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리더들, 일상서 중용 실천
매사에 열심이나 품위는 유지
친해도 서로의 영역 침범 안해

장경순(건축공간연구원 초빙전문위원)
장경순(건축공간연구원 초빙전문위원)

살다 보면 책보다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얻는 게 많을 때가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정규 학위 교육 과정보다 비학위 과정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다. 대표적인 비학위 과정으로는 최고 경영자 과정(AMP: Advanced Management Program)을 꼽을 수 있다. 대학을 포함해 신문사와 각종 협회 등에서 다양한 AMP 과정을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최고 경영자 과정으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KBIZ AMP’가 있다. 공무원 시절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장과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에서 십여 년 전쯤 수료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우리 현실에서 인맥은 삶을 지탱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금맥(金脈)’으로 통한다. 지나고 보니 당시 만났던 KBIZ AMP 동문들이 그렇다. 학교도 고향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지금도 매월 만나고 매해 해외도 나간다.

기업규모가 크든 작든 중소기업 대표도 외롭고 무거운 자리다. 그 헛헛함과 무게를 AMP에 나와 비슷한 처지의 얘기를 나누며 힘을 얻고 정이 들며 자연스레 사업 얘기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전쟁터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산전수전 겪은 기업인들이라 자존감이 높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네트워크 과정에서 파열음도 있고 충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소중한 인맥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의 사교 모임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비결이야 다양하겠지만 공통은 ‘중용’의 미덕에서 찾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중소기업인들의 ‘중용’을 소개해 본다.

우선 매 순간 열심히 사는 삶의 태도와 자세다. 중소기업인들은 사업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이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 어떤 자리서도 눈치를 보거나 망설이는 법이 없다. 점잖은 양복 차림에도 필요한 자리라면 노래와 춤도 마다치 않을 만큼 적극적이고 성실하다. 항상 현직이다 보니 체력 관리에도 힘을 써 운동할 때도 에너지 넘치고 무엇 하나도 대충하는 법이 없다.

중요한 것은 매사 열심이지만 적정선을 넘지는 않는다. 즐기는 분위기에서도 흥겨운 감정 이상으로 격해지거나 품위를 잃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실수하거나 분위기를 깨는 일도 없다. 지금의 즐거움은 지금으로 끝내고, 다음날에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사업에 열중한다. 

다음으로는 선을 넘지 않는 인간관계다. 평소 자주 어울리며 친한 사이라도 적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인들은 누군가의 도움보다 온전히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사업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해결될 상황인데도 내색하지 않고 스스로 짊어지고 나간다. 기브앤테이크. 세상에 공짜는 없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자존심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나서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조용히 움직인다. 순수한 도움일지라도 상대방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분에 넘치지 않는 나눔과 베품이다. 정년도 없이 사회생활이 활발한 기업대표들이다 보니 기부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각종 모임에 후원을 제공할 기회가 많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든 등산모임 같은 친목 모임이든 솔선수범하면서 아낌없이 내놓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기부나 자선도 분에 넘치지 않도록 적절함을 지키려 노력한다.

중기중앙회 최고경영자 과정을 통해 만났던 중소기업들은 삶 속에서 중용을 실천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이들을 지켜보면서 때와 장소를 구분하고 처신의 적정선을 맞추는 절묘함에 감탄한다.  책으로 만나는 중용, 강의로 듣는 중용보다 크고 작은 기업의 리더들이 생활 속에서 펼치는 중용의 절묘함에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얼마 전 중기중앙회의 최고경영자 과정에 참여할 기업인과 각계각층의 리더들을 모집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혹시 사람들과 소중한 인맥을 맺고 그 속에서 책보다 더 큰 지혜와 위안이 필요한 이들은 문을 두드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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