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학회, 중소기업 공약 평가 심포지엄

 

“대선 후보들의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보면 중소기업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과제들이 대부분 반영돼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재원 확보방안이 빠져 있습니다.”

유력 대선후보 5명의 중소기업 정책 공약 마련 의지는 강하지만 추진방안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학회(회장 이정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 5명의 중소기업 공약을 평가하고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했다.

중소기업부 신설, 구체적 실행방안은 없어
이날 심포지엄의 사회는 중소기업학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맡았고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이 주제 발표를 했다.

김세종 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5명의 대선후보 모두 중소기업부 신설과 공정거래위원회 위상강화를 공약하는 등 중소기업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타부처와의 업무조정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고, 공정위의 강화된 권한을 중소기업을 위해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일자리와 관련해 각 후보들이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 공공부문과 민간 및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은 것에 환영했다. 하지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 곽수근 서울대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이윤재 숭실대 교수가 각 후보들의 중소기업 공약을 △중소기업정책 거버넌스 구축 △시장의 공정성 확립·소상공인 △4차산업·창업·벤처 △일자리 창출로 나눠 평가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정부의 거버넌스 구축’ 분야 토론에서 “매번 대통령선거마다 중소기업부를 설치하겠다고 대선후보들이 공약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선후보, 선거일 전 구체적 방안 제시해야
이 교수는 “이번에도 대선 후보 모두가 같은 공약을 내놨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중소기업부에 대한 공약 내용은 과거 대선 후보들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후보들은 선거일 전에 중소기업부의 담당 업무 윤곽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중소기업부 설치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대안도 내놨다. 이 교수는 “산업의 횡적·종적 연결고리가 강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융합화·협업화 추세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부문과 중소기업청을 합쳐 중소기업부를 만들고, 현재의 산업부는 통상과 자원을 합쳐 통상자원부로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부 신설의 기대 성과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에서 구호로만 끝났던 기업의 성장사다리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부가 신설되면 기업규모별로 필요한 정보들이 한곳으로 집중됨으로써 현실과 부합되는 방식으로 신축즉으로 빠르게 조정되고, 기업성장을 더 활성화 시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의 기업규모별로 단절된 정책을 중소기업부에서 기업규모간, 기업성장의 상호연계성에 적합한 정책을 입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매년 1%씩만 늘려도 5년이면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위원회 中企 인사 참여 제도화 필요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시장의 공정성 확립·소상공인’ 분야 토론에서 “사실 대선후보들의 중소기업계 관련 공약이 비슷해 ‘서로 베끼기’‘단순 나열식’인 측면도 있다”며 운을 뗐다.

곽 교수는 “역대 정부부터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많았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한다”며 “지도자부터 중소기업 문제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중요한 핵심과제라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차기정부에서는 지도자가 일관된 추진력을 가지고 임기 내내 중소기업 문제에 대해 항상 체크하고 모니터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정책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분야 각종 정부위원회에 중소기업 인사의 참여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에 중소기업 관련 인사가 한명도 없다는 것.

곽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처럼 대기업 길들이기에만 치중하지 말고 경제 검찰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계 의견이 충분히 공정위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4차산업·창업·벤처’분야 토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제대로 대응해 경제 발전을 이끌기 위해 ‘기업’보다 4차산업형 ‘기업가’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창업 패러다임을 기존 생계형 창업 중심에서 기회형 창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 치킨집 개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창업은 스타트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촉매제 및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준비수준이 스위스(1위), 미국(5위), 일본(12위), 독일(13위)에 비해 한국(25위)은 크게 뒤처진다”며 “차기정부 대통령은 4차산업에 청년인재가 뛰어들수 있도록 기업가형 인재양성 교육과, 관리자가 아닌 기업가형 액셀러레이터(생태계)가 많아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 개선, 자원 투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먼저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 분야 토론에서 “중소기업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면 청년과 장년에게 충분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청년과 여성 고용 촉진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 등의 공약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만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공공과 민간 주도형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며 “다만 청년 일자리 창출에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원칙과 다소 거리가 먼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고 비판했다.

각 후보의 일자리 정책이 서로 비슷하고 나열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컨대 대부분의 후보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어떤 문제에는 해결에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문제에는 예산이 필요한 것처럼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풀어나가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 정책들이 나왔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후보들이 대선 전에만 중소기업 정책을 주목하고 당선 이후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책 성공을 위해 지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일관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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