츠케버, 균형추 기운 오픈AI
휴메인 창업 등 천문학적 투자에 박차

11월 16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샘 알트만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CEO는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과학자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내일 11월 17일 정오에 온라인 회의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알트만은 회의 안건에 대해서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일상적인 온라인 회의인 줄 알았다. 알트만은 하루 전까지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의 CEO 서밋에 참석했었다. 지난해 2022년 10월 챗GPT를 공개한 이후 샘 알트만은 인공지능 산업의 상징적 존재이면서 최고의 록스타가 돼 있었다.

다음날인 11월 17일 금요일 오후 12시 19분 샘 알트만은 일리야 수츠케버로부터 즉시 회의 접속을 요청하는 문자를 받았다. 12시 23분 일리야 수츠케버는 샘 알트만에게 구글 미츠 접속 링크를 전달했다. 5분 뒤인 오후 12시 28분 알트만이 구글 미츠 온라인 회의에 접속했다. 그 자리에는 샘 알트만을 포함해서 오픈AI의 이사회 6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거두절미하고 샘 알트만에게 CEO직에서 해임됐고 오픈AI에서도 해고됐다고 통보했다. 동시에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그렉 브록만에겐 이사회 의장에서 해임됐고 이사회 임원에서도 배제됐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6명의 이사회 중 일리야 수츠케버를 비롯한 4명의 이사회 임원들이 2명의 공동창업자를 축출한 것이었다. 수츠케버는 이와 같은 사실을 즉시 오픈AI 블로그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블로그 서명서에는 샘 알트만을 대신할 임시 CEO로는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가 선임됐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미라 무라티 CTO는 발표 하루 전인 11월 16일 저녁에 수츠케버로부터 알트만의 해임 사실을 미리 전해 들은 극소수 중 1명이었다.

알트만에 힘실은 주요 투자자들

샘 알트만 오픈AI 공동창업자· CEO
샘 알트만 오픈AI 공동창업자· CEO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샘 알트만의 해임 이유가 불분명했다. “알트만이 이사회와의 소통에 있어서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았고 그것이 이사회가 책무를 다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는게 전부였다.

“쿠데타로 불러도 된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과학자는 11월 17일 금요일 알트만 해임이 발표된 직후 가진 오픈AI 전직원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픈AI 전직원 회의는 수츠케버와 이사회가 샘 알트만 해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당연히 직원들의 직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직원이 “샘 알트만의 해임이 쿠데타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수츠케버는 사실상 쿠데타라는 걸 시인했다.

결정적 실수였다. 수츠케버와 이사회가 뚜렷한 명분도 없이 오픈AI의 간판 스타 CEO를 축출했다는 걸 인정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쿠데타가 벌어지고 3시간 32분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4시에 그렉 브록만 오픈AI 공동창업자까지 사임해버렸다. 사실상 알트만 지지를 선언한 것이었다.

오픈AI는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이 브록만의 아파트에서 시작한 회사였다. 그렉 브록만이 알트만 편에 서면서 오픈AI 내외부의 여론은 알트만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브록만은 11월 17일 오후 8시 42분 X를 통해서 “샘과 나는 이사회가 오늘 한 일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1월 18일 오후 2시 5분 마침내 샘 알트만이 직접 입을 열었다. X를 통해서 그렉 브록만의 글을 공유하면서 “아직 살아있는데 내 자신의 추도사를 읽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11월 18일 저녁 알트만의 집에선 대책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엔 쿠데타 이사회가 임시 CEO로 지목했던 미라 무라티 CTO까지 참석했다. 사실상 미라 무라티도 쿠데타에 반대하고 알트만을 지지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쿠데타는 실패한 셈이었다.

11월 19일 일요일까지만 해도 샘 알트만이 오픈AI CEO로 복귀하는 것으로도 쿠데타는 진압될 수 있었다. 그것이 쓰라이브캐피털과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처럼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주요 투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쓰라이브캐피털은 샘 알트만의 복귀와 수츠케버를 포함한 현 이사회의 교체를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오픈AI의 가치가 훼손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돈 안들이고 오픈AI 인수한 MS

그런데 여기에서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변수로 등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했다. MS는 쓰라이브캐피털이나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와는 입장이 좀 달랐다. 100억달러 투자는 대부분 현물 투자였다. 챗GPT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제공해주는 방식이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가 그동안 개발해온 생성AI와 관련한 핵심 기술을 자사의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영구적인 권리를 획득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했던 챗GPT와 연동된 검색 엔진 빙이나 MS오피스 서비스들은 모두가 그렇게 기술IP를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샘 알트만과 오픈AI의 핵심 인재들만 데려올 수 있다면 사실상 MS의 오픈AI를 새로 만들 수 있었다. 오픈AI의 가치가 떨어져도 상관없는 입장이었다는 말이다. 샘 알트만만 확보하면 됐다.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이 동료들과 함께 MS에 합류해서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게 됐다는 소식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 11월 21일 화요일 사티아 나델리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X를 통해서 이렇게 밝혔다. 샘 알트만의 공식 지위는 MS 첨단 AI팀의 CEO였다. 표면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샘 알트만의 회사를 인수하는 그림에 가까웠다. 정확하게는 쿠데타로 분열된 오픈AI의 노른자위를 샘 알트만을 앞세워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흡수합병하는 그림이었다. 사실상 0원의 인수자금으로 기업가치 122조원의 오픈AI를 통합해버린 것이다.

