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솟음 치는 새해 희망, 용틀임하는 값진 한해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청룡은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네 신 중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동방의 나라에 찾아온 동방 수호신의 해는 어쩐지 더 특별하다. 한해 희망하는 것들 모두가 이뤄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지 못했어도 걱정 없다. 청룡의 기운이 흘러넘치는 여행지가 있으니 말이다. 용(龍)기 백배, 새해 다짐 힘차게 품기에 제격인 5곳의 여행지로 떠나보자.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동해와 해룡의 장대한 기운 담다

예천 회룡포강원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예천 회룡포강원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

 

삼척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는 해룡(海龍)과 관련한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곳들이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남화산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약 50m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도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게 펼쳐진 공원과 함께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납치했다가 다시 모시고 나타나는 설화 속 장면을 재현한 조각상이다. 거대한 용과 수로부인, 웅장한 바다까지 한눈에 담으며 상서로운 기운을 느껴볼 수 있다.

여기에 바다 전망이 일품인 카페, 맑은 날엔 맨눈으로도 울릉도가 보이는 울릉도전망대, 해학적인 모습의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 등 새해에 더 흥미로운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위치한 해가사의터엔 설화를 토대로 복원한 임해정과 더불어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담은 조형물 ‘드래곤볼’이 있다. ‘드래곤볼’을 돌리며 소원도 빌 수 있어 새해맞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이밖에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 2021년 일반에 개방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는 장쾌한 바다 기운을 맞으며 걷기 좋다.

홍성 용봉산, 승천하는 용과 봉황에게서 얻는 영험한 새해 희망   

홍성 용봉산
홍성 용봉산

 

충남 홍성에는 ‘제2의 금강산’으로도 불리는 용봉산(381m)이 있다. 산 능선이 꿈틀거리며 승천하기 직전의 용과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용과 봉황을 모두 닮았다니 새해가 시작하는 1월, 전설에 등장하는 용의 기운을 가득 받을 명소로 용봉산만 한 곳도 없겠다.

산이 높지 않아 등산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용봉사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 등을 두루 감상하고 내려오기까지 2시간~2시간 30분이 걸린다.

용봉산 기슭에 자리한 용봉사는 영산회괘불탱(보물)이 유명한 절이다. 대웅전 계단 아래에 서면 지붕 너머로 멀찍이 병풍바위가 보이는데, 단연 용봉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장면이다. 지장전 뒤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약 4m 높이로 조각한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이 보인다. 악귀봉(368m) 가는 길에는 삽살개바위,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이 있다. 노적봉(351m)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바위틈을 뚫고 가로 방향으로 누운 듯 자라는 소나무, 행운바위와 솟대바위 등을 지나친다. 용봉산 정상을 알리는 표석 주변에 서면 저 멀리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용봉산에서 내려와 홍주성역사공원으로 가보자. 홍주성역사공원에는 홍성군의 역사를 둘러보기 좋은 장소가 모여 있다. 홍성군의 대표 유적지인 홍주읍성과 조선 시대에 관청 출입문으로 사용됐다가 지금은 홍성군청의 입구로 사용되고 있는 홍주아문 등을 볼 수 있다.

  용이 휘감은 신비로운 마을  예천 회룡포  

예천 회룡포
예천 회룡포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중 하나다. 이곳에 있는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휘감고 나가는데, 이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하다 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전경을 보여준다. 비가 많이 오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회룡포를 한눈에 담으려면 회룡대에 오르면 된다. 회룡대는 비룡산에 있는 전망대다. 비룡산 또한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오르면 천년 고찰 장안사가 나오고, 이어 용왕각과 용바위가 보인다. 용왕각에는 용 그림이, 용바위에는 하늘에 오르는 용이 새겨졌다.

용왕각에서 10분 남짓 계단을 오르면 회룡대가 있고, 그곳에서 회룡포가 한눈에 담긴다. 아담한 마을을 감싸듯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던 회룡포 마을을 직접 들어가 봐도 좋다. 마을에 들어가려면 제1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으로 다리를 만들어 구멍이 숭숭 뚫렸다. 물이 차면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퐁퐁다리’라 부르다, 한 언론에서 ‘뿅뿅다리’로 소개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예천에는 회룡포 외에 ‘용’이 들어간 곳이 또 있다. 신라 경문왕 때 두운선사가 창건한 용문사다. 고려 태조 왕건이 절에 찾아왔을 때 청룡 두 마리가 길을 안내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해동 용궁사,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 준다는 전설

부산 해동용궁사
부산 해동용궁사

 

바다와 맞닿은 절, 부산 기장의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전각과 불상, 탑 등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특별하고, 그 여운이 묵직하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 중 한 곳인 해동용궁사는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새해 첫날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시사철 일출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장보살이 자리한 제룡단 방생 터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져 더욱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사찰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해수관음대불이다. 온화한 표정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한 해 소망이 모두 이뤄질 것만 같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가다 보면 부산갈맷길 1코스와 만난다. 이곳에 있는 파식대지에서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사찰을 둘러보는 데에는 넉넉히 한 시간 반쯤 걸린다. 해동용궁사에서 자동차로 5분이면 닿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자리한 쇼핑몰로, 그리스 산토리니 풍으로 꾸며 이국적이다.

고흥 미르마루길, 용이 승천한 곳에서 느끼는 용의 기운

고흥 미르마루길
고흥 미르마루길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에 가면 영남용바위가 있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있는 이곳엔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그럴듯한 모양새에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다. 영남용바위 일대는 지금도 용이 승천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적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어서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가면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를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로, 길이 4km 미르마루길은 주변의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기기 위해선 팔영산에 가면 된다. 고흥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난 것은 물론, 여덟 개 등산로가 잘 갖춰져 새해 첫 등산을 하며 마음을 다잡기에도 좋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shinda.write@gmail.com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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