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구체적 실천목표 제시
생소한 이슈에 중소기업 큰 부담
생물다양성 리스크 식별이 우선
글로벌 패러다임 관심지속 필요

진유나(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진유나(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국민 판다’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만 네 살이 되는 2024년 7월 20일 이전에 중국으로 떠나야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자이언트 판다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고 현재 개체수가 회복되면서 멸종취약종 단계로 한 단계 하향되기는 했으나, 자이언트 판다의 종을 보전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일례다.

생물다양성이란 육상생태계 및 수생생태계와 이들의 복합생태계를 포함하는 모든 원천에서 발생한 생물체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부분들의 밀접한 관계가 깨지거나 하나의 생물종이 소멸한다면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지구상 모든 생물들의 다양성과 변화를 보전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생물다양성협약(CBD)을 채택했다. 정부도 2013년부터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수립했으나, 지금까지는 주로 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에만 방점이 있었고,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정부와 환경보호단체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현실이다.

 

TNFD, 최종권고안 발표

그러다 지난 약 1년 사이, 국제사회에서는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두 가지의 큰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는 ESG 공시 프레임워크 중 생물다양성 공시에 대한 최종 권고안 발표, 둘째는 2030년까지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수립, 관리 목표를 포함한 생물다양성협약 실천목표의 제시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적 이니셔티브인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지난해 9월 자연관련 리스크 관리 및 공시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 및 금융기관이 의사 결정 시 자연을 고려하도록 자연자본의 위험 유발 여부와 대응 역량에 대한 공시 체계 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TNFD 권고안 작성의 핵심은 해당 기업이 현재 자연자본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고, 어떤 리스크를 겪게 될 것인지 분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TNFD 권고안은 생물다양성 공시에 관한 논의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기후 관련 공시 프레임워크인 TCFD 권고안과 함께 기업의 ESG 공시의 표준화 모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국제사회는 2022년 말 열린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 GBF)’ 실천목표를 채택했고, ‘2030년까지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23개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년)을 수립하면서 국가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자연공존지역(OEC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오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을 포함한 국토의 30%를 지정·관리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국립공원, 생태보전지역 같은 법정관리지역 외에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생태환경이 우수한 곳을 국가보호구역으로 넓혀가는 방식이다.

 

기업 밸류체인 체크가 1순위

위 두 가지 패러다임 변화가 당장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물다양성 이슈를 생소해하고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런 감조차 잡히지 않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기후변화, 탄소 중립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에 생물다양성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중소기업은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가? 공시 기준에 대한 기업 대응 방안에서 주요한 사항은 △밸류 체인 전반에서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고, 그중 영향이 크거나 리스크가 높은 지점에 대한 목표를 설정 △이에 맞춰 행동 계획 마련,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해당 내용을 글로벌 공시 프레임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당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은, 중소기업의 생물다양성 관련 리스크를 식별해보는 것이다.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 1개 사업장에 대한 평가 진행 및 공시 대응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실상은 기업 전체의 밸류 체인에서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연계돼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이다.

따라서,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활동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른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 자연공원법에 따른 자연공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야생생물 보호구역, 수도법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 유네스코가 선정한 생물권보전지역, 자연공존지역 등과 관련돼 있는지’ 등을 체크해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에 대한 리스크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상되는 잠재적 리스크를 식별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 중소기업 경영에 위험이 되고 기회가 될 수 있는지 좀 더 가시화될 수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자연 관련 리스크는 기후 리스크보다 다면적이고 경제적 영향과 재무적 불안정성이 더 급격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생물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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