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국회통과에 유감 논평
생산거점 이전·공동화 가속 우려

온실가스 배출량 35% 감축을 명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이 지난 25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계 전반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영세업체가 많은 자동차부품 산업은 내연기관차 시장 축소와 전기차 부품 수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탄소중립법 시행은 자칫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을 회복 불능상태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가운데)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상근부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경제 5단체 상근부회장단이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가운데)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상근부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경제 5단체 상근부회장단이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지난 19일 탄소중립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논평을 내고 이법의 이행 당사자인 중소기업계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환노위를 통과한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수치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설정한 구체적인 근거가 없고 하위법령이 아닌 탄소중립법에 명시한 것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또한 2030 NDC의 급격한 상향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큰 경제적 비용이 수반되고 중소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 대응 자체를 포기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지난 25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상근부회장단 회의를 긴급히 열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경영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제단체 부회장단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35%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명문화 되었다는 점, 감축목표 수치를 설정하게 된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법 시행 속도 조절해야

또한 부회장단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에너지 체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탄소중립 정책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등에 따른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탄소 감축은 결국 가야 할 길이지만, 문제는 절차와 방법, 속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 상 관련 기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일방적으로 던져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런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 업계와 협의는 커녕 의견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직격탄을 맞게 될 자동차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2030년 탄소 24% 감축을 위한 전기 동력차 전환을 누적 364만대에서 385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인데 느닷없이 국회가 입법 추진 문제를 제기했다내연기관 시장 축소와 전기차 부품 감소의 이중고를 겪는 부품업체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밝혔다.

또 연합회는 수 년 동안 지속된 완성차업계의 부품단가 동결과 인건비 상승 부담 등으로 중소 자동차 부품사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주력 생산 거점을 속속 옮기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법 시행은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탄소배출량 많은 철강업계도 전전긍긍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기업 110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93.8%에서 지난해 2.8%1.0%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에서 1.3%까지 떨어져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업계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서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기준 수천억원 규모의 탄소배출부채가 쌓여있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규제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2030년까지 35% 이상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결국 생산량을 대폭 줄이거나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기술이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기술(CCUS) 등 미래기술로 이들 모두 상용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NDC 상향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도 2030 NDC 설정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나 과도한 목표 설정에 따른 중소기업계 영향분석과 전폭적인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중소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탄소중립을 서두르면 기업들이 하나둘씩 해외로 떠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경총은 탄소중립은 산업 구조 전환으로 불확실성을 가지고 접근해야하는데, 현재 국가의 탄소중립 방안은 너무 긍정적인 전망으로만 기준점을 잡고 있다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략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제가 있는 지원 방향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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