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규정⋅재배 노하우 등 난제 산적
10여년 노력 끝 수출전진기지 안착

“코리안 가든센터 500곳 설치 추진
농업설비⋅용품 전진기지 맡을 것”

미국 78개 도시 지역한인상의 총괄
10월 세계한상대회 성공개최 전력

명예대회장으로 김기문 회장 위촉
“중기중앙회 손잡고 축제의 장 열것”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이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자신의 코러스 오키드(Korus orchid) 농장에서 직접 재배중인 호접난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이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자신의 코러스 오키드(Korus orchid) 농장에서 직접 재배중인 호접난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상의 노하우와 미주한상총연의 네트워크를 통해 양 기관 협력을 극대화하겠습니다.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 활성화와 한상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미주한상총연)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대표단을 맞이했다.

이날 미주한상총연과 중기중앙회는 ‘한국 중소기업 미국 진출 지원 및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특히 올해 10월 국내에서만 열리던 세계한상대회가 최초로 해외(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상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상대회 조직위원회도 미주한상총연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조직위원장은 황병구 회장이 맡았다. 한상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명예 대회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황병구 회장은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1차 세계한상대회'를 250만 재미동포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병구 회장은 미국 50개 주 내 78개 도시에 설립된 지역 한인상공회의소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명실상부한 미국 내 최대 규모 한인 경제단체를 이끈다.

재외동포재단은 오렌지카운티 행사를 시작으로 격년으로 해외에서 세계한상대회를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10월로 예정된 21차 대회는 그 기틀을 마련하는 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처음 여는 해외 행사인 만큼 외국에서는 어떻게 대회를 열어야 하는지 그 노하우를 축적해 다른 국가 개최 단체에도 전수할 것"이라며 "해외 개최의 기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8일 미국 올랜도에서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한국 중소기업 미국 진출 지원 및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과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8일 미국 올랜도에서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와 ‘한국 중소기업 미국 진출 지원 및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과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경제단체의 수장인 황병구 회장이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지난 2001년.

경북 청송 출신인 황 회장은 2001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이민해 21년째 호접난 농사를 짓고 있다. 10에이커(4만여㎡) 크기의 난 농장 ‘코러스 오키드’(Korus orchid)를 운영한다.

2016년 중앙플로리다한인상공회의소를 창설한 뒤 초대회장을 맡았고, 2019년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이사장을 지낸 뒤 2021년 회장을 맡았다.

미국 올랜도에서 외곽으로 약 30분을 차로 달리면 황병구 회장의 광활한 하우스 농장이 나타난다. 황 회장이 경영하는 농장은 호접난 재배로  미국 내에서도 유명하다. 황 회장 자신도 난에 대해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난은 월마트나 홈디포 등에 대형 유통체인에 납품된다.

그는 20여년전 불모의 미국시장에서 호접난 대미수출의 업적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로 울산 화훼업계에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울산에서 호접난 농장을 운영하다가 2001년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울산에서 사기화분에 담은 호접난을 일본으로 처음 수출하기도 한 그는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수시로 수출 물건에 대해 트집을 잡는 일본과 춘절 때 반짝 수요만 있는 중국보다는 미국 시장에 주목했던 것이다.

한국의 난을 가져다가 미국에 키워 현지에서 팔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를 위해 농소난수출영농조합이라는 영농조합을 설립했다.

“한국 난을 가져다가 미국에서 키워서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에 팔자고 조합을 만들었어요. 농림부와 울산시, 조합이 동참해서 수출 전진기지로 이곳 플로리다 올랜도에 농장을 만든 거지요.”

울산시와 조합은 호접난 미국 수출을 위해 사업비 8억여원을 들여 올랜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3000평 규모의 수출전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1년 4월에는 울산시 북구 농소화훼단지에서 1년 동안 키운 호접난 중간묘 3만그루가 미국으로 처음 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어도 잘 안되는 평범한 농부인 그가 농림부와 울산시청을 설득하고, 조합의 투자까지 이끌어내서 미국으로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호접난을 들여왔으나 검역규정상 호접난이 화분에 심은 채 반입되지 않았다.

뿌리의 흙을 완전히 제거하고 미국에 수출하다보니 손실이 20~40%에 이르렀다. 호접난들이 15~20일 가까운 긴 이동시간 동안 영양분 부족으로 마르거나 미국에서 옮겨 심은 뒤에도 생육장애가 생겨 생존율이 낮았던 것. 결국 그는 대만으로부터 난을 수입하기로 했다. 대만과 미국 간에는 식물을 화분째 들여올 수 있는 협정이 체결돼 있었다.

황 회장은 대만 호접난을 들여오면서도 애틀랜타총영사관과 주미대사관을 통해 검역문제 해결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미대사로 재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덕수 대사와 농림부 소속으로 대사관에 파견된 김경규 농무관이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이때 호접난 검역문제 해소를 한덕수 대사와 김경규 농무관에게 직접 건의했습니다.”

황 회장의 건의에 김경규 농무관과 후임인 박병홍, 권재한 농무관은 호접난 검역 문제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섰다. 십여년간에 걸친 황 회장 노력과 우리 공관의 도움으로 드디어 2017년 양국간에 화분째 들어올 수 있는 협정이 체결됐다.

지난달 28일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오른쪽 여섯번째)의 호접난 농장을 방문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일곱번째) 등 중소기업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오른쪽 여섯번째)의 호접난 농장을 방문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일곱번째) 등 중소기업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호접난의 미국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하겠다는 황 회장의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제주, 경기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LA와 플로리다에 화훼‧난 수출 전진기지로 농장을 설립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농장은 황병구 회장이 유일하다시피하다.

황 회장에게는 호접난을 통한 한류의 확산이라는 또다른 포부가 있다. 20여년전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왔을 때처럼, 미국 전역에 코리안 가든센터를 설립해 한국 호접난의 아름다움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겠다는 것.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회장이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자신의 코러스 오키드(Korus orchid) 농장에서 직접 재배중인 호접난과 함께하고 있다.

그에게 가든센터는 단순한 화훼 판매소가 아니다. 한국의 청년들을 채용해 고국의 청년실업난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한편, 가든센터를 위한 설비작업과 판매 등에 관련된 모든 자재와 비품을 전량 한국에서 수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의 농장이 한국 호접난의 미국수출 전진기가 된 것처럼, 가든센터가 국내 농업설비‧용품 수출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해외에서 처음 개최되는 한상대회의 성공, 한국 호접난 수출 4000만달러 달성, 코리안 가든센터 500개 설치 등 그는 제2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주 한인 상공인들의 수장으로 황 회장은 한국 중소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중기중앙회가 한상대회 준비에 큰 힘이 돼 주고 있습니다. 미주 한인 상공인들도 중기중앙회와 함께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시장진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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