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구인난에 거꾸로 가는 정부대책
예산 대폭 삭감, 신규 가입자 모집 안해
청년 장기근속 장려제도 마련 급선무

 

“네가 다니는 회사는 ‘내채공’ 지원해 줘?”

사회초년생 때의 일이다. 입사를 나란히 준비하던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씩 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했다. 대기업 신입사원을 포기하고 내실 있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릴 무렵이었다. 나 또한 미약하게나마 실무 능력을 쌓고, 동시에 글쓰기 실력을 길러보겠다며 작은 규모의 회사에 첫 입사를 했다.

친구들에게 취직 소식을 알리고 회사 이야기를 어느 정도 말해주면 대부분 저 질문을 해왔다. 당시 나의 첫 회사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플러스’(이하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지원해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을 배울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장점, 그 두 개로 꿋꿋이 2년 반 정도 재직한 뒤 더 좋은 곳으로 적을 옮겼다.

그러나 이를 꼼꼼하게 따지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다른 두 친구는 달랐다. 첫 직장에서 무려 8년을 일한 한 친구는 이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톡톡히 챙겨 1800만원이라는 목돈과 큰 규모의 퇴직금까지 쥐게 됐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 친구는 첫 입사한 회사에 날이 갈수록 불만이 커졌다. 만날 때마다 회사 뒷담화를 털어뒀다.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렇듯, 일상적인 업무 처리 중 팀원과의 불화가 1순위였다. 사실상 사직서를 언제나 품에 안고 사는 친구였다. 그러나 입사한 지 만 1년이 되면서 그 친구의 사직서는 품이 아닌 집안 구석으로 자취를 감췄다. 청년내일채움공제로 얻어낼 목돈이 가까워져 오는 만큼, 회사를 꾹 참고 다니겠다는 생각 아래에 없애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 친구도 연차를 키우고 두둑한 목돈을 마련해 자신만의 단칸방을 마련하며 첫 자취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오직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제도였을까? 아니다. 이 제도 자체가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미취업 청년(만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7월부터 시행됐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또한 마찬가지로 내국인 근로 청년들을 유인하는 당근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다.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종일수록 우리나라 청년들을 직원으로 ‘모셔’갈 수 있는 한 줄기 빛이었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즉, 폐지 수순을 밟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은 지난해 대비 862억원이 감액된 1217억원으로 지난 12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을 타겟으로 하는 만큼, 청년들의 중소기업 입사율도 기존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내국인 근로자의 중소 제조기업 기피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내국인 취업 기피’가 1위(89.8%, 복수응답)였다. 열악한 작업환경, 낮은 임금 및 복지수준도 2위(85.8%)로 꼽혔다.

시대가 변해갈수록 청년들의 눈은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 구인난에 대한 정책을 지원해 줘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흘러가는 양상은 아쉽기만 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차치하고, 중소기업으로 사회에 첫발을 들이는 청년들은 대부분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중고신입’을 자처한다. 중소기업에서 업무를 익히고 숙련자가 되면, 연봉협상 때마다 몸값을 올리거나 이에 만족을 못 느낄 경우 본인이 원하는 더 큰 기업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청년들은 장기근속 자체에 대한 개념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어떤 토론회에선 일부 청년들이 한 회사를 ‘1년’만 다니고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청년들에겐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일이 힘들어도 중도 퇴사를 막아주는 원천적인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기부는 재정여건 악화와 중도해지율 증가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재정여건 악화라면 얼마든지 다른 사업 등과 비교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쳐내고 조율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중도해지율 증가는 자세한 설명 없이 폐지 이유로 들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저 중기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율이 왜 증가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중소기업 및 청년 모두에게 되도록 많이 청취한 뒤 나온 결론이었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청년내일채움공제 대신 재정비용에 효율적이고 구인난 극복 및 취업 장려에 유용한 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새롭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청년도 함께 납득 가능한 장기근속 장려 제도를 강구해주길 바란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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