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 희박
빚 못갚는 한계기업 속출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에 인하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771만 중소기업계의 금융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홍해 전쟁 리스크가 계속 이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수급 불안정 등의 물가 불안정 위기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경제 불확실성 요인이 가중되면서 중소기업계는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계는 올해 당면할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금리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를 손꼽고 있다.

특히 수많은 중소기업은 10년 만에 5%대 이상의 고금리 장기화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이자 부담 심화로 인한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5.42%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지난해 2월(5.45%) 이후 9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2년 10월(5.49%) 이후 14개월 연속 5% 선을 웃돌았다. 이처럼 평균 5% 이상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 기대하던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이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최근 발표를 통해 올해 경제 성장률을 2% 내외로 전망하고 중소기업 업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계 중소기업 비중도 17.2%에서 올해 20.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자극을 고려하면 무작정 돈을 풀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지원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까지 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7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3% 내외 완만한 둔화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2%대로 신속히 하향 안정될 수 있도록 범부처 총력 대응체계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보다 인플레이션이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물가 수준은 여전히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겐 익숙한 수준이 아니란 게 현장의 애로다.

인천에 있는 한 배관장비 제조 중소기업 A대표는 “해가 바뀌니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처럼 많다”며 “최저임금으로 기업을 운영해도 어려운데 그나마 제조업에 일할 인력을 구하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근 제조업은 심각한 ‘생산 인력 붕괴’를 겪고 있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1.2%) 늘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만3000명이나 줄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선 크게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에서만 9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제조인력의 고령화 추세 속 급격한 청년층 감소세까지 인력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경기도에 있는 시험기기 제조 중소기업 B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인플레이션과 우수한 인력 확보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는데, 2024년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짊어져야 할 부채는 늘어가고, 인플레이션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17일 벤처기업의 2개년 경기 실적 및 전망, 현재 당면하고 있는 애로사항 파악을 위해 실시한 ‘벤처기업 2023년 경기 실적 및 2024년 경기 전망조사’(560개사 대상)를 살펴보면  2022년 대비 2023년 경기 실적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벤처기업은 45.0%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도 개선보다는 악화 응답 비중이 높아 2022년 대비 2023년 벤처기업의 경기는 침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23년 대비 2024년 경기 전망에 대해 설문한 결과, 39.6%가 개선될 것이라도 전망하는 반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4.3%로 개선에 대한 전망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소기업계에 불어닥친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심화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는 정책 변수에 따라 경기침체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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