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윤 위한 직원인권 희생 금물
근로자 친화경영이 기업성장 발판
이직률 낮고 조직몰입에도 긍정적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 잘 알려진 김승호 회장은 사업을 하는 목적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소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필자는 이 말이 ESG 경영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가 도시락 전문 외식 기업 ‘스노우폭스’를 경영하면서 단행했던 여러 활동 중에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이라는 고객관리 활동이 있다. 직원에게 무례한 고객은 정중하게 거절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고객은 왕이다’라는 명제 아래 직원들에게 무한인내와 친절, 감정노동 같은 것들이 당연시되고 있었기에 이러한 선언은 다소 파격적으로 들렸다.

이러한 행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직원들의 인권과 자존감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인간 중심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영자가 가진 가치관과 신념이 회사의 고객응대 매뉴얼로 반영된 결과다. 근로자들이 누려야 할 ‘무례한 고객을 받지 않을 권리’를 회사의 경영시스템이 지켜준 사례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경영자는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근로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안전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협력 회사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ESG 경영에서 강조하는 사회(Social) 영역의 핵심이다.

중소기업도 피해갈 수 없는 공급망 실사 내용을 살펴보면 ‘인권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영향평가를 포함한 실사를 뜻하는 것인데 이는 ‘기업과 인권’에서 출발한다. 기업은 세계 도처에서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침해하고 있지만 책임지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국내 염전 노예 사건, 모 식품기업의 제빵 공장 사망사건,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이슈는 언제든지 우리 기업에게도 닥쳐올 수 있는 도전 과제이며 기업과 경영자가 관리해야 할 리스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기업에서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부정적인 리스크만 있어서는 아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근로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직원들의 복지와 지역사회에 투자하고 노동권을 존중하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려하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때 조직의 구성원들은 만족스러운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를 갖게 되고 이는 곧 이직률, 업무효율, 우수 인재 유치, 조직몰입 등의 경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종업원들의 행복과 건강에 관련된 종업원 친화경영 관련 제도를 갖춘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보다 이직 의도가 낮고 조직몰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

이러한 인식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에는 조직의 구성원을 하나의 자원(Resource)으로 보지 않고 사업의 근간이 되는 자본(Capital)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EU의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에서는 기업들의 인적자본에 대한 정보공시를 의무화했는데 이는 시설이나 인프라, 원자재 등 물리적 자본 못지않게 무형자산인 ‘인적자본(Human Capital)’도 기업의 경영 성과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적자본 공시 내용은 기업의 직원 수, 인적자본의 개발, 인재채용, 안전, 참여, 유지와 관련된 운영 및 관리 조치나 목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추구 등에 대한 내용으로 상장기업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물론 정보공시는 국내 중소기업에게 대부분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며 의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공급망 실사나 인적자본 공시 의무화 같은 흐름은 기업에서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이 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규제와 법적 요구사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로서의 ‘사람’은 의사결정자로, 종업원으로, 협력업체 종사자로, 때로는 소비자로 존재한다.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존엄성을 지닌 한 사람이다. 기업과 경영자는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ESG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 안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하나의 기업문화에 불과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일부가 돼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양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ESG지속가능센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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