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250여일…현장선 개선 건의 봇물
중기중앙회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 간담회’ 개최
11개 업종별 안전관리자들 “신속한 제도보완” 한목소리

“생산인력도 못 뽑을 판인데 전문인력 충원 여력 있겠나”
정부 차원서 인건비 보조·업종별 안전전문가 지원 절실

외국인노동자 비율 높은 제조업 맞춤형 안전교육도 필요
산안·소방·화관법 난립…통합안전관리 체계 도입 시급

지난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중소기업 현장 의견 수렴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현장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에 대해 건의를 하고 있다. 사진의 책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예방교육을 위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따라하기’ 안내서다.
지난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중소기업 현장 의견 수렴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현장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에 대해 건의를 하고 있다. 사진의 책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예방교육을 위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따라하기’ 안내서다.

#“중소기업은 생산에 투입할 인력을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뽑지 못하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안전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요.” - 50인 규모 플라스틱 제조업체 안전관리자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근로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 하지만 각국에서 온 근로자들과 긴밀한 소통도 어렵고 막상 교육 효과도 미비합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는 올라가는데 현장에선 어떻게 예방교육을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50인 규모 합성피혁 제조업체 안전관리자

 

11개 업종별 중소기업 안전담당임원과 관리자들이 지난 1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산업 현장의 각종 애로를 호소하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을 위한 현장 의견수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플라스틱, 자동차부품, 철강, 화학제품 등 업종별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실제 안전관리를 맡는 임원과 관리자 등 20여명이 참석해 양현수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 등 담당자에게 각종 현장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10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안전관리자는 작년에 대기업 계열사였다 매각분리되면서 중소기업 입장이 됐다며 기업규모 변동에 따라 이전과는 달라진 경영환경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애로를 설명했다.

그는 이전(대기업 계열사)에는 안전관리자 채용이나 안전교육과 관련해 비용 문제를 크게 느끼지 않았으나, 이제는 외부에 관리감독을 맡기고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모든 비용이 다 부담스럽다안전관리자와 감독자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양현수 고용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양현수 고용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정아 기자

현재 중소기업이 안전관리자를 직접 채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간 3000만원대 인건비가 소요된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안전관리 전문기업에 업무대행 계약을 맺는 분위기다. 하지만 안전관리 대행에도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A사의 안전관리자는 안전과 보건 업무대행 비용으로 연간 1400만원을 지출하고 있지만 막상 대행을 맡기다 보니 제조현장과 유기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B사의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자의 별도 채용보다는 자체 양성 프로그램이 가능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는 정부는 별도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안전관리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생산현장에서 누군가는 안전관리자 업무를 모두 하고 있다다만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증이 없는 것뿐인데, 이미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일정 교육을 수료하면 안전관리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각종 안전 규제에 대해 통합적인 감독·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중소기업계는 산업안전과 중대재해법 말고도 소방법(소방청), 화관법(환경부) 등 각 안전관리 전담기관에서 요구하는 서류양식도 다르고, 안전관리의 관점과 해석도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C사의 안전관리자는 기관마다 감독하는 안전관리 영역이 서로 겹치는 게 대부분인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인 안전관리 체크리스트와 이에 따른 의무사항을 간소화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50여일이 됐지만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선 안전관리 기관마다 법률 해석이 상이해 혼선을 빚고 있다.

300인 규모의 의약품 제조업체 D사의 안전관리자는 사업장의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가 칸막이로 나눠져 있어 사무직에게 안전보호구를 지급해야 하는지 기관별로 문의를 구했다관할 안전보건공단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회신한 반면 산업안전감독관은 지급해야 한다고 해석해 서로 엇갈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생산인력도 부족하고 촉박한 납품기일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만성적자에 빠졌다라며 정말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명료한 안전관리 체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양현수 고용부 안전보건감독기획과장은 ·중소기업 간 안전보건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이 안전보건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령은 정비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계의 애로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 중대재해 감축 패러다임을 자율·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수립 중인 추진과제로 올해 10월 중 발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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