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 못한 中企핵심 법안
영세사업장 중처법 적용 임박
담합규정 묶인 中企 공동사업
1월 임시국회서 ‘마지막 불씨’

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1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4월 국회의원 선거이후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1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4월 국회의원 선거이후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화평법과 화관법 개정안은 중소기업계의 숙원과제였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1호 킬러 규제가 해소됐다”며 환영의 입장을 냈다.

여야는 지난 9일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그동안 미뤘던 다수의 민생 법안 10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를 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담합배제 조항 보완을 담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등 다른 핵심 민생법안들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킬러 규제라고 불리던 화평·화관법 개정에도 중소기업들이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2021년 1월 26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열악한 경영 여건을 감안해 3년간 시행이 유예됐고 유예기간은 오는 27일 종료된다.

그동안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각 지역을 돌며 지난해에만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명회를 43차례 실시했고, 현대차그룹에서 출연한 산업안전상생재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5대 고위험 업종 협동조합에 대한 컨설팅, 교육, 안전설비 등을 추진하는 등 영세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를 적극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기중앙회가 50인 미만 사업장 8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중소기업에는 오지 않는 현실 속에 만만치 않은 인건비와 수천만원에 달하는 외부 컨설팅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했고, 정부의 지원은 부족했다. 유예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현 시점에도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던 이유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잠시 희망의 불씨도 보였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사과 △산업현장 안전 확보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제시 △더 이상 추가 유예 요구를 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도 2년 연장 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정부와 경제계의 노력에도 민주당은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중대재해법 적용유예는 9일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형사처벌보다 마지막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호소했다. 정부 또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법 전면시행 전까지 적극적인 개정안 논의와 신속한 입법처리를 요청했지만 국회가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협동조합의 공동행위 담합배제 조항이 담긴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현행법상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을 위한 공동행위가 허용되고 있지만, 소비자 이익 침해 금지라는 모호한 단서규정과 하위 고시로 사실상 제도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개정안에는 소비자 정의를 명확히 하고 공동행위 허용범위가 확대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협동조합을 통한 협업과 공동사업으로 중소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제값 받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합 여부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돼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협동조합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9일 본회의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주변에 많은 기업인들이 현실정치에 대해 답답하다고, 기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면서,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밀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같은 자리에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놓치지 않고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국민 곁에서 따뜻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지원이 없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1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이달 25일,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1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4월 국회의원 선거이후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 기간에는 여야 모두 입법 활동보다 선거전에 주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민생을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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