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희박
빚 못갚는 한계기업 속출 우려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에 인하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771만 중소기업계의 금융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홍해 전쟁 리스크가 계속 이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수급 불안정 등의 물가 불안정 위기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경제 불확실성 요인이 가중되면서 중소기업계는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계는 올해 당면할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금리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를 손꼽고 있다.
특히 수많은 중소기업은 10년 만에 5%대 이상의 고금리 장기화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이자 부담 심화로 인한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5.42%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지난해 2월(5.45%) 이후 9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2년 10월(5.49%) 이후 14개월 연속 5% 선을 웃돌았다. 이처럼 평균 5% 이상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 기대하던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이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최근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 내외로 전망하고 중소기업 업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계 중소기업 비중도 17.2%에서 올해 20.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자극을 고려하면 무작정 돈을 풀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지원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까지 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7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3% 내외 완만한 둔화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2%대로 신속히 하향 안정될 수 있도록 범부처 총력 대응체계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보다 인플레이션이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물가 수준은 여전히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겐 익숙한 수준이 아니란 게 현장의 애로다.
인천에 있는 한 배관장비 제조 중소기업 A대표는 “해가 바뀌니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처럼 많다”며 “최저임금으로 기업을 운영해도 어려운데 그나마 제조업에 일할 인력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제조업은 심각한 ‘생산 인력 붕괴’를 겪고 있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1.2%) 늘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만3000명이나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선 크게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에서만 9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제조인력의 고령화 추세 속 급격한 청년층 감소세까지 인력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경기도에 있는 시험기기 제조 중소기업 B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인플레이션과 우수한 인력 확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2024년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짊어져야 할 부채는 늘어가고, 인플레이션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17일 벤처기업의 2개년 경기 실적 및 전망, 현재 당면하고 있는 애로사항 파악을 위해 실시한 ‘벤처기업 2023년 경기 실적 및 2024년 경기 전망조사’(560개사 대상)를 살펴보면 2022년 대비 2023년 경기 실적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벤처기업은 45.0%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도 개선보다는 악화 응답 비중이 높아 2022년 대비 2023년 벤처기업의 경기는 침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23년 대비 2024년 경기 전망에 대해 설문한 결과, 39.6%가 개선될 것이라도 전망하는 반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4.3%로 개선에 대한 전망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소기업계에 불어닥친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심화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는 정책 변수에 따라 경기침체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