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보상 힘입어 ‘벼랑끝’ 벗어날까
13초만이었다. 순식간에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붕괴됐다. 체육관에서는 부산외대 신입생 100여명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10명이 숨졌다. 2014년 2월 17일 저녁 9시 15분경이었다.
다음날인 18일 아침 6시였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있는 경주로 뛰어내려왔다. 사고발생 9시간만이었다. 이웅렬 회장은 말했다.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도 통감합니다.” 19일 오전 유족들과 보상에 대해서도 전격 합의했다. 사고 발생 36시간만이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는 며칠째 내린 폭설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천장의 습설을 치우지 않아서 벌어진 인재였다. 일단 사고가 나자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소유주인 이웅렬 회장과 코오롱그룹의 대응은 신속했다. 코오롱그룹는 주요 일간지들에 대대적인 사과 광고도 게재했다.
코오롱그룹의 주가는 지난 18일 급전직하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 상장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주회사인 코오롱 주가는 전거래일인 17일 주가보다 2.43%나 빠진 1만6050원에 마감됐다. 19일에도 코오롱 주가는 빠졌다. 18일만큼은 아니었다. 18일 하루 동안에는 400원이나 떨어졌다. 19일 종가는 50원이 내려간 1만6000원이었다. 20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20일 종가는 100원이 내려간 1만6100원이었다. 사실상 코오롱 주가는 불과 48시간 만에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란 악재에서 벗어난 모양새였다.
적어도 시장에선 코오롱그룹의 사고 대응 태도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기업은 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언제 어디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결국 사고가 터졌을 때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코오롱은 기민했다. 덕분에 위기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어쩌면 코오롱그룹이 2009년부터 늘 비상 상황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부터 듀폰과 사느냐 죽느냐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듀폰은 2009년 2월 코오롱인터스트리가 방탄용 첨단소재인 아라미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도 5배나 강도가 높은 최첨단 섬유 소재다. 듀폰은 1973년 아라미드 섬유인 케블라를 개발했다.
코오롱은 1979년부터 독자적으로 아라미드를 개발해왔다. 2005년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6년 코오롱 직원이 듀폰의 직원과 비밀리에 접촉한 게 화근이었다. 듀폰은 FBI의 협조를 얻어서 해당 직원을 압박했다. 결국 해당 직원은 코오롱과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했다. 일종의 함정 수사였다.
덕분에 1심 소송전은 코오롱한텐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듀폰과 FBI가 작정하고 놓은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FBI 수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폐기하고 증거를 인멸한 게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때문에 1심 법원은 코오롱을 믿어주질 않았다. 코오롱 측에 유리한 증거는 채택하질 않았다. 결국 2011년 9월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이 듀폰의 149개 영업비밀을 침해했단 사실을 인정했다. 9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손해배상 판결까지 내렸다.
코오롱은 즉각 항소했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듀폰은 코오롱의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해버렸다. 3500만달러 규모에 이른다. 게다가 법적 소송 대상을 헤라크론을 개발하고 판매한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코오롱그룹의 지주사인 코오롱까지 확대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사실상 코오롱그룹 전체에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으로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12년과 2013년 내내 코오롱은 항소심에만 매달렸다.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의 범위가 너무 넓고 배상액도 과다 책정돼 있다는 걸 입증하려고 고군분투해왔다. 
그 항소심의 선고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가 터졌다. 이때 듀폰 소송에서 어설프게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가 상황만 악화된 경험이 약으로 작용했다. 책임 인정과 공개 사과에서 보상 합의까지 일사천리였다. 사실 절박한 이유도 있었다. 주가 하락만큼은 막아야 했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한화로 1조원에 이르는 배상액을 물어줘야 한다. 빼도 박도 못한다. 자산을 다 내다팔아도 모자라면 증권 시장에서 증자라도 해야 한다. 주가 방어가 필요한 시기다.
코오롱 입장에선 지금 상황은 설상가상이다. 실적은 악화일로다. 소송은 점입가경이다. 사고는 예측불허다. 코오롱그룹은 여전히 비극의 가해자다. 앞으로도 지고 갈 법적·도의적 책임은 막중하다. 채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대학생들과 유족들한텐 영원한 죄인이다. 지금은 코오롱도 곧 죽게 생겼다. 피가 마른다.

-글 : 신기주(경영전문칼럼니스트 /  「사라진 실패」 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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