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 부장판사의 中企人이 알아야 할 법률분쟁 지식(3) 동업계약 시에는 투자금 회수 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법적 분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손해배상책임을 넘어 임직원의 형사처벌이나 폐업, 심지어는 기업 자체를 뺏기기도 한다. 분쟁 발생을 피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법적 분쟁은 상법, 노동법,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법률이 동시에 문제 되는 등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이에 중소기업인의 법적 분쟁 대비를 돕기 위해 허승 부장판사가 쉽게 설명하는 기업소송 시리즈를 매월 소개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일러스트레이션 서용남

김철수 사장은 박영희로부터 함께 카페를 창업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영희는 김사장에게 지분을 50:50으로 하는 대신 인터넷 홍보 업무만 맡아주면 그 외 업무는 모두 자신이 맡겠다며 5억원씩 투자하자고 했다. 멋진 카페를 갖는 꿈이 있던 김사장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5억원을 건넸다.

그런데 카페 창업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박영희는 적자만 보고 있다며 단 한 번도 수익금을 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카페에 나온 김사장은 손님으로 가득한 카페를 보며 박영희의 말에 의심을 갖게 됐고 카페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카페 직원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박영희는 약속과 달리 5억원을 출자하지 않았고, 김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연 카페에서 많은 돈을 벌어 새로운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사장은 박영희에게 정산을 요구했지만, 박영희는 직원이 거짓말을 했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이에 김사장은 박영희에게 조합계약의 해제를 통보하고, 자신이 건넨 5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판사 : 원고(김사장)와 피고(박영희) 사이에 민법상 조합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고는 조합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출자금 5억원의 반환을 구하고 있지만, 조합계약의 해제가 가능한지 의문이군요.

김사장 : 소를 제기할 때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해 잘못된 주장을 했습니다. 조합계약의 해제 및 출자금 반환청구를 조합의 해산 및 잔여재산 분배청구로 변경합니다.

박영희 : 조합을 해산하라니 카페 운영을 중단하라는 것인가요? 제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요. 김사장은 직원의 거짓말만 듣고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김사장 : 박영희는 출자금을 내지 않았고, 카페 수익도 독점하고 있습니다. 장부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이상 동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박영희 :장부를 안 써서 그래요. 카페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손님이 많아도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남는 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카페 운영을 중단할 수 없습니다. 얼마전 카페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대출까지 받았어요.

김사장 : 조합 해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조합에서 탈퇴하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투자한 5억원은 정산금으로 받아야 합니다.

박영희 :탈퇴는 자유이지만, 김철수에게 줄 정산금은 없습니다.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는 조합재산이 없습니다.

 

동업의 숨겨진 위험

동업을 통해 창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개개인의 자금 부담을 줄여 규모가 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동업자들의 다양한 역량을 결집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동업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위험도 숨겨져 있습니다. 분쟁이 격화되면 법으로 다툼을 해결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동업 분쟁은 법으로 깔끔하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수년간 소송을 해도 당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까지 있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합의 이중적 성격

민법은 2인 이상이 서로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조합계약’이라고 하고, 조합계약의 효력으로 출현하게 되는 조합체를 ‘조합’이라고 칭합니다. 즉, 우리가 평소 동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으로 ‘조합’에 해당합니다. 조합은 계약으로 성립하지만, 그 조합의 재산은 조합원 개인재산과 구별되는 특별재산으로 조합원 전원의 합유에 속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처럼 조합은 계약이면서 단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집니다. 이 점이 동업의 법률관계를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우며 법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조합계약의 해제, 조합의 탈퇴 및 해산

간단한 사례를 통해 조합의 법률관계를 살펴볼까요. A와 B를 포함한 10명이 모여 각자 1억원씩 출자해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업을 하는 조합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를 제외한 9명이 9억원을 출자했지만, B는 돈이 없다며 출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다수 조합원들은 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1억원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을 매수하고 임대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A는 B의 출자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조합계약을 해제하고 자신의 출자금 1억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습니다. 조합원 중 일부가 조합계약을 불이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합계약의 해제와 출자금의 반환을 인정한다면, 다른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죠.

물론 A는 다른 조합원들과 힘을 모아 B를 상대로 1억원의 지급을 청구하거나 조합에서 B를 제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조합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조합에서 탈퇴하면, A의 조합 지분은 다른 조합원들에게 이전되고, 대신 A는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을 기준으로 지분을 정산받게 됩니다. 만약 10억에 매수한 오피스텔 가격이 상승해 대출금을 고려해도 조합재산이 20억원으로 평가된다면 A는 2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오피스텔 가격이 10억 아래로 하락한 때에는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게 되죠.

그리고 조합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조합의 해산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설사 조합 해산 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바로 조합의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조합이 제3자에 대해 채권, 채무가 있는 때, 즉 조합에 잔무가 있으면 조합원이 공동으로 잔무를 처리하거나 청산인을 선임해 잔무를 처리한 후에야 비로소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습니다. 조합이 은행 대출금이나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관계를 정리하고도 남은 재산이 있어야 A는 그 남은 재산 중 일부를 분배받을 수 있는 것이죠.

 

조합 관련 규정과 현실의 괴리

소송으로 동업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법과 현실의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은 여러 사람들이 조합을 구성하는 것을 전제로 여러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단 2명이 동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사례를 볼까요? 먼저 김사장은 박영희가 출자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계약을 해제하고 자신의 출자금 5억원의 반환을 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2인 조합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조합계약과 마찬가지로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죠.

해산 청구는 어떨까요? 2인 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비교적 쉽게 해산이 인정됩니다. 문제는 해산이 인정되더라도 조합에 잔무가 있으면 청산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법은 조합원 과반수로 청산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분쟁이 발생한 2인 조합에서는 과반수 결정이 불가능하므로 법원에 청산인 선임을 신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2인 조합을 해산하는데 상당한 보수를 주면서 청산인을 선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 조합의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렇다면 김사장이 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때에는 김사장이 조합재산, 즉 카페와 관련한 재산상태를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평소 카페 영업에 관여하지 않은 김사장이 구체적인 조합재산이 얼마인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영희가 카페의 손익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신뢰할만한 재무제표를 작성했을 리가 없죠.

 

동업계약에서 주의할 점

이처럼 조합에서 탈퇴하거나 조합의 해산청구를 하는 조합원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반면 조합재산을 현재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는 조합원은 이러한 까다로움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동업에 참여할 때는 동업이 깨질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다른 조합원 명의로 조합재산을 취득하거나 관리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정당한 몫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투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김사장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죠.

- 위 사안은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9다207851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5206, 205213 판결 등을 기초로 필자가 창작한 것입니다.

※위 내용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허승 부장판사는 현재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로 근무 중이며 공정거래법, 세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으며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쓴 책으로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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