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 벗어나 조달선 다변화 필요
정부 제공 상품전시회 활용 바람직
냉동김밥 ‘올곧’ 성공사례 본받을 만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해 지속된 글로벌 복합경제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1월 대만 대선, 3월 러시아 대선, 4월 우리나라 총선, 11월 미국 대선과 같은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고조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중국은 작년 말부터 게르마늄과 흑연 등 전략물자에 대한 임시수출통제에 이어 국내 수급 악화를 이유로 요소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은 올해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부진 장기화에 고금리 지속,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보망과 대응수단을 갖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통상환경 악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 시대 초기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중국산 원부자재를 많이 사용했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제조업은 우리 중소기업의 질적인 요청사항을 충족시켜줬다. 하지만 중국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탈중국 중소기업은 베트남 등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야당인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마바 대통령의 대표적인 통상정책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전격적으로 탈퇴할 정도로 전임자 정책을 뒤집은 바 있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을 폐기할 수 있으나, 대중국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은 트럼프가 추구했던 ‘힘에 기반한’ 중국 견제 정책을 보완 및 확대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같이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가진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고도의 수출통제 규제 조치를 적용하고, 전기차 배터리와 같이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미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의 동맹에 참여하는 국가에 대해 중국은 보복조치(경제적 강압)를 취할 수 있다.

지정학적 경쟁구도와 중국 지배체제의 특수성으로 미중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저성장 장기화로 내수시장은 시장 쟁탈전이 치열한 제로썸(zero sum) 게임 상황이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의 과잉경쟁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조달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중국의 조치에 공동대응하는 국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중기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수출 중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16.7%에서 18%로 늘어났다. 그동안 수출품목 다변화로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을 분산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냉동김밥 ‘올곧’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제공하는 상품전시회나 해외시장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대형 바이어를 만나 미국 유통망 진입에 성공했고 품귀현상이 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어렵지만, 국내 수출 지원기관들이 제공하는 수출 인프라와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해외 진출의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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