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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뤄선 안될 영세 소상공인 ‘생존 안전판’
김도희 기자  |  dohee@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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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4호] 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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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31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왜 시급한가?’라는 주제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해 소득을 높이는 사람을 위한 정책입니다.”
지난달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왜 시급한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포함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한시적(일몰제)으로 운영되고 벌칙이 없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재지정 심의와 명확한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4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날 토론회는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자리로 토론회장에 추가 의자가 배치될만큼 청중으로 붐볐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본부장은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강조했다.
이동주 본부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각각의 정책 목표는 혁신 선도 역량 강화와 혁신 적응 역량 강화”라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설계됐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현재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근거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대·중소기업간 자율협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중소기업이 협의해 대기업이 특정 품목과 관련된 사업 확장이나 시장 진입을 않겠다고 약속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신사협약’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자율협의와 실효성 부재, 한시적 지정 등 현행 제도 한계와 문제점을 들어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마련됐다. 골목상권에 대한 대기업의 편법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부재하다는 배경에서다. 정부가 주체가 돼 업종을 지정하고 심의하며 오는 6월 업종 특성,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적합업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정시 대기업 영업범위 제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이 의원과 정 의원은 각각 지난해 1월과 12월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각자 발의했지만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지정된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한 사업을 인수하거나 개시하는 것이 전면 금지되며 이미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영업범위가 제한된다. 법적 의무가 없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는 달리 명확한 강제성이 부여된다.
이동주 본부장은 “한국 산업 전체 사업체의 87%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의 평균임금은 1943만원으로 전 산업 평균임금의 59.9%, 대기업 정규직 평균임금의 29.7%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약 30%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국내 소상공인의 궁핍하고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며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재계에서는 주로 통상마찰 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대하나, 국민 10명 중 5명은 ‘통상 분쟁의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소상공인을 위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반 시 이행강제금 등 장치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양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도)와 이혜정 변호사(법무법인 동화), 이수동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장,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정연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책실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와 발의 법안 내용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재계에서는 특별법을 반대하는 근거로 산업 부작용과 통상마찰 가능성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양창영 변호사는 “기존 적합업종제도 도입 및 그 시행에서도 통상 마찰 부분은 가능성의 문제 정도만 언급됐을뿐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때문에 통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반박했다.
이혜정 변호사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제도가 마련돼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으면 그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영업정지나 사업철수 등의 권고나 시정명령에 그치지 말고 불이행시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도 “적합업종 제도를 자율적 합의방식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보완을 촉구했다. 그는 “대기업이 자율적 합의라는 틀을 이용해 업종선정을 질질 끄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며 적합업종을 정부가 지정할 것도 제안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품목은 아직 미정이다. 순대, 막걸리, 어묵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이 유력 후보군이지만 새 품목이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품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특히 이날 소상공인 업계에선 김밥과 담배소매업이 거론됐다.

김밤·담배소매업 포함도 거론
업계 대표로 참석한 이수동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장은 “도시락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도시락의 정의가 다소 불명확한 점을 악용해 도시락만 뺀 김밥 등의 생산체제를 구축, 확장, 신설하는 대기업의 편법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김밥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시락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규모는 축소됐지만 도시락 사업을 제한받은 대기업이 김밥, 주먹밥, 햄버거 등으로 편법 진출을 하면서 되레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연희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책실장은 “편의점은 60~70%, 중소형 슈퍼마켓은 40~50% 매출이 담배에서 나온다”면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대기업 계열 편의점에서 팔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편의점은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담배 판매 이면 계약을 맺어 이익구조를 악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편의점 점포와 본사는 담배 판매가격의 10%인 수익을 7대 3으로 나눈다. 하지만 소매인 지정 혜택은 본사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실장은 “CU, GS25,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들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가 전부 가맹본부로 담배와 관련해 가맹본부가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서 “KT&G가 공동물류하는 형식을 빌어서 대기업과의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중소유통산업의 담배 소매권 지정에 따른 갑질이나 불공정 관행의 근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대기업들과 생계 영역에서 경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특히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만큼은 조속히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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