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유장희 한미기업인친선포럼(KABFF) 상임고문

美기업, 한국 中企에 관심 지대
기회 살려 美 진출 확대 바람직
혁신 스타트업에도 열린 시장

첨단기술 습득 위한 절호 기회
美, 네거티브 규제로 기업 숨통
한국, 민간 주도 규제혁파 필요

美 순방, 양국관계 도약에 한몫
바이오⋅AI 등 50건 통큰 합의
반도체도 긍정적인 조율 예상

유장희 한미기업인친선포럼(KABFF) 상임고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특히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보다 민간 기업의 역할을 더욱 중시하고 성장의 해법을 세계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파하는 개방적 거시경제 전문가이자 통상‧협상전략 전문가로도 통한다.

유장희 상임고문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중견‧중소기업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기업 간의 강철같은 파트너십으로 세계 시장을 함께 공략할 역사적인 시대가 왔다”고 공언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의 기업인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경제영토 확장에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뉴스>가 지난 5월 2일 유장희 상임고문을 직접 만났다. 여전히 학자적 풍모와 온화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82세 노학자의 고견을 정리했다.

유장희 상임고문이 두 손을 힘껏 맞잡으며 견고한 한미 중소기업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미기업인친선포럼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 등 급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양국 중소기업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장희 상임고문이 두 손을 힘껏 맞잡으며 견고한 한미 중소기업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미기업인친선포럼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경쟁 등 급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양국 중소기업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그동안 교수, 원장, 위원장, 회장 등 수많은 직함으로 학계, 정부, 국제기관 등을 거치면서 한국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해오셨는데, 한미기업인친선포럼(KABFF: Korean-American Businessmen Friendship Forum)의 상임고문이란 호칭이 낯설면서도 해당 포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한미(韓美) 동맹은 정치‧군사적 유대뿐만 아니라 굳건한 경제 파트너로 70년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업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저에게 자꾸 질문을 해왔어요.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중국 편향 기류가 감지되는데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 섞인 물음이었죠.

제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외교통상부 자문위원장 등을 맡은 전력 때문에 자문을 구한 겁니다. 저는 정부의 외교정책 향방이 개별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품고 한미 경제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지난 2018년 11월 양국 중견‧중소기업인들의 뜻을 모아 친선 포럼을 출범시킨 겁니다.

출범 초창기에는 30명 정도의 기업인들이 모였는데, 그간 활발한 활동을 통해 현재는 200명이 훌쩍 넘는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기업인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월등할 만큼 높습니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출범한 미한기업인친선포럼(AKBFF)도 이러한 추세에 따른 결과물일 겁니다.

유장희 상임고문은 미국 클라크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종신교수로 재직했다. 1989년 잠시 한국에 온 그는 정부의 간곡한 요청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설립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그는 8년간 부원장과 원장으로 연구원을 이끌며 한국경제의 국제 정책 방향과 전략을 확장하는 선구자로 일임을 다했다.

그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고 교수와 명예교수로 지금까지 학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국제경제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 한미경제학회장,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학회장을 역임했고 정부 사이드에선 외교통상부 자문위원장 등을 맡아 정책 자문 및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장관급인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하며 한국경제의 균형 발전과 대‧중소기업의 상생문화 정착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밖에도 그는 매일경제 상임고문과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등을 거치면서 학계, 정부, 국제기관, 언론기관, 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미국 중소기업계가 한국 중소기업과의 파트너십에 강력한 니즈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아시아에선 한국 말고도 중국, 일본 등의 쟁쟁한 기업들이 즐비한데요. 왜 미국 기업인들이 유독 한국을 주목하는 건가요?

지금 미국 기업인들을 비롯해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국가적 이미지가 무척 좋습니다. 문화예술분야에서 아카데미상도 나오고 K-Pop이 크게 히트를 치고 있는 성과들이 대표적인데, 사실 이것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국제사회의 자유 촉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미국 기업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의 기업인들과의 인연을 간절히 맺고 싶어합니다.

