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도심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도시에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일부러 여행지를 찾아 나서는 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진 않는다. 전주는 오래전부터 고향집 가는 길목이라서 늘 지나치는 정도로만 만족했다. 최근에는 그것조차 마다하다가 계획 없이 전주에 발을 내딛었다. 뜨거운 땡볕이 문제였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 지친 몸은 더 이상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전주에서 하룻밤을 머무르면서 이왕지사 몇 군데 가보고 싶은 여행지와 맛집을 섭렵하기로 하고 일정을 늦추었다.

전주는 양반, 교육의 고장, 판소리, 전주 이씨의 발상지 등등이 우선 떠오른다. 1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인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였으며 전라감영의 소재지이자 조선의 발상지. 지금도 시내에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꼽으라면 풍남문(보물 308호), 전주객사(보물 583호), 경기전(사적 339호), 조경묘(전북유형문화재 16호), 한벽루(한벽청연,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5호)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조경단, 전주향교, 오목대, 충경사, 남고산성, 동고산성 등의 역사 유적이 있다. 휴식 및 문화공간으로는 덕진공원, 전주동물원, 한솔종이박물관, 전주수목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여러 곳을 일일이 다 돌아볼 수는 없는 일. 그중에서 전주의 대표적인 여행지를 톨게이트 인근 부분의 동선에 따라 소개하도록 한다.

팬아시아 페이퍼 종이박물관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팬아시아페이퍼 종이박물관(063-210-8103, 덕진구 팔복동)은 옛 한솔제지 한솔 종이박물관을 모태로 하고 있다. 한솔제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팬아시아페이퍼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공장 옆에 있는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면 안내원이 먼저 2층으로 안내한다. 다양한 종이에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 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하다가 1층 체험관에 와서야 제빛을 낸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종이가 없던 시절에 종이 역할을 해 온 파피루스 식물이 크고 있는 모습부터 신기하다. 체험장에 들어서면 오래전 닥나무를 채취해서 만드는 과정 사진 등이 걸려 있고 실제로 그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실내 한 편에서는 잘게 부셔놓은 닥나무를 틀에 올려 얇게 퍼 올리면 전문가가 옆에서 도움을 준다. 틀을 빼내 직접 만든 한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현대식 열판에 올려놓고 강제 건조를 시키면 도시락 크기의 한지 한 장이 만들어진다. 입장료도 무료이고 한지까지 무료로 직접 만들어가니 대부분 방문객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덕진공원
종이박물관을 나와 전주 시내 쪽으로 조금 달려 오다보면 우측에 덕진 공원 들어가는 팻말이 나선다. 덕진공원은 고려시대부터 조성된 연못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전주의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1938. 5월. 최초 공원지정). 4만5천 평의 경내에는 남쪽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연못과 북쪽의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지른 현수교가 그 사이를 양분하고 있다.
덕진공원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연못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다. 홍련이라서 8월 한 달 일시적으로 피었다가 이내 시들지만 이곳은 전주시민의 휴식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덕진 연못은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곳인데, 해마다 단오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아낙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면 덕진호반에 있는 창포물에 칭칭 늘어진 머리채를 감거나 목욕을 했는데,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창포는 눈에 띄지 않고 연못중앙의 아치형 현수교와 그 반대편에는 오릿배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또한 연꽃단지 끝자락에 있는 향에 취한다는 취향정 옆에 500여 석을 갖춘 야외공연장을 마련하여 공연이 수시로 열려 입장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 외 신석정시비, 김해강시비, 전봉준 장군상 등 9개의 석조기념물이 조성되어 판소리 등의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주차비 입장료 무료.

