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대출론 숨통 틔우기에 한계
옥석 가려내 맞춤형 구조조정해야
채무재조정·폐업지원 등 대안 절실

추윤호 (광고장수 대표)
추윤호 (광고장수 대표)

지난해 12월 매장 홍보 미팅을 위해 서울 가로수길로 향했다. 필자의 눈에 비친 가로수길 모습은 재작년에 보였던 연말, 연초의 북적임은 사라지고 손님 없는 가게들과 폐업 안내문만이 쓸쓸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로수길의 모습은 마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듯했다.

미팅할 가게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사장님의 얼굴은 한없이 어둡기만 했다. 사장님은 10년 넘게 음식 장사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주변의 장사하는 지인들도 현재 폐업을 하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비율이 거의 50%에 가까울 정도라고 했다. 통계로 봤을 때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022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자영업 비중은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현재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은 전체 취업자 중 23.5%가 자영업자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위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뉴스에서도 연일 보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액과 관련된 내용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출 연체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2488억원으로 111.0%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농협은행(2676억원·86.1%) △신한은행(2246억원·60.8%) △우리은행(2077억원·54.3%) △하나은행(2759억원·42.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의 지속적인 증가는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지난해 9월 종료된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은 이러한 부실 확대의 위험을 더욱 가중시켰다.

자영업 위기가 심화하자 정부는 최근 125조원 + α 규모의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30조원 상당의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해 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돕기로 했다.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데는 8조 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사업자금 지원 41조 2000억원, 주택 대출 이자 경감을 위한 안심전환대출 45조원, 중소기업 정책대출 6조원 등도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지원이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답답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은행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손님이 없는 가게 사장님의 주머니에 찔러준다고 그 가게가 다시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저 한두 달 정도의 생명 연장을 도울 뿐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렇기에 꾸준한 소득이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그렇지 못한 자영업자에게는 채무 재조정, 폐업지원, 일자리 교육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 지금의 자영업의 위기는 단순히 개별 사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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