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줄인상에 中企 휘청… 지원책 촉구나선 소상공인들
요식·숙박·미용·PC방 등 “2~3배 폭등”
장사 하자니 안쓸수도 없고… 부담 눈덩이

물가상승→소비자 부담 가중→경제 악순환
납부유예는 임시방편, 에너지바우처 필요

소상공인 난방비 전용보험 조속 도입 주문
고효율 냉·난방 제품으로 교체 지원 당부

지난 21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부장이 한 PC방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1일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부장이 한 PC방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이에 올해 1월 사용분 전기·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은 중소기업계는 아껴 써도 예전보다 2~3배 폭등한 요금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지난 21일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관련 경제단체들이 쏟아낸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 봤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송년 특수는커녕 혹한의 12월을 보냈던 소상공인업계가 이번엔 한파보다 더 무서운 각종 공공요금 폭탄을 떠안았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업계가 난방비 폭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회장은 난방비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물가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는 결국 경제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 결과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6%에 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오른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종업원 줄일까 고민 중

전기요금은 1년 전과 비교해 h당 총 32.4(30%) 상승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영업용137.1%, 영업용239.8% 상승해 소상공인의 난방비 부담이 매우 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음식점, PC, 미용실, 노래방, 호텔 등 업종별 소상공인 대표들이 직접 나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특히 이들은 각자가 받은 전기·가스 요금표를 확대 인쇄해 구체적인 인상폭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줬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덕현 대표는 보통 가스요금이 30~35만원 정도 나왔는데 지난달(1) 고지서엔 2배가 넘는 75만원이 나왔다가스와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손님이 줄어들 위험 부담을 안고 음식 가격을 올려햐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유덕현 대표는 정부 지원제도 가운데 전용 보험 사례를 들며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 여름에 폭우로 인해 가게가 침수된 적이 있었다그때 풍수해보험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데 이번 한파가 왔을 때 과하게 나오는 난방비를 보상해주는 소상공인 전용 보험 제도가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유은파 대표는 이번 달 부과된 고지서를 보고 믿을 수 없어 주변 업소들의 12, 1월분 고지서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 이상 상승하는 등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난방비를 30% 이상 인상할 경우 서비스 요금도 함께 인상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 대표는 정부의 납부유예 지원책 보단 직접적인 요금 지원이 필요하고, 업종·매출별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면서 또한 정부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만도 3.5배 인상

전기료 폭등도 문제다. 소상공인들은 전기보일러나 전기 냉·온풍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기료 상승이 곧 난방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익환 대표는 지난 12월 전기요금이 5200h를 사용해 27만원이었는데 1월 전기요금은 5900h를 사용하고 95만원이 나왔다현실적으로 전기요금만 3.5배 이상 인상됐는데 업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금이 인상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사직전까지 갔던 일반 노래방 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시동 대표는 노래방 업종은 코로나로 인한 강제 집합 금지 등으로 지난 2년간 부분 영업만 진행했다안 그래도 전기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 중 하나인데 요금이 올라 정말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숙박업을 하는 윤상미 대표는 기존에는 각 층에 불을 10개씩 틀었다면 최근에는 5개로 줄였는데도 전기세가 30% 이상 올랐다고 실상을 공개했다. 이어 윤 대표는 업주가 노력을 해서 전기를 아꼈으면 지출 요금도 함께 줄어가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렇듯 소상공인업계가 직면한 에너지 비용 폭등 사태에 대해 오세희 회장은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오 회장은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서 발표한 납부유예나 분할납부는 임기응변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와 요금 할인 등의 지원책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통해 냉·난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상공인의 난방비 절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냉·난방 시설을 고효율 에너지 제품으로 교체할 때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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