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글로벌화 대상은 산업 아닌 기업
기업정책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단순한 수출지원으론 실패 반복
기술 파는 게 최고수준 글로벌화

창업부터 인력⋅자본⋅기술 갖추고
경영활동 전체 글로벌화할 필요

중기부 단독으론 글로벌화 요원
정부부처 역할분담이 모범답안

글로벌화는 자본, 노동, 토지 등 기업의 생산요소를 외국과 연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글로벌화의 수단은 수입, 수출, 해외투자, 기술무역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뉘며 수출이 글로벌화의 전부는 아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해서 창업시부터 인력·자본·기술을 갖추고 경영활동 전체를 글로벌화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글로벌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글로벌화는 자본, 노동, 토지 등 기업의 생산요소를 외국과 연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글로벌화의 수단은 수입, 수출, 해외투자, 기술무역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뉘며 수출이 글로벌화의 전부는 아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위해서 창업시부터 인력·자본·기술을 갖추고 경영활동 전체를 글로벌화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글로벌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지난달 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후보자가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에 담긴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국경제는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생산요소 – 자본, 노동, 토지를 집중하는 산업정책을 사용했다. 글로벌화는 산업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글로벌화는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요소를 집중하는 기업정책이다. 이제 산업정책에서 기업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바뀜을 의미한다.

글로벌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월드클래스 300, 히든챔피언, 유니콘 등 이름만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히든챔피언의 저자(헤르만 지몬)를 초청해 강연을 들어도, 부처마다 각종 사업을 쏟아내도 히든챔피언은 생기지 않았다. 유니콘도 어디까지나 국내시장의 유니콘이지 글로벌 유니콘은 찾기 어렵다.

도대체 왜 우리는 정책 실패를 반복할까? 실패는 수출을 글로벌화의 전부로 착각한 데서 비롯했다. 그러나 수출 지원을 늘려도 효과는 미미하다. 중소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를 넘지 못한다. 지원이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생산과 판로는 산업정책에 기초한 수직계열화 즉, 납품 중심이다. 제조 중소기업의 매출을 보면, 내수가 91.4%, 수출이 8.6%이고, 내수의 88.2%가 타기업 납품이다. 일반 소비자 판매는 4.6%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럴진대 수출 지원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에 집중하고 있다.

中企 생산·판로, 타기업 납품 중심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글로벌화는 산업정책에서 기업정책으로 전환하는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글로벌화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기업정책은 논의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글로벌화를 명확히 정의하고,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을 보태고, 장기 계획을 갖고 정책의 기조와 지원체계도 바꿔야 한다.

먼저, 글로벌화는 기업의 생산요소 – 자본, 노동, 토지(공장), 기술을 무엇이든 외국과 연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연계는 우리의 그것이 밖으로 나가는 외향형(Out-bound)과 외국의 그것이 국내로 들어오는 내향형(In-bound)을 모두 포함한다. 수출은 우리가 만든 상품(재화)이 밖으로 나가는 외향형 글로벌화일 뿐이다. 글로벌화는 해외투자를 통해 베트남에 자회사(공장)를 세우고, 현지 기업의 투자를 받아 자회사의 자본을 충당하고, 한국인 기술자가 베트남 자회사에서 일하고, 베트남 청년이 한국의 모회사(본사)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화의 대상은 생산요소이며, 기업의 글로벌화는 이 과정에서 파생하는 효과다. 예를 들어, 정책은 베트남 현지에서 공장 허가에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하고, 현지에서 자본을 조달할 때 보증을 서주고, 베트남 인력의 한국 비자 취득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중소기업은 글로벌화를 달성한다.

글로벌화의 수단은 크게 네가지 – 수입, 수출, 해외투자, 기술무역으로 나뉜다. 수입, 수출, 해외투자 순으로 지원이 점점 많아지며, 글로벌화 효과(정책 성과)도 더 크다. 가령, 수입은 지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값싼 중간재를 수입하면, 기업의 비용 감소는 발생하나 정책 성과는 없다.

수출은 글로벌화의 가장 일반적인 수단으로 수출액으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해외투자는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고용 감소의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며, 많은 논문이 해외투자가 수출보다 고용과 매출 증가 효과가 큼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기술무역은 기술을 거래하는 것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만 하는 가장 고급스러운 글로벌화의 ‘끝판왕’이다.

글로벌화의 대상과 수단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기업은 4단계의 글로벌화를 경험한다. 1단계는 글로벌화 수단을 통해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는 단계이다. 유럽 중소기업은 수입을 통해 1단계 글로벌화를 경험한다. 2단계에서 생산요소의 국가 간 이동이 발생한다. 가령, 해외투자를 하거나 현지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다. 2단계를 거치면 기업은 국적을 특정하기 어려운 다국적기업으로 변신하는 3단계를 경험한다. 이쯤 되면,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범위를 넘어선 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글로벌기업으로 특정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기술을 파는 최고 수준의 글로벌화에 도달한다.

처음부터, 무엇이든, 뼛속까지 글로벌화해야

글로벌화는 처음부터, 무엇이든, 뼛속까지라는 3대 원칙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먼저, 글로벌화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로벌화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리고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다들 일정 수준으로 기업을 성장시킨 후 글로벌화를 진행한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토양 자체가 달라서, 성장한 기업도 글로벌화를 위해 별도의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에서 천하무적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무엇이든’ 글로벌화해야 한다. 우리는 수출에 익숙한 탓에 상품만 글로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서커스도 글로벌화할 수 있다. 20년전 캐나다 길거리 저글러(공을 세 개 이상 들고 공중으로 던져 가며 다양한 묘기를 보여주는 사람)가 창단한 태양의 서커스는 매출 10억 달러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얼마 전 끝난 한국 공연에서 VIP 좌석 가격은 28만원이 넘는다. 반면, 98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동춘서커스는 대부도에서 2만원가량의 입장료를 받는다.

‘뼛속까지’ 글로벌화해야 한다.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기업가정신부터 생산 및 경영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글로벌화해야 한다. 기술 개발도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와 인식도 바꿔야 한다. 정책은 9만여개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수출중소기업 수를 늘리기보다 771만개 전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화 지원은 재정 지원보다는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가령, 2022년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16만명이다. 이들과 한국 대학생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면 창업의 글로벌화는 물론 중소기업이 필요한 글로벌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중소벤처기업부만 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관련 법령조차 없고, 보호와 육성에 적합한 조직 체계는 생산요소를 다루는 부처와 역할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해외투자를 보증하려면 기획재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글로벌화 인력으로 활용하려면 교육부와 법무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

글로벌화를 추진하려면 ‘중소기업 글로벌화 특별법’을 제정해 정책의 목표와 부처별 역할을 구분하는 게 우선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스텝(staff) 조직으로서 정책의 코디네이터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개방형 소국 경제(Small Open Economy) 체제로서 산업정책과 수출에 힘입어 선진국에 진입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감소로 GDP(국내총생산)로 측정하는 세계경제 순위는 하락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쉽지 않은 산업정책과 수출로 순위를 끌어 올리기 쉽지 않다. 글로벌기업이 지속 탄생하는 기업정책 – 중소기업 글로벌화로 돌파구를 찾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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