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I·증강현실 결합 추구
엔비디아가 핵심 반도체 독점
대안은 삼성이 유일무이 판단
미팅 대신 만찬, 신뢰·교감 과시

플랫폼 진화 꿈꾸는 저커버그
아리아 프로젝트에 삼성 낙점
TSMC 의존 고착화 탈피 시동
빅테크 합종연횡 ‘수싸움’ 치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불안하다.” 마크 저커버그가 쓴 단어 하나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2월 29일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TSMC에 대한 불안이 있는데 메타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삼성이 메가 파운드리 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과의 협력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메타의 TSMC에 대한 의존도는 경쟁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비해서도 절대적이다.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XR 반도체에서도 TSMC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이라는 2가지 비전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의 비전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을 결합해서 메타버스 세계로까지 지금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독점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메타는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AI 반도체 60만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공급 업체는 당연히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H100은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다.

그리고 엔비디아 AI 반도체의 파운드리는 TSMC다. 메타가 올해 도입할 H100만 35만개에 달한다. 개당 3000만 원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등하고 TSMC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이유다. 엔비디아와 TSMC로 이어지는 대만 반도체 벨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삼성전자를 대체재로 지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비공개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비공개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 만나 ‘삼성 러브콜’ 공표

10년 만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한국을 찾았다. 10년 전 2013년 6월 첫 방한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을 만났다. 이때 1박 2일 핵심 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10시간 마라톤 회의였다. 최고경영자 간의 이례적인 실무 회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 갤럭시 기어 VR 공동 제작이었다.

삼성전자와 당시 페이스북 사이의 첫 번째 하드웨어 협업이었다. 삼성전자가 가상증강현실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이었다.

이번 3일 방한의 첫 일정은 LG전자 조주환 대표이사 사장과 권본석 LG COO와의 점심 미팅이었다. 이어서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이번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은 10년 전과는 또 달랐다. 10시간 실무 회의가 아니었다. 대신 이번 방한에 동반한 마크 저커버그의 아내 프리실라 첸까지 3명의 저녁 식사였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아무도 배석하지 않았다. 실무 미팅이라기보단 친교 만찬이었다는 뜻이다.

방한 이틀째인 2월 28일은 주로 메타코리아 본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5개 이상의 한국 XR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비공개 미팅을 가졌다. AI 개발사인 업스테이지, 프렌들리AI, 매스프레소와 XR 게임 개발사인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 스토익엔터테인먼트였다. 메타코리아가 한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컨택한 스타트업들이었다. 함께 방한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메타 관계자들과 Q&A 세션도 진행했다. 방한 사흘째인 2월 29일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바로 여기에서 주요 발언을 던졌다. 의도적이었다.

 

‘메타버스’ 가는 길 최적 궁합

마크 저커버그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TSMC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우려한다는 발언을 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1위와 2위 경쟁자다. 당연히 메타 입장에선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할수록 유리하다. 마크 저커버그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삼성전자편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다.

반면 마크 저커버그는 이번 방한에서 SK하이닉스측과는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이례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에 한발 앞서 한국을 찾았던 샘 올트만 오픈AI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연쇄 접촉하면서 반도체 미팅을 이어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국내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로 들어서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국내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로 들어서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한테 삼성전자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이유는 회사명에서 이미 드러난다. 10년 전 방한 때는 페이스북이었다. 지금은 메타다. 메타는 수년 동안 증강현실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려고 애쓰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마크 저커버그한텐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걸 위해선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디바이스 메이커와의 협업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메타가 필요로 하는 증강현실 XR 반도체도 생산할 수 있다.

메타한테 삼성전자는 메타버스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인 것이다. XR 디바이스와 반도체 모두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TSMC 견제론 발언이 나온 이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등판했다. 젠슨 황은 지난 3월 1일 스탠포드 포럼에 참석했다. “AI 산업이 확장되고 있고 그에 따라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반도체 성능이 개선되고 있어서 전체 칩의 총량은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TSMC에 대한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대만계 미국인은 젠슨 황은 여러 모로 TSMC와 매우 밀접한 사이다. 엔비디아는 TSMC의 최대 고객사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 독점한 건 TSMC와의 파트너십이 있어서 가능했다.

마크 저커버그 발언의 진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TSMC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독점 구조에 주요 경쟁자로 부상해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메타는 현재 차세대 생성형 AI인 라마3를 개발하고 있다. AI 반도체가 경쟁 구도를 이루고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이상 재주는 메타가 넘고 돈은 엔비디아가 버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샘 올트만 역시 같은 이유로 한국을 찾아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둘러봤다. 현재의 엔비디아 독점 구조는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술력과 생산력을 확보한 경쟁자가 출현해야 깨질 수 있는 것이다. 유력한 대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그래서 샘 올트만은 두 회사 모두와 접촉했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 산업의 시선은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TSMC의 대안이 돼 줄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글로벌 빅테크 메타(Meta)를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가 기념 촬영하는 모습.
LG전자가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글로벌 빅테크 메타(Meta)를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가 기념 촬영하는 모습.

 

AR·XR 반도체 ‘투트랙 비전’

이번 방한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삼성전자와의 밀접 접촉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실무 논의는 충분히 나눴다는 듯이 아내와 함께 3인 만찬을 가졌다. 상호 신뢰와 교감을 확인하는 자리에 가깝다. AI 반도체 이외에 XR 반도체라는 두 가지 이해 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타한텐 XR반도체라고 하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 증강현실은 SNS 광고 회사에서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플랫폼 회사로 진화하려고 하는 마크 저커버그의 비전이 담긴 사업이다.

메타는 현재 아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리아 프로젝트는 안경 수준의 디바이스로 현재 퀘스트 AR 헤드셋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XR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쓰이고 있다. 휴대폰처럼 시스템온칩 형태로 반도체를 탑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크기가 가로 0.41cm, 세로 0.37cm에 불과하다. 이 안에 XR 경험을 극대화하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다.

 

아르테미스 설계에도 협업 추진

문제는 현재 아리아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술은 TSMC만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타는 아리아 프로젝트를 위해 TSMC와 깊이 협력해왔다. XR 반도체 여러 개를 초고밀도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TSMC의 전매특허다. 메타 입장에선 AI 반도체에선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XR 반도체에선 TSMC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메타와 삼성전자는 2019년 7나노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한 적이 있다. 당시 수율 문제로 양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은 이미 3나노 세대다. 삼성전자와의 차세대 아리아 프로젝트가 가능한 기술 레벨인 것이다. 무엇보다 2019년에 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일취월장했다. 2024년 파운드리로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2019년에 비해 더 커진 것이다.

메타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아르테미스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 훈련 추론 가속기를 위해 개발한 자체 설계 반도체다. 메타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아르테미스 반도체를 병행 탑재할 계획이다. 점진적으로 아르테미스의 활용을 높일 계획인 건 말할 것도 없다.

관건은 아르테미스를 설계하고 생산할 파운드리 파트너의 존재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 설계 업체 암과 손잡고 AI반도체 선단공정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 반도체와의 패키징까지 모두 가능한 올인원 업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메타의 AI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을 파운드리 업체로 낙점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를 고리로 TSMC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같은 빅테크 AI 서비스 업체들과 TSCM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들과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독점사 사이의 합종연횡 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애타게 엔비디아와 TSMC의 대안을 찾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의 발언은 엔비디아와 TSMC에 의존하고 있는 빅테크의 속내를 대변하는 이유다.

- 신기주 지식정보플랫폼 ‘카운트’(Coun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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