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12년만의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중소기업계와의 교류협력 재개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동행, 지난 17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해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4대 그룹 회장, 전경련 회장단 등 12명이, 일본 측에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 등 11명이 각각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일 기간 개최한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다. 국내 4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소부장 中企, 일본 원천기술 희망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한국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한일 양국이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 과학기술, 경제안보 등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해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전날 발표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거론하며 “미래 세대의 교류가 늘어나고 상호 이해와 협력이 확대된다면 양국 관계가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발언을 한 김기문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국 기업인 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급속도로 퍼지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한국의 WTO 제소 취하 등 실질적 변화도 이뤄지고 있어 기대도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많은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원천기술을 필요로 하고 한국의 ICT 등 첨단 중소기업들도 많은 만큼 양국 기업 간의 기술·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면서 “중소기업계도 민간 차원에서 일본의 중소기업단체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일본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중의원(전 자민당 간사장)과 간담회를 가진 내용을 소개하며 “니카이 의원이 ‘과거는 역사박물관에 보관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하셨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이날 김기문 회장이 소개한 니카이 의원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는 결국 미래 역사학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혁홍·배조웅·손인국·김동우·심승일·최우각 중기중앙회 부회장으로 구성된 중소기업 대표단은 김기문 회장과 함께 한일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단절됐던 양국 중소기업계 간의 교류협력 복원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중소기업 대표단은 지난 16일 자유민주당 당사를 찾아 니카이 도시히로 중의원, 하야시 모토오 중의원과 간담을 갖고 한일 양국 간 교류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니카이 도시히로 중의원은 자민당 간사장을 역임한 13선 의원으로 일본 정치권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통하며, 특히 경제산업성 대신을 3차례 지내면서 양국 중소기업을 비롯한 경제계간 교류협력 확대 및 우호 증진에 기여해온 인물이다.

니카이 중의원, 김 회장에 분재 선물

하야시 모토오 중의원 역시 경제산업성 대신을 역임한 자민당 10선 의원으로 니카이 의원과 함께 지한파로 평가받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 2019년 중기중앙회장 취임 시 니카이 의원이 축하난을 보내주셨는데 한국 언론에 보도가 되는 등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면서 “이번에 다시 회장에 취임해 함께 한일 중소기업 관계를 논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정상회담 계기로 재일교포를 포함한 양국 국민들간 교류활성화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경제산업성에서 이번 정상회담 이후 한일 중소기업 간 업종별 교류를 적극 지원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니카이 의원께서 관광협회 회장을 겸하는 만큼 양국 교류활성화를 위해 일본인들을 동반해 한국을 방문해주길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니카이 의원은 “한일 양국 교류를 반대하는 일부 낡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역사박물관에 보내고 새로운 세대의 행복을 위해 양국 상호 간 교류에 나서길 희망한다”며 양국 교류에 본인도 적극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하야시 의원도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적, 경제적 교류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경제산업성 등 정부를 통해 양국 중소기업 간 교류를 적극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민당 당사를 찾은 김기문 회장에게 니카이 도시히로 중의원은 환영의 의미로 벚꽃 분재를 선물했다.

이에 김 회장은 환대에 감사를 전하면서 “니카이 의원께서 2015년 일본 관광객 2000여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관광객 5000명과 함께 서울에 왔으면 좋겠다”며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니카이 의원은 김 회장의 초청에 꼭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중소기업 대표단은 지난 17일 일본 중소기업청 및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를 방문해 양국 중소기업 간 인재·기술 교류 확대를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했다.

중기중앙회는 △한·일 중소기업 협력정책 간담회(2009) △아시아 중소기업 대회(2013) △한·일 중소기업 정책포럼(2014)을 개최하고, 2019년에도 양국 교류 확대를 위해 일본에 중소기업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실무진 간 후속사업 구체화

이후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교류가 위축됐으나 최근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에 이른 만큼 민간 차원 교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연내 일본에서 7번의 수출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일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김기문 회장은 “양국 중소기업 교류 활성화 및 중소기업의 일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후속 사업들을 실시해 이번 중소기업 대표단 파견의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국내 한 언론사와 이번 한일 정상회담 및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기문 회장은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에 협동조합이 900개에 불과하지만 정도 일본은 1억3000만명에 협동조합이 3만5000개에 이른다”면서 “그동안 일본의 협동조합·단체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가 최근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으로 실질적으로 중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무진들이 관련 단체들을 방문해, 5월말을 목표로 다시 협력 관계를 다지자는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구체적인 협력사업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