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순(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겸임교수)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됐다. 청룡은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백호·주작·현무 등 사신(四神) 중 하나로 동쪽을 담당한다. 봄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특별하겠지만 필자에겐 이번 새해가 더 특별하다. 나이가 육십세에 이르는 환갑의 해이기 때문이다. 환갑은 어떤 의미일까.

한 갑자나 살았으니 살아온 것에 대한 의미가 큰 것인가 아니면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갑자 인생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큰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백세시대의 환갑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아닐까.

젊은 시절 새해가 되면 으레 하던 일이 있었다. 그해 지켜야 할 다짐이나 성취해야 할 것들을 수첩에 적는 일 그리고 춥고 신산스럽더라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는 일이다.

그러나 새해에 대한 감흥이 무뎌지며 이런 일상이 있는 듯 없는 듯  한 해를 시작한 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 환갑의 해인만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새해 계획 세우기를 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소소한 일들을 정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고 매일의 성실함이 모이면 팔자가 바뀐다지 않는가.

이른바 환갑 해의 계획을 세우고 일신우일신의 마음으로 실천하다보면 새로운 인생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운 한해 새롭게 목표 설정

하루하루 최선다해 실천하면

누구나 멋진 인생 활짝 펼쳐질 것

먼저 일상으로부터의 글쓰기이다. 여의도 단상을 써 온 것이 벌써 두 해를 넘겼다. 원고 마감일이 이잣날처럼 빨리도 온다. 글감을 찾는 것도, 적절한 어휘와 표현을 떠올리는 것도 힘들다.

글을 다 써 놓고 퇴고를 거듭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써야 할지 갈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산만하게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묘미가 좋다.

끊임없이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중심을 잡아가면 글도 자연스럽고 솔직해질 것으로 믿는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고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경험을 사회에 나누는 일이다. 육십 년 인생 중 삼십 년 이상을 조달분야 공직에서 일해 왔다. 국가가 개인에게 준 경험을 강의와 자문 활동을 통해 정성을 다해 나눌 계획이다.

귀한 시간을 쪼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고, 요식 행위나 사변적인 것들은 과감히 생략하는 강의 스킬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전문가로서 회의자료는 미리미리 꼼꼼하게 읽고 맥락을 파악해 하나라도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줘 자문역할에 책임을 다해야겠다.

세 번째는 고전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일이다. 시작은 논어를 제대로 읽고 그 뜻을 새기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의 논어는 근 15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직역뿐만 아니라 자해와 의해, 요지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동안 접한 논어 중 가장 객관적이면서 완성도가 높다.

한자가 짧은지라 그동안 그 뜻만 한글로 익히고 한자의 제대로 된 의미는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올해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부터 시작해서 맨 마지막의 부지명 무이위군자야(不知命 無以爲君子也)까지 모두 외우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계획이 있다. 환갑이 되니 어느새 팔십 후반에 접어든 엄마가 더 정겹다. 아직까지는 정신도 맑고 정정한 편이지만 점점 허리가 불편해지며 걷는 것이 영 전 같지 않다.

엄마는 손자 손녀 키우면서 삼십 년 넘게 집안 살림까지 맡아서 하느라 최근까지도 현역이었다. 척추 압박골절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길 하나 건너 병원에도 자동차로 모시고 다녀야 한다. 내가 환갑이 돼서야 시간 여유가 생겼다.

지금이라도 보살필 수 있는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라 감사하다. 남은 여생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도록 후회 없이 섬기고 조석으로 잘 챙겨드리는 일이 가장 소중한 계획이다.  

갑진년 희망찬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 아침, 세상의 어떤이가 어떤 계획을 세웠든지 다들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정진해 후회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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