사실 쿠데타의 진짜 발단은 11월 6일 오픈AI의 첫 번째 개발자 회의였다. 샘 알트만은 GPT를 각자 목적에 따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GPTs 기술을 선보였다. 노코딩GPT와 맞춤형GPT까지 등장한 것이었다. GPTs는 GPT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선 탁월했지만 생성AI가 완전히 통제와 규제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선 위험했다. 이 지점에서 샘 알트만과 일리야 수츠케버가 충돌했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 안에 슈퍼 얼라인먼트팀을 만들어서 인공지능 개발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개발 속도를 조절하려고 했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도 “차세대 GPT와 달리의 업그레이드보다도 인공지능의 잘못된 발전을 막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었다.

인공지능 상업화 vs 속도조절

반면 샘 알트만은 인공지능 규제에 동의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상업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와 함께 AI를 탑재한 새로운 하드웨어 디바이스 개발을 추진했다. 엔비디아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도 추진했다. AI가 달린 핀 모양의 디바이스를 만드는 휴메인 창업에 관여했다. 직접 2억달러 이상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오픈AI 바깥에서 오픈AI 이사회의 통제에서 벗어난 상태로 진행한 일이었다.

11월 6일 오픈AI 개발자 회의를 앞두고 슈퍼 얼라인먼트팀을 앞세운 수츠케버와 샘 알트만은 정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픈AI 이사회는 샘 알트만 CEO와 그렉 브록만 의장의 권한을 축소했다. 11월 17일의 쿠데타는 인공지능 개발의 상업화와 속도에 대한 오픈AI 내부의 노선 갈등이 폭발한 결과였다. 특히 인공지능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일반인공지능에 다가갈수록 내부 노선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AGI라고 불리는 일반인공지능은 사실상 인간 지능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내년은 급진적 AI 상업화 원년

지난 2023년 5월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 역시 구글의 AGI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사표를 냈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직속 제자다. 오픈AI의 모든 기술적 성취는 일리야 수츠케버가 구글에서 오픈AI로 이직하면서 현실화됐다. 당시 일리야 수츠케버가 구글에서 오픈AI로 이직한 이유도 빅테크가 주도하는 상업적인 AI 개발을 견제하고 인류를 위한 AGI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일리야 수츠케버를 구글에서 오픈AI로 스카우트한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였다. 정작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샘 알트만이 주도하는 오픈AI의 개발 방향에 반대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머스크는 기술지상주의자지만 유독 인공지능 개발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이다. 샘 알트만보단 제프리 힌튼이나 일리야 수츠케버 진영에 더 가까운 것이다. 머스크가 떠나자마자 샘 알트만은 MS의 투자를 받았다. 빅테크와의 연맹을 선택한 것이다. 오픈AI는 구글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창업됐다. 정작 또 다른 빅테크인 MS와 손을 잡았다.

11월 22일 샘 알트만이 오픈AI CEO로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쿠데타 사태는 겨우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11월 17일 오픈AI 쿠데타는 2015년 창업된 이후 8년 동안 생성AI 개발의 최전선에 있었던 오픈AI가 사실상 내분 상태라는 걸 밖으로 드러냈다.

샘 알트만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화 진영과 수츠케버 등을 중심으로 하는 반상업화 진영의 대결이다. 오픈AI는 이런 사태를 우려해서 회사 구조를 비영리재단과 영리기업의 2중 구조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번 쿠데타 사태로 지분이 없는 이사들로 구성된 비영리재단 이사회가 영리기업의 CEO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 오픈AI 공동창업자가 복귀하면서 사실상 이제까지의 비상업적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오픈AI의 새로운 이사회 임원으로 참여했지만 오픈AI의 균형추는 이미 기울어진 상태다. 쿠데타의 주동자였던 수츠케버는 오픈AI 최고과학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샘 알트만과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이다.

비영리법인 이사회의 통제에서 벗어난 샘 알트만은 평소 생각했던 상업적 일반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MS행을 결행하면서 이미 빅테크와의 결합이라는 제3의 선택지까지 흔들어버린 상태다. 바야흐로 2024년은 급진적인 AI 상업화 원년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오픈된 AI가 온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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