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박지연 서울여행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대형사 간 양극화 심화
갑을관계 벗어야 선진화 구현
업력·상품력 갖춘 회원 모집
코로나 때 국내여행상품 ‘집중’
지자체와 협력통해 판로 확대
中企 해외진출 서포터 되고파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만난 박지연 서울여행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황정아 기자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만난 박지연 서울여행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황정아 기자

서울지역 여행업계 발전을 위해 2020년 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사 판로 확대를 위해 정부·지자체 등과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박지연 이사장을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만났다. 이하는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여행업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후 1991년 졸업과 동시에 중국 민항 전문 여행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 때 장가계, 하이난, 북경 골프상품 등을 국내 최초로 기획·판매하면서 회사가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기여했다.

2011년 독립해 라오스 전문 온라인여행사를 시작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실을 열고 항공, 항공물류사업,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했다. 현재는 몽골도 추가해 2개국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Q조합 설립 계기는?

2019년부터 조합 설립을 구상했다. 중소 전문여행사들은 대형 여행사에 상품을 공급하므로 대형 여행사와 똑같은 상품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전문성은 높지만 자본·판로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중소 여행사들이 플랫폼을 형성해 대형 여행사와 상품은 동일하면서 만족도는 더 높은 상품을 제공하자며 20년 이상의 업력과 상품력을 갖춘 30여개사를 설득해서 모았다. 조합원사들이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국가는 30개 이상이다. 천연 진주알들을 꿰어 최고의 목걸이를 만든 셈이다.

Q조합 설립시 어려움은 없었는지?

조합을 설립할 때 이걸 굳이 내가 왜 힘들게 해야 하는지 여러 달 고민했지만 업계 발전을 위한 옳은 방향이기에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중소 여행사들이 대형 여행사와의 갑을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자체 상품 개발과 이익 실현을 할 수 있어야 여행 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2019년 여행 수요는 폭발적이었지만 업계는 내부적으로 너무 썩어있었다. 그래서 사장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힘들어도 진주알들을 꿰기로 결심하고 실행했다. 거창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옳은 일이라면 힘들어도 그냥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다.

Q업계와 조합원사 상황은?

여행업계도 대형 여행사와 중소 여행사 간의 양극화가 심하다. 업계의 80% 이상이 중소 여행사인데 5개 남짓의 대형 여행사가 매출의 80%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홈쇼핑 상품판매에 있어 대형 여행사가 중소 여행사에 큰 부담을 지우는 관행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여행사들의 경쟁력 강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20201월 조합을 설립하고 창립총회를 실시했다. 그런데 총회 직후 코로나가 발생했고 1년만 기다리면 여행수요가 폭발할 걸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3년째로 접어들면서 업계는 어려움 가운데 자정의 기간을 가졌고 지금은 내실 있는 단단한 업체들만 살아남았다. 다행히 조합원사 중 폐업한 경우는 없으며 모두가 업에 대한 소명과 철학을 가다듬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Q조합의 공동사업 성과는?

코로나 상황으로 아웃바운드가 막히자 조합은 인바운드로 눈을 돌려 지난 3년간 국내관광을 많이 연구했다. 충북 단양군·제천시, 전남 남원시 등 지자체와의 협업사업, 한국관광공사 혁신 바우처 사업 수행을 통해 상품을 개발해 수익으로 연결했다. 이러한 공동사업의 효과로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조합 매출과 조합원사수가 성장했다. 다만 사업영역 중복 등을 고려해 조합원사를 너무 많이 증가시키지는 않을 계획이다.

Q공동사업 추진 상의 애로사항은?

정부 지원사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행업계가 필요로 하는 ‘AI를 활용한 여행 일정 및 견적 자동 생성 기술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지원사업에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업종 이해도가 낮아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관광업계 ICT인력 신규채용 지원사업에 신청하려 했으나 기존 직원이 있어야 신청 가능해서 포기했다. 고사 직전인 중소 여행업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대형 여행사만 활용 가능한 정책이 됐다.

Q향후 업무 추진계획은?

현재는 여행 재개에 대비해 현지의 상품들을 재세팅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각 지역의 관광시스템이 무너져 있다. 최소 2~3개월간은 철저한 현지 실사를 통해 식당, 가이드, 호텔 등과 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조합은 쿠팡, 네이버스토어 등에서 국내 테마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먹거리 여행, 차박캠핑, 상품 기획을 위한 팸투어 등 다양한 상품을 계속 기획해서 출시하고 있다. 또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카드뉴스 제공, 랜선투어와 관광지 홍보 등도 진행하고 있다. 또 강원도 등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추진을 통한 판로 확대를 추진하고, 중기중앙회·협동조합의 해외 비즈니스 수요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서포터즈 역할도 수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Q계획 중인 사회공헌활동은?

국내의 다문화 여성을 로컬 관광 크리에이터로 양성해 한국 시골생활 영상을 찍어 자국어로 SNS에 올리게 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 민간외교관 역할을 통해 이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수익도 얻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서 닭울음소리, 시골생활만 영상으로 올리는 태국 여성이 있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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