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태어난 모든 존재는 늙고 병들어 사라진다. 이는 대자연의 법칙이다. 사람, 동물은 물론 식물조차도 예외가 없다. 기업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선진국 대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이고,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이다.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5년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물론 태어나자마자 망하는 기업도 있고 10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도 있으며, 일본의 건설회사 곤고구미(#金剛組)처럼 천년을 넘게 사는 기업도 있다.
인류는 늘 불로장생을 꿈꿔 왔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까지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 기업인들도 자신들이 세운 기업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꿈꾼다.

철저한 준비가 長壽의 조건
인간은 의학의 발전을 통해 평균 수명을 진시황의 시대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인간 수명이 늘어난 것은 단순히 의학의 발전에만 의한 것이 아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해 좋은 날을 받아 합궁을 했고, 임신을 하면 음식을 가려서 먹었다. 현대에 와서는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더욱 만전을 기한다. 선진국일수록 이를 위한 의료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다. 신생아 사망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창업교육을 철저히 받고 사전에 시장조사를 충분히 한 후, 우수기술 창업을 하는 것과 같다. 선진국일수록 창업을 위한 교육, 컨설팅 및 자금조달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따라서 우수 중소기업의 창업이 많고, 사업실패의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예방의학의 발달에 기인한다. 또 각종 보험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선진국일수록 발달돼 있다. 그래서 선진국의 평균수명이 아프리카 빈국보다 높다. 선진국 사람들이 스스로의 건강관리도 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각 나라는 기업의 수명 연장을 위해 끊임없이 시장환경의 개선에 힘쓰고 있다. 각종 지원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부실조기경보제도, 외상매출채권보험제도 등 도산방지를 위한 장치들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도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노력이 없는 기업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해 간다. 인간은 이를 위해 상속 및 보험제도, 사회보호시설 등 각종 생명보호제도를 발달시켜 왔다.
기업도 사업전환, 인수합병 또는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한다. 요즘은 해외진출을 통한 수명의 연장도 많아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생명연장의 방법이 다양하고, 재생의 기회를 주는 기업회생관련제도도 잘 발달돼 있다.
우리 기업의 평균 수명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것은 기업의 생로병사 관리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발달하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 경제는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기까지 기업 성장단계별 지원 및 시장환경이 잘 정비된 경제에 다름이 아니다.

생로병사시스템 갖추자
사람이든 기업이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게 하고 성장단계에 맞는 양육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병과 부실의 예방과 치료시스템도 잘 갖춰줘야 한다. 이와 같은 환경이 조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는 사람과 기업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과 기업이 있다. 이는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다.
전술한바와 같이 사람이든 기업이든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은 곤고구미처럼 1,000년 이상을 살수도 있다. 국가는 기업이 오래 살게 할 환경도 조성해야 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시장에서 잘 퇴출되게 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줘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이긴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유망기업들의 시장진입이 원활해 경제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한 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사람과 기업의 생로병사 관련 제도들이 모두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특히 중소기업의 열악한 존립환경을 보면 우리 경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시라큐스 대학의 마이클 노박(Michael Novak) 교수의 말처럼 “신의 축복이고, 부의 원천”인 기업을 통해 우리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풍요로움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순 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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