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출근 조화 이룬 ‘하이브리드 근무제’로 워라밸 문화 연착륙

산업 구조 변화와 고령화, 대·중기 양극화 등 고용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바람직한 노동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는 기업들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일자리를 많이 늘리거나 일자리 질을 선도적으로 개선한 기업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이름 짓고, 매해 해당 기업들을 선정해 왔다. <중소기업뉴스>는 올해 분기별로 네 차례에 걸쳐 일자리 으뜸기업 네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박병근 비상교육 인재개발 코어 총괄.	황정아 기자
박병근 비상교육 인재개발 코어 총괄. 황정아 기자

에듀테크 전문 기업인 비상교육은 신입직원도, 부서장도, 대표이사도 모두 CP(Creative Planner)라는 직함으로 불린다. 지난 2018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내부 파트너십과 소통 강화를 위해 기존의 호칭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같은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모두가 동일한 업무의 주체임을 인식하게 한다.

아울러 단계가 적은 ‘소층’ 조직도 특징이다. 위계질서가 있는 수직적 구조보다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지만, 자기 의견을 고집하고 업무 진행을 납득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늘어난다는 단점도 있다. 후배는 선배로부터 배울 것이 있고 리더의 권위 또한 인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층을 줄인 소층 조직문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처럼 비상교육은 꾸준히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면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비상교육은 2022년에 전년도 대비 25.0%, 2023년도에는 24.2% 상승한 고용증가율을 보였으며,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해 유연한 근로문화 형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선택해 일하는 제도다. 주 3회는 원격근무를 하고 나머지는 사무실 근무를 실천하는데, 1회는 부서별 재량으로 모두가 출근하는 ‘오피스 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자율 시차 출근제’를 시행, 직원들의 출근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1시간 넘게 출근해 힘 빠진 채로 얼굴을 맞대고 회의하면 어렵지 않겠나. 직원들은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으로 운동이나 반려동물 산책, 취미활동 등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상쾌한 기분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비상교육에서 인재개발 코어를 총괄하는 박병근 CP를 만나 하이브리드 근무제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주3회는 자유로운 원격근무

‘자율시차 출근제’도 전격 시행

 

디지털 전환, 공간제약 벗어나

중소기업일수록 적극 도입을

 

‘교육+IT’로 코로나 때 급성장

채용연계 인턴십…정규직 94%

- 비상교육이라는 기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에듀테크 전문 기업인 비상교육은 국내에서는 교과서와 교재, 해외에서는 교육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에듀테크란 교육 사업에 IT 기술이 접목된 것으로 코로나 시기 비대면 학습이 확대되면서 급성장했다. AI, 빅데이터, 증강현실 등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상호 소통해 학습 성과를 제고할 수 있다.

 

- 기업 내부적으로도 디지털 전환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나?

지난 몇 년 동안 불어닥친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자체적으로 협업시스템을 개선했다. 화상 회의뿐만 아니라 업무까지 함께 진행하기 위해 M365와 팀즈라는 솔루션을 도입,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도 충분히 실시간으로 협업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 반드시 모여서 회의하고 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과정에 있다.

 

- 하이브리드 근무제도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 같다. 제도의 현황이 궁금하다.

먼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복지가 아니고 근무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고객 응대나 교재 리뉴얼 시기 등 특정 시기에는 함께 모여서 집중 근무를 해야할 필요가 생긴다. 이때는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데, 이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면 재택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기 마련이다.

회사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한 이유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가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나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뿐더러, 출근 과정에서의 에너지와 비용 소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비상교육의 신사옥 전경
비상교육의 신사옥 전경

- 직원들 입장에서는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도입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하이브리드 근무제 시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하겠다. 코로나 시기 불가피하게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들은 많았지만, 이후 제도화해 운영하는 곳들은 별로 없어서 참고할 만한 데이터도 없었다.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계속하기를 바랐지만, 제도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재택근무가 이뤄질 때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는데,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높아진다는 측과 낮아진다는 측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절반이나 되니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나왔다. 이에 회사 나름의 연구도 수행하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하게 됐다.

 

- 그밖에 걱정됐던 부분이 있다면?

또 하나 우려됐던 부분은 업무량의 확인이다. 개개인의 작업량을 관리자가 살펴보긴 하지만 몇 십명으로 늘어나면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두가 저마다 일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화시키면 신뢰성이 확보될 것이라 봤고, 원격 근무 일지 작성을 통해 근태 관리와 더불어 피드백까지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는 사무실로 출근하더라도 무임 승차를 찾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강화시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리라 본다.

 

- 최근 회사가 과천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비상교육의 신사옥을 지어서 옮겨가게 됐는데, ‘일의 혁신’과 함께 ‘일터의 혁신’도 이루고자 한다. 신사옥에서는 자율좌석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직장에서는 ‘자리도 권력’이라고 하는데, 좋고 나쁜 자리가 있기도 하고 보는 사람끼리 늘 보게 된다는 문제점들이 있다. 이에 자율좌석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다채롭게 소통을 이어나가고, 모두가 골고루 다양한 자리에서 업무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직원 친화적인 사무 환경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건물 가운데가 뚫려 있어 채광과 전망이 좋아, 직원들이 보다 산뜻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 인재 채용 과정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들었다.

지난 2022년에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도입했고, 지난해 기준 94%의 정규직 전환율을 기록했다. 기존의 공채와는 다르게, 지원자도 일을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고 리더도 가르쳐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상호 이해가 긴밀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것보다 현장 적응도 잘하고 성과 또한 좋게 나와서, 가능하면 이 방법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직원들이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돌 미팅’이라는 행사를 연다. 1년을 축하하면서 함께 식사하고 그동안의 소회와 궁금한 점, 안내할 것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몇몇 경력직 분들은 “디자인 채택을 위해 경쟁하더라도 매몰되지 않고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해주는 등, 여기에는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좋은 기업문화를 위해 서로 도우며 노력하는 중이다.

비상교육 로고
비상교육 로고

- 우수한 근로문화를 안착시켰는데,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더욱 도입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조직들은 개개인의 직원들이 눈에 잘 안보이지만, 작은 조직일수록 열심히 하지 않으면 티가 난다. 아울러 규모가 작으니 보다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가능하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비상교육은 재작년 12월부터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해, 1년 4개월 넘게 진행하고 있다. 도입할 때도 공청회를 통해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했고, 시행 후로도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보완하는 등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일가정 양립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통한 유연근무제 장려금도 도움이 됐다.

중소기업들도 협업툴과 의견수렴 과정을 잘 갖추면, 얼마든지 직원 만족도와 생산 효율성이 높은 활동들이 가능할 것이다. 열린 생각 속에서 제도를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유연하게 운영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고민하면 모두가 만족하는 근로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근무제 :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선택해 일하는 제도. 코로나 시기 이후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층 조직 : 계층적 구조를 없애고 구성원을 대등한 관계로 놓는 수평 조직을 지향하지만, 수직 조직의 위계를 최소한으로 남겨놓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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