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중소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중소기업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시장감시 기능(현행 공시항목 등)은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라며 “일부 대규모 기업집단의 기업경영 또는 승계과정 중에 중소기업 영역 침범 등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가로채거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존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한 각종 규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며 “피터팬증후군에 걸려 기업성장을 위한 각종 투자나 수출, 고용창출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금액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고 있어 현행 65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618개 계열사)이 중소기업 사업 영역에 침범을 해도 제도적으로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이처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제조업 관련 한 협동조합도 “최근 10조원 상향조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취지는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면서, 한정된 재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상향기준 조정의 전제는 한국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투자,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2008년 이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합은 “현행 자산기준 5조원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종의 A사 역시 대기업집단 지정 상향조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도 대기업이 계열사 또는 대기업 출신 임원이 근무하는 회사를 통해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침투하는 사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준을 완화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돼 현 제도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행유지가 답이다”
이렇듯 대기업 집단 기준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큰 고통을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를 비롯해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벤처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중소기업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우선, 대기업집단의 지정기준을 현행으로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신산업투자 등 경제활성화 위한 규제완화는 초기 대기업집단(5~10조)에 한해 예외로 인정한자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65개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618개 계열사) 지정해제는 과도하며, 38개 관련법에 원용되는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산업·업종별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준대규모점포를 통한 골목상권 진출(유통산업발전법), 공공소프트웨어 조달시장 참여(소프트웨어진흥법) 등 중소기업 영역으로 무분별한 사업확장 규제는 반드시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산업진출, 해외시장진출, 벤처투자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는 초기 대기업집단(매출 5~10조원)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중소기업계는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제한의무를 유지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핵심이 대기업 계열사 간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제한을 통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하자는 뜻이다.

현행 기준을 유지할 경우 대기업집단의 무분별한 순환출자 폐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정책도 지속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중소기업계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공시의무도 유지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은 지분매각 등 교묘한 방법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일감몰아주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불공정경쟁을 조장하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및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CEO 78% “제도 필요성 절실”
한편 중소기업 CEO 10명 중 7명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제도에 관한 의견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개사 중 7개사(68.6%)가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상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CEO 10명 중 7명(매우 적정함 6.8%, 적정함 64.4%)이 현행 대기업 지정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8%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정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자산규모에 따른 차등의무 적용’(56.3%), ‘자산기준 조정’(13.9%) 등으로 응답했다.

제도 개정으로 지정 해제된 대기업집단이라 하더라도 계속 적용돼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제한’(75.1%),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68.9%)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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