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제조 중소기업

코로나19로 멈춰버린 한국경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한국경제가 곳곳에서 멈춰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공구상가가 밀집돼 있어 상인들로 분주하던 구로공구상가도 찾는이 없이 한산하다.
코로나19로 멈춰버린 한국경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한국경제가 곳곳에서 멈춰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공구상가가 밀집돼 있어 상인들로 분주하던 구로공구상가도 찾는이 없이 한산하다.

제조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조업 중단, 매출 감소, 운영자금 부족 등의 악순환을 겪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그 이후 중소기업들이 겪을 대혼란이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장은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최저임금, 52시간 근로제를 어떻게 중소기업이 받아들이느냐라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주문량은 계속 줄어있고 인력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각종 노동현안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조업의 위기는 비단 코로나19 때문에 촉발된 것은 아니다. 황 센터장의 지적처럼 이미 몇 년전부터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와 함께 미중 통상갈등이 심화되면서 일감이 감소한 제조 중소기업들의 경영 어려움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중소기업의 대표는 노동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너무 단기간에 인건비(최저임금)를 정부가 너무 올렸다대외적인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았는데, 왜 유독 한국만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혈안이 됐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남동공단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2~3년전부터 제조업체 가운데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곳을 심심치 않게 봤다제조업을 포기하고 대신 공장을 임대하면서 손해를 일단 만회하자는 자구책이었다고 회상했다. 제조업체가 임대업으로 업종 전환을 한다는 건 지속된 경기하락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 발표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생산액은 737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83분기 795조원과 비교하면 7.4%나 감소한 수치다. 수치만 봐도 지난해 제조 중소기업에게 매우 힘든 시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힘든 2019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2020년을 맞이한 제조 중소기업들에게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반등의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조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공급원가의 특성상 대기업은 대외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원가 상승분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할 나름의 명분을 들고 인하 압력을 할 수 있다.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해 수·위탁거래 중소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은 원인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부담 전가(33.8%),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31.7%) 등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예로 들어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원가부담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전가할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남기욱 신진산업 대표는 말한다. “예전에는 저녁 9시에 퇴근해도 공장 불을 환히 켜고 조업하는 업체들이 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오후 5시만 되도 공장 기계음이 들리는 곳이 별로 없어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변에 식당들도 문 앞에 안내문을 내걸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11~14시까지 점심식사만 합니다’” 그는 덧붙인다. “과연 당분간이 언제까지일지 그 말이 참 공포스럽습니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제조 중소기업 대표와 업계 전문가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재택근무 정착 등 체질개선최저임금제가 혁신 걸림돌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

김포시 장릉공단에 위치한 흥진정밀은 30여명 남짓 일하는 소규모 제조 중소기업이다.197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품질 시험기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전통 제조업을 5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흥진정밀은 대기업 못지 않은 선도적인 기업문화를 적용해 경영의 효율화를 달성하는 보기 드문 혁신기업이다.

정부에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도입을 권장하자, 3월초부터 현재까지 생산직원을 제외한 관리직 및 사무직 임직원의 재택근무를 전격 단행했다.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100% 활용하게 됐어요. 실 보다 확실히 득이 많습니다.”

정태련 흥진정밀 대표는 매일 3차례 화상회의를 10분씩 진행한다. 동시에 여러명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직원들의 하루 업무일정과 결과를 체크한다.

정 대표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서로가 무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또 얼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비교가 되기 때문에 생산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련 대표는 “재택근무를 통해 누가 능동적으로 일을 수행하는지 평가가 바로 된다”며 “이전에는 회사 출퇴근만으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로 직원들의 면면을 다시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흥진정밀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도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 시스템을 계속 정착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앞서 도입을 하다보니, 뜻하지 않은 상황도 겪게 됐다.

최근 고용노동부 관할 사무소에 유연근무제 도입 지원금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신청 기업이 거의 없다 보니 관할 공무원도 해당 절차에 대해 신속하게 처리가 안됐다”며 정부의 세심한 관리와 홍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재택근무 도입 말고도 흥진정밀은 오래전부터 근로시간 단축과 야근을 축소하는 ‘워라밸’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부터 제조업종에서 민감할 수 있는 잔업을 없애고 퇴근시간을 앞당겼다.

흥진정밀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5시30분까지다. 야근과 잔업을 없애는 대신 기존에 받던 임금 보다 손해가 나지 않게 조정했다.

정 대표는 “천천히 오래 일하자는 습관이 사라지니 전체적인 생산성이 향상되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충도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흥진정밀과 같이 자발적으로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혁신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태련 대표는 “최근 지역사회의 고졸 출신을 대거 채용하는데, 이전에는 고민하지 않던 최저임금이 당장 걸림돌이 됐다”며 “우리 회사의 숙련공들이 아무런 기술이 없는 신입직원들을 일일이 가르쳐야 하는 긴 수습기간이 필요한데, 정부가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버리니까 생산 초보인력 채용에도 약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흥진정밀처럼 인력투자 차원에서 신입직원을 솔선해서 뽑는 것도 정 대표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정태련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관하는 차세대 CEO 교육프로그램의 수료생들인 가업승계 2세 경영자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저희 회원수가 200명이 넘는데, 이번 코로나19로 지역사회별로 여러 고충이 많다”며 “대구지역에 워터파크를 경영하는 대표는 아예 문을 닫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고 소식을 전했다.

