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초부터 약 3년 동안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왔으나 지난 해 12월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시기부터 오히려 원·엔 환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상회하던 원·엔 환율은 8월 920원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 가파르게 하락
원·엔 환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의 배경으로 먼저 한·일 양국의 국제수지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 온 일본경제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자본수지 적자를 통해 엔화의 절상압력을 완화시켜왔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는 일본과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 왔는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겨났다. 경상수지가 만성적인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자본수지 흑자와 더해져 원화 절상 압력이 강화된 것이다.
둘째, 위안화 절상 압력을 들 수 있다. 올 들어 위안화 절상압력은 줄곧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중 수출 비중이 21.5%에 달하는 데다 큰 폭의 대중무역흑자와 중국과의 경합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원화도 동반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엔화 역시 위안화 절상 압력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나 대중무역비중이 12.9%에 불과하고 엔화가 주요 국제통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력의 정도는 원화에 비해 훨씬 덜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의 후유증이라는 측면이다. 2003년 9월 두바이 G7 회담에서 각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극심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촉진이 필요하다고 판단, 시장 개입을 강화했고 이에 힘입어 원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외환시장의 흐름에 역행한 이러한 시장 개입은 두고두고 시장에 부담요인이 되었다.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
원·엔 환율의 급 변동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 시 일본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성장률 저하로 연결됨은 물론이다.
향후 원·엔 환율은 다소 상승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엔화와 원화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때 국내요인은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원화약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의 하락은 우리의 수출을 어렵게 하고 기업수익을 감소시켜 성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원·엔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제수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인 종합수지를 균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적 수단을 통해 경상수지를 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본수지 흑자를 축소하거나 나아가 경상수지 흑자에 버금가는 정도의 적자를 내도록 유도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시켜 자본이동의 거래비용을 줄이는 등 자본이동의 걸림돌을 제거해 자본의 유출을 더욱 적극화해야 한다.
<자료=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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