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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들인 애니메이션, 받는 돈은 고작 2억”…제값 받기 ‘절실’
김도희 기자  |  dohee@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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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3호] 승인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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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부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창의 중기중앙회 콘텐츠산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창작·개발자가 적정대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창의 중소기업중앙회 콘텐츠산업위원장)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제작시 평균적으로 편당 8000만~2억원이 소요되는데 공중파의 방송권료는 편당 1000만원 이하다.” (남진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


지난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는 관련 업계의 건의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미래산업인 콘텐츠·관광산업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이창의 중기중앙회 콘텐츠산업위원장 등 관련 업계 대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 불합리한 규제·제도 개선,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콘텐츠산업 내 불공정한 계약 관행 개선 △가상현실(VR) 게임 등 신산업 분야 정책 마련 △콘텐츠산업의 국제적 유통 플랫폼 진출 지원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다뤘다.

‘창작·개발자 중심 생태계 조성’ 요구
먼저 이창의 중기중앙회 콘텐츠산업위원장은 “110조원 시장의 콘텐츠산업이지만 여전히 콘텐츠의 정당한 대가지급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창작·개발자 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모바일게임 전체 수익 중 개발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17%~18.5%에 그치고, 캐릭터 이모티콘 사업도 구글과 플랫폼 사업자가 최대 80% 가까이 수익을 가져간다”며 “개발자가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콘텐츠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하드웨어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정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무료제공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문화콘텐츠산업의 내실 있는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남진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도  “애니메이션 한 시리즈 제작에 최대 60억원이 투입되지만 미디어가 주는 방영권료는 2억원 내외에 그친다”고 호소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은 광고 수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작권과 2차 부가판권을 제작사와 공유하는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정하게 계약하고 합리적인 제작비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표준제작비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극화된 게임 산업생태계 개선을 위해 모태펀드를 통한 지원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게임산업은 연간 12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대형게임사 3곳(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이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게임제작사 지원을 위한 모태펀드는 본질적으로 ‘투자’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 보다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와 기업에 몰리는 특성이 있다”며 “투자회수비율을 낮춘 성장사다리펀드 도입 등 신규개발사들이 다양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VR·아케이드 게임업계
고병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아케이드 게임(동전을 넣고 즐기는 전자오락기기를 갖춘 사업장 게임)에 관한 규제를 지적했다.

고 이사장은 “아케이드 게임은 남녀노소 오픈된 공간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인데 문체부로 이관된 후 지원 정책이 미비하다”고 토로했다. 1999년 옛 상공자원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체부로 이관되고 난 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어 “전 세계 아케이드 시장 규모는 300조원인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며 “모바일, 온라인 게임은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규제한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장은 인형 뽑기 기계도 규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형 뽑기 게임기 안에 들어가는 물건이 인형, 완구류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치약, 비누 등 생필품도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상규 한국VR·AR콘텐츠진흥협회장은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가면 도쿄 중심에 VR, AR 대규모 체험 건물이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법 규정상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체험존의 핵심 요소는 창의라고 생각한다”며 “창의적인 시설, 공간, 분위기 담기 위한 법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고, 여러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놀이 문화는 변하는데 현재 제도로는 다양한 요구, 형태를 담을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VR 체험은 회의실 같은 공간에 동일한 사이즈의 놀이 시설만 담아 획일적이고 재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윤식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PC방 점주들이 신분증 검사를 해도 학생들은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게임 로그인 시 본인 인증 강화시스템을 도입하고 학교에선 신분증 도용·연령 위반 게임물 이용은 범죄 행위라는 인식 강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법상 PC방 업주 같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이용자가 등급을 위반한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임물의 윤리성과 공공성 확보·사행심 유발 조장·불법게임물 유통 방지·청소년 보호가 주목적이다.

PC방 점주는 법 위반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10일 또는 1개월, 3개월 허가 등록 취소 같은 행정 처분을 받는다.
학생이 계도나 훈방 조치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조치라는 게 최 이사장의 얘기다.

“콘텐츠산업이 4차 산업혁명 핵심역할”
이어 박명구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시연출산업의 근거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전시연출산업의 근거규정을 신설하고 전시연출산업이 문화산업에 포함되도록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지역서점을 보호하자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실제 매장이 없는 서점의 공공기관 도서 구매 입찰 참가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콘텐츠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를 기반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구조로 인해 콘텐츠에 대해 제값을 주지 않는 현실과 시장의 양극화, ‘갑을 관계’로 대변되는 불공정한 산업생태계는 중소 콘텐츠기업의 의욕을 꺾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성을 제고하고 정서적 깊이를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산업적 가치에 대한 조화로운 시각으로 진흥정책을 수립해 주고,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의 호소에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제값받기 문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해외사례 등 조사를 통해 창작자, 개발자가 잘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기상청에서 발표한 온도와 체감온도가 다르듯이 중소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늘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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