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정기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과 D등급의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돼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기업은 각각 70개사와 105개사로 모두 175개사다.

구조조정 대상은 지난해보다 40%(50개사)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2개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112개사, 2014년 125개사에 이어 증가세가 계속된 가운데 올해는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최저등급인 D등급이 작년(71개사)보다 48%(34개사)나 늘어났다.

신용위험도는 A∼D의 네개 등급으로 나뉘고, 이 가운데 C∼D등급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으로 분류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 것은 직접적으로는 평가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평가강화로 구조조정 대상 늘어
채권은행들은 평가대상 중소기업 1만7594개사를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이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934개사를 세부평가 대상으로 잡았다. 세부평가 대상은 작년보다 20%(325개사) 늘었다.

세부평가 대상이 늘어난 것은 선정 기준을 강화한 결과다. 종전에는 ‘최근 3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대상이었으나 이번에는 ‘최근 2년간’으로 확대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전자부품(5개↑), 기계 및 장비(5개↑), 자동차(6개↑), 식료품(7개↑) 업종에서 크게 증가했다. 비제조업에서는 해운업 부진과 내수 부진 영향으로 운수업체가 4개에서 9개로 늘었다.

이밖에 도소매업(3개↑), 부동산업(1개↑),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3개↑)도 대상 기업이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을 통해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구계획 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D등급 기업은 추가적인 금융지원 없이 자체적인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하거나 법정관리 신청을 유도할 계획이다.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거나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신규 여신 중단 및 기존 여신 회수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하면서 3원칙으로 △엄정한 기업신용평가 △기업 자구노력을 전제한 경영 정상화 △신속한 구조조정을 제시한 바 있다.

정책자금=좀비기업 인식 잘못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정책금융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퇴출돼야 하지만 자칫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박성택·중소기업중앙회장)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의의 중소기업이 한계기업으로 인식되고, 기술성·성장성 있으나 일시적 경영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돼 구조조정 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래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11일 열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도 한계기업 구조조정 추진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이영 여성벤처협회 회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의 경우 수차례 임상 실험 등으로 신약 개발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경영지표 악화 가능성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나 산업 특성상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도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한달 이상 매일 언론에서 이야기 하는 바람에 정부정책자금 받는 기업이 다 한계기업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정책자금 받는 기업들이 ‘좀비기업’처럼 보여 중소기업들이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기업연구원(원장 김세종)은 지난 11일 ‘한계기업 현황 분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살리는 금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살리는 금융 강화를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으로 나타났으나, 전체 제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1.5%로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기존의 중소기업 워크아웃제도가 대출만기 연장 등의 소극적 방식으로 진행돼 원활한 기업회생이 어려웠다”면서 “중소기업 구조조정시 채무재조정 및 추가 신용공여를 통해 실패 기업인이 건실하게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을 ‘살리는 금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금융기관의 담보 위주 여신관행을 개선하고, 보증지원은 창업형 또는 기술기반 성장형 기업을 중심으로 전환·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보증기관의 역할을 개선해야 하는 한편, “점차 축소되고 있는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비중을 회복할 있도록 정책금융 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