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다.

이번에 새로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83만7000개에 달한다. 제조·뿌리기업, 도배·미장 등 전문건설업체는 물론 동네 빵집이나 식당 등 소상공인들도 해당된다.

현장에서는 물가는 크게 올랐고, 내수는 침체된 상황에서 감옥 갈 위험을 안고 사업하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용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하는 대표도 있다.

이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달리 고액을 들여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 여건상 처벌이 중소기업에게 집중될 우려가 크다. 대표가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실형이 선고되면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도 실직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꼭 실형을 받지 않더라도 장기간 수사 및 재판 대응 때문에 경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폐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래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예방에 있다. 그럼에도 폐업과 일자리 감소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현장에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국회가 법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0%가 아직 준비를 못했다. 하물며 영세 소상공인들 중에는 이번에 자신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직접 국회를 찾아 유예를 호소해왔다. 2년 유예기간을 부여해서 현장에서 최소한 준비를 한 다음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유예를 해준다면 더 이상 추가 유예는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서로 네 탓을 하며 국회 법사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치가 끝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구하는 것이 안전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근로자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중소기업인들도 다른 마음일 수 없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충분한 안전예방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하다. 형사처벌보다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지원을 통해 중소기업도 안전예방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

다행히 법 시행 이후인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유예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이 폐업 공포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하고, 근로자들도 실직 걱정을 덜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민생 문제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협치에 나서 현장의 대혼란을 막아주길 간곡히 호소한다. 중소기업들도 유예기간 동안 자체 예방투자를 확대하여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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