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공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2024년 2월 14일까지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밝혀 합병이 속도를 낼 조짐이다.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공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2024년 2월 14일까지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밝혀 합병이 속도를 낼 조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속도를 낼 조짐이다.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공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2024년 2월 14일까지 결론짓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는데, 합병 승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이에 따라 공식 발표는 2월 중순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심사에 까다로운 곳으로 꼽히는 EC의 문턱을 넘으면 남은 경쟁당국인 미국과 일본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쟁당국은 타국 심사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도 EC에 이어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를 올해 종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인력과 장비 결합 등 두 회사 간 화학적 결합을 위한 작업이 필수적인 데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CNBC와 마켓워치 등 외신은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EC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보유한 자사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을 반납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해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C가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승인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여객·화물 노선 독점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도 비교적 수월하게 합병 승인을 내줄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DOJ)에 합병 승인을 요청하기 위해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보유 기재와 조종사, 승무원을 에어프레미아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 경쟁당국 심사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무난하게 합병 승인을 얻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과 한국은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은 만큼 일부 노선 및 슬롯(Slot,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 반납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 승인을 얻어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본격화될 수 있다. 업계에선 인력과 장비 등을 통합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화학적 합병을 위한 기간이 2~3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일종의 유예기간 동안 대한항공은 인력 재배치를 비롯해 노선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비율을 낮춰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저비용항공사(LCC) 출범도 본격화할 수 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해 ‘한진칼→통합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LCC’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먼저 인수한 뒤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EC 승인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내다보며 통합 항공사 출범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되면 스케줄은 합리적으로 재배치되고 여유 기재는 새로운 취항지에 투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되면 한국에서 세계 7위 수준의 운송량을 갖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늘어난 슬롯과 최적화된 스케줄을 통해 글로벌 환승 수요 추가 유치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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