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추진하던 근로시간 단축안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고용노동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입법계획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법안소위는 여전히 올해 중 재추진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시한 산업계로서는 갑자기 닥친 발등의 불은 피했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판에 큰 걱정거리 하나를 새로 떠안게 된 셈이다.

국회가 논의를 접은 것은 주요 쟁점에서 여야 4당 간의 이견차가 큰 탓도 있지만 중소기업단체장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근로시간 단축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 소득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윤소라 여성벤처협회장,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이 노조 입장만 편향적으로 대변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중소기업에서만 연 8조6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서 따라갈 수 없다면 범법자만 양산할 뿐”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어 “국가 통치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안을 지금 할 필요가 있느냐”며 “근로시간 단축안은 현재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기업 현실을 외면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긴커녕 오히려 축소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무경 여경협 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조기업은 가능한 모든 공정에서 ‘로봇화’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개정안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자는 취지엔 찬성하지만, 급격히 진행할 경우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안대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제가 경영하는 효림산업의 경우 1인당 주당 15만원의 임금이 줄게 된다”며 “월 60만원의 임금이 줄어드는데 이를 받아들일 근로자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도 “납기를 맞추는 것만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경쟁력”이라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납기를 맞출 수 없고, 결국 도산하는 기업만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남규 자랑스러운중소기업인협의회 장 역시 “근로시간은 노사가 합의해서 결정할 문제로 이번 안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개정안은 외국인 일자리 창출에만 기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정기 도금조합이사장(SKC 대표)은 “SKC 직원이 200명인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70명을 더 고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채용이 어렵다”며 “국회가 산업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인기영합 정책만 내놓는데, 중소기업 현장에 직접 와봐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근로시간 단축 법 개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해고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 법안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보완책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범위를 4단계로 세분화하고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근로를 8시간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현행처럼 50%로 인정하고 파견규제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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