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실종된 시대다. 수많은 위기 때마다 발군의 실력으로 극복하던 강력한 경영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CEO를 꼽으라고 해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리더의 부재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시대별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 리더십과 CEO를 가졌다. 산업화 시대인 1960, 70년대는 오너십으로 대변되는 제왕적 리더십이 지금의 글로벌 기업의 모태가 됐다. 삼성의 이병철과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거인들이 탄생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카리스마스적인 리더십으로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노동의 강도를 극대화해 생산량을 늘렸다. 창업세대의 일꾼들은 돌격대처럼 똘똘 뭉쳐 한국경제의 초석을 다졌다.

이어서 후계자격인 경영 2세대들이 바통을 받았다. 이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무사히 이겨내면서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과시했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특히 ‘무엇을 만드냐 보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경영 판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의 행로를 뜯어고쳤단 뜻이다. 한국경제도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했다.

ICT가 주도하는 2000년대는 도전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중무장한 전문경영인들이 출몰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렇듯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각 시대마다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출몰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돼 주었다. 문제는 2010년대다. 수많은 기업에서 2,3세로의 가업승계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예기치 않은 리더십 리스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시대의 오류 메시지다.

경영학의 대가인 짐 콜린스 교수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통해 설명했다. “경영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짐 콜린스 교수가 제시한 클락 빌딩(Clock Building)의 핵심 내용이다.

한번 시간을 알려주는 CEO 보다는 그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시간을 알려 줄 수 있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하는 CEO란 말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카리스마적인 CEO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일이다. 한사람의 일생 혹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만들 수 있는 기업을 바란다면 영원불변의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인가, 시계를 만드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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