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판매량 추월한 중국 BYD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분기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분기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比亞迪·BYD)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분기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주요 외신이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테슬라는 이날 배포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순수 전기차(BEV)를 약 48만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4분기에 순수 전기차 52만여대를 판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가 분기 기준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며 “전기차 업계의 순위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총 누적 판매 대수에서도 성장세는 차이가 났다. 테슬라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전기차 181만대를 인도했다. 이는 시장 연간 전망치를 충족하고 WSJ 전망치를 약간 상회한 수준이다. 1년 전보다는 38% 증가했다. WSJ은 “점진적인 사업 확장과 수익률 하락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어 성장률이 약간 둔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BYD가 지난해 판매한 전기차는 총 157만대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전체 판매량은 테슬라보다 적지만 증가폭은 2배 수준이다. 두 업체 간 연간 판매량 차이는 2022년 약 40만대에서 지난해 23만대로 줄었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BYD가 연간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도 조만간 테슬라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YD는 과거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했지만, 최근 유럽 등 해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동유럽 헝가리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YD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합한 판매량 또한 지난해 4분기 석 달 내내 월 30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BYD의 연간 판매량은 302만4417대로 집계됐다. 과거 5년간 누적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당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와 대규모 재정 지원은 BYD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해 초 테슬라가 가격 할인에 나서자 중국 업체는 더 많은 할인율을 제시하며 수요 증가를 주도했다. 당국 또한 서구 자동차 업체가 주도하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자국 업체를 후방 지원하고 있다.

BYD가 1995년 설립 당시 소형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한 점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3년 기존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뛰어들었고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테슬라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보급형 모델 ‘모델Y 후륜구동’을 발표했고 ‘노세일 브랜드’라는 높은 콧대마저 스스로 꺾고 대대적 할인에 돌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저가 전기차 요구는 충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BYD는 대부분 모델에서 LFP 배터리를 사용, 테슬라보다 더 저렴하고 품질을 향상시킨 전기차들을 속속 발표하며 시장을 강타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속속 잠식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로 중국 기업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약 94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 690만대에서 1.5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BYD의 탄탄한 내수 허들에 테슬라가 걸려 넘어진 상황”이라며 “다만 테슬라가 연간 판매량은 여전히 더 높고 오토파일럿과 같은 자사의 트레이드마크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중국의 진격을 멈춰 세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1분기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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