전주 한옥마을
한옥마을을 만나려면 복잡한 전주시내를 거쳐 나와야 한다.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교동, 풍남동 일대에 있는 전통 한옥마을(보물 제308호)이 있다. 양반의 고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무수히 많은 한옥집들이 오롯이 모여 타운을 이루고 있다. 1977년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되었는데, 곳곳에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는 1년여 정도 개발허용을 해주었기 때문이란다. 700여 채의 전통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현재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는 리베라 호텔(063-232-7000)의 옥상에 올라가 보면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멀리 오목대를 비롯하여 인근에 있는 각종 시설들을 볼 수 있다.
한옥마을에는 전문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친절히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각종 체험도 가능하다. 판소리, 춤, 타악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통문화센터, 전통 술인 막걸리, 청주의 제조과정 관람과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전통술박물관, 숙박을 하면서 온돌과 대청마루 등 한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체험관(063) 287-63000, www.jjhanok.com)등이 있다. 그 밖에 동학혁명기념관, 흙담집, 전통도예관, 온고을소리청, 향교, 서예관, 전통다원, 여행자들의 숙박시설인 양사재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경기전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사적 339호). 조선왕조를 창업한 이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하여 태종 10년(1410년)에 창건하였다. 이후 선조 30년(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6년(1614년) 11월에 중건되었다. 또한 옛 전주부성내 동남쪽에 광대한 면적을 점유하고 있었으나, 일제 때에 그 서쪽을 분할하여 일본인 전용인 수상소학교를 세움으로써 경기전 절반 이상의 땅을 상실하였으며, 부속된 건물은 이때 거의 철거되었다. 현존 건물인 전각은 다포식 맞배지붕 건물로서, 전면에 하마비, 홍살문, 외삼문, 내삼문 등이 있다. 수령 오래된 나무가 넓은 정원을 감싸 안고 있어 관광객을 비롯해 인근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한다. 경기전에 인접한 북쪽에 전주 이씨의 시조인 이한 공과 시조비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가 있다.

전동성당
경기전과 도로 하나를 마주하고 있는 전동성당. 한국 천주교가 창설되던 1784년 전라도에도 천주교의 씨앗이 뿌리를 내렸다. 현재 전주에는 한국천주교회 최초의 순교터 ‘순교 1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전동성당과 세계 교회사상 유례가 드문 동정부부 순교자와 ‘호남의 사도’ 유항검 등 7인이 함께 모셔져 있는 치명자산(승암산. 중바위) 순교자 합장묘, 그리고 지금은 해성중, 고등학교의 이전으로 일부가 남아있는 숲정이와 초록바위, 서천교 등이 천주교 성지로 조성되어 있다. 또한 행정구역상으로는 완주군이 속하는 초남리 역시 성지로 조성되어 사시사철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주는 한국천주교회와 출발을 같이 하고 있으며, 빼놓을 수 없는 성지가 많은 곳이다. 이곳은 “약속”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용되었다.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에서 멀지 않은 도로변에 전주에 대명사라 일컫는 풍남문(전라북도 전주시 전동)을 만날 수 있다. 풍남문은 옛 전주읍성의 남문.

한벽당과 승암사
한벽당(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5호)은 승암산 자락 벼랑 위에 자리한 정자로 조선 초기 개국공신인 월당공 최담 선생이 태종4년(1400년)에 낙향하여 지은 것으로 호남의 시인과 묵객(墨客)들이 자주 찾았던 명승지로 알려져 왔다. 그 옛날 한벽루 밑으로 흐르는 전주천의 상류는 한 여름 장마가 지면 불어나는 냇물이 급류가 되어 굽은 언덕에 부딪치면, 내리쏟는 물살에 하얀 물거품을 내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물보라가 튀어 장관을 연출했었다고. 낚싯대를 들여놓고 한가롭게 정서를 길러낸 곳으로 나그네들의 객수를 달랜 곳. 하지만 지금도 전주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멀리 보면 정취가 빼어나나 물빛은 탁하기 이를 데 없다.
강변을 따라 나오는 길목에 승암사라는 절집을 만난다. 신라 헌강왕 2년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진묵대사와 제자 원응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유서 깊은 사찰. 그 후 임진왜란 때 불탔으며 이조 영조 16년(1740년)에 조관대사가 재 건립하였다. 최근에 불사한 듯한 대웅전은 올라가는 돌계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지만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만이 남아 오랜 세월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대중 교통=강남 호남고속터미널이나, 상봉, 구의터미널에서 고속, 직행버스 이용. 서울역 등지에서 기차 이용. 익산역에서 전주역까지는 환승. 대중교통을 이용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자가 운전=호남고속도로-전주 나들목-종이박물관-덕진공원-한옥마을 순으로 물어물어 찾아와야 한다.
■별미집과 숙박=예로부터 맛의 고장이라 일컫는 전주. 비빔밥을 물론이고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조식으로는 왱이 콩나물국밥(063-287-6979)이나 반야돌솥밥(063-288-3174)이 괜찮고 간단하게 소주한잔 하기에는 연탄불을 이용하는 진미집(063-254-0460)을 추천할 수 있다. 매운탕을 즐겨한다면 한벽루 옆 전주천 옆에 자리하고 있는 한벽집(063-284-2736)의 오모가리 메기매운탕을 권할 수 있다. 숙박할 곳은 다수 있으며 천수탕(063-255-5700, 톨게이트 부근), 오케스트라(063-244-1201)의 대형 찜질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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