한편 정 대표는 “올해는 어찌됐든 버티는 경영을 할 것”이라며 “특히 그 동안 기업의 경영 변화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는데, 이번 위기를 기회로 기업의 체질을 다시 한번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 이권진 기자

 

남기욱 대표

제조업 등지는 숙련기술자 청년 유인할 혜택마련 시급
[남기욱 신진산업 대표]

“앞으로 제조업에서 나오는 여러 일감을 두고 업체별로 자신들 고유 업종 상관없이 저가라도 수주하자고 달려들겁니다. 모든 업체가 다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죠. 건강한 제조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인천 가좌공단에 있는 신진산업의 남기욱 대표는 제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2015년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배관 분야 기능장인 출신이기도 하다.

15년 이상 산업현장에서 종사한 최고의 숙련기술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는 2012년부터 산업현장 교수로도 활동하며 제조산업의 인재양성 최전선에서 선 기술인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후 제조업계에 상당히 심각한 인력공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요즘 자기만의 숙련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 대표들 중에 사업을 아예 접고, 기술자로 전향해서 먹고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기술숙련 우위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렵게 기업을 유지하는 경영자의 길 보다 그냥 자기 가족만 먹여살릴 기술자의 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그 정도로 업계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요.”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대기업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숙련공들이 쏟아져 나왔는데도,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들이 은퇴를 하거나 업종을 완전히 바꿔 제조업을 등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뿌리산업종의 숙련기술자의 공백이 상당히 벌어져 제대로 일할 기능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남 대표는 “산업 현장에는 40대 숙련 기술자들의 인력풀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수년간에 걸친 기능 인력의 양성과 배치 및 수급에 대한 문제점들이 현실화되고 있기에 심각한 상황이다. 그가 더 염려하는 부분은 새롭게 제조업계에 뛰어들 수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축소와 유인정책의 효율성 측면, 나아가 우대받고 안정적으로 뿌리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서비스업종 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점이 없다는 인식이 젊은 친구들에게 생긴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의 각종 지원금 정책이 제조업 기능인력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 대표는 “직업훈련을 하고 더 배우려는 현장의 인력에게 더 많은 지원 혜택을 줘야 한다”며 “요즘엔 정보습득이 빠른 산업계 고등학생들이 취업후 퇴직해 실업수당을 받고는 일반 요식업종에 고용계약 없이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을 달라고 제안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직업훈련기관 등을 거쳐 제조 중소기업에서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느니, 젊은 친구들 중에는 실업수당을 받고 고용계약 없는 알바 1~2개 뛰면 250만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다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개탄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미 조선업종에 인력공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남 대표는 “제조업계는 수많은 세부 업종이 나뉘어져 있다”며 “정부가 각종 지원·육성정책의 외형적 규모만 키울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었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기업 관련 공무원들이 산업현장을 자주 둘러보며 실질적인 정책의 효율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기욱 대표는 “모든 중소기업이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큰 부담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사람을 계속 고용하고 육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원정책이 이제라도 강구돼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이권진 기자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장

수출 中企에도 악영향 확산조직문화 변화는 긍정효과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52시간은 유예시점이지만 현재 코로나19로 대-중소기업간 밸류체인이 망가진 시점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잔여파동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미국, 유럽으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수출에도 점점 악영향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황경진 센터장은 대안으로 중국을 사례로 들면서 기업에 대한 세제 납부 유예가 아닌 감면 또는 면제를 제안했다. 중국은 지난달 19일 국무원 상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코로나 19사태로 취업안정성이 타격 받는 것을 방지하면서 기업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에 부과되는 사회보험료를 단계적으로 감면하기로 했다.

한국의 경우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와 경북, 경산, 청도 소재의 중소기업에 한해 30~60%의 소득세와 법인세가 감면된다.

그리고 황 센터장은 코로나19는 중소기업에 영향 줄 수 있는 많은 외부요인 중 하나이지만 상수요인은 아니다라면서 최저임금. 52시간 등 중소기업에게 상수요인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뤄져야 코로나19사태가 일단락 된 후 폭탄처럼 밀려올 과제들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향후 대응 방향도 조언했다.

최저임금의 경우 매년 6월 정도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논의가 지연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 사태 중소기업 현장에 악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라는게 황 센터장의 분석이다. 황 센터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적용되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 된것도 사실이라면서 장소의 제약이 적은 사무직의 경우 재택근무여도 업무 퍼포먼스에 차이가 없기에,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재택근무가 업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이코노미가 지난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성을 묻는 질문에 이전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53.7%)에 달했고, ‘성과가 더 좋다(26.8%)’좋지 않다(19.5%)’는 의견보다 많았다.

황 센터장은 이에 덧붙여 스마트폰을 활용해 쉽게 할 수 있는 만큼 화상회의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기에 이번 계기로 중소기업계도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것을 제안했다. /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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