여기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있어 미국 중소기업인들이 유럽시장에 이어 아시아 지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과 외교 갈등이 악화일로이고 일본은 경제성장률 자체가 답보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이 더욱 매력적이란 거죠.

한국의 5000만 시장을 보는 게 아니라 수십억 아시아 시장을 함께 보자는 겁니다. 우리 기업인들과 손잡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미국 기업인들의 열망이 뜨겁습니다.

유장희 상임고문의 설명처럼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중소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인들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는 한국 중소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리 중소기업도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미국을 손꼽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한·미 경제협력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1.3%가 미국과 수출을 통해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93%는 미국과의 경제교류 확대 의향이 있다고도 응답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액 규모는 171억달러다. 이는 전체 수출액 1175억달러의 약 15%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 미국이이면서 동시에 미국은 한국이 6~8위권의 교역 상대국이다.

- 한미 중소기업들이 함께 손을 잡고 전 세계 시장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면 짜릿한 기분마저 듭니다. 우선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서 북미 시장 진출을 핵심 목표로 삼는 곳도 많은데요. 북미시장이 갖춘 비즈니스 환경 이점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전통 제조기업을 비롯해 혁신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미국 진출은 모두에게 열린 시장입니다.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술개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엔 전 세계에서도 기업에게 가장 친화적인 금융시스템도 한몫 합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 금융은 기업의 각종 대출이 용이하고 이자율도 무척 저렴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미국 정부의 기업 규제 정책입니다. 미국은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면 안되는 것만 몇 개 명시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최대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지 않습니까. 할 수 있는 것만 몇 개 정하고 나머지는 불법이 되는 거죠.

한국의 기업들은 먼저 정부 규제와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죠. 반면 미국에선 오히려 기업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원들이 발벗고 입법을 발의하는 게 일상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네거티브 정책 시스템을 적극 펼쳐야 합니다.

- 우리도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을 통해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규제 혁파의 임무를 공무원 중심으로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규제혁신추진단에도 민간 전문가들이 일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운영은 공무원들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규제를 없애는 건 공무원들 입장에선 정부 부처 간의 정책 권력이 사라지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한국이 완전한 네거티브 규제 정책 환경이 되려면 2000년대 초반 독일의 하르츠 개혁(Hartz reforms)에 준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독일의 기업인이 고통받는 모든 규제를 다 조사하고 기업계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당시 슈뢰더 총리가 바로 공표를 했습니다. 규제 개혁은 민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올해 10월 시행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변동 단가 산정 방식과 그 계산에 있어서 민간 분야의 전문가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등의 전문가와 기업인 출신 전문가들을 통해 정확한 계량지표를 도출하자는 거죠.

-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4월 24일부터 30일까지 미국을 국빈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긴밀한 협력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참여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신다면?

제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부원장과 원장을 8년, 외교부에서 정책자문위원장을 12년을 했습니다. 역대 정부를 두루 거치면서 대외경제정책을 개발하고 국제 통상과 대외 협상 자문을 했기에 대미 관계를 조금 아는 축에 듭니다. 윤 대통령과 우리 기업인들이 이끌어낸 여러 협약과 약속은 정말 대단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합니다.

그 이유는 공식적인 발표만 살펴봐도 그 이면에 발표하지 않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짐작이 갑니다. 이는 미국의 외교 스타일을 이해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와 소통하는 막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간 MOU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자칫 일부 국가에 편향적인 뉘앙스를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와 협력 의지가 강철같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한 것은 결코 이번 성과를 과대포장한 것이 아닙니다. 역대 정부가 이끌어 낸 결과 중에 가장 진일보했다고 판단합니다.

-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후’ 과정에 있어 양국 고위급 실무자간의 ‘강철같은 교감과 합의’가 있었다는 걸로 해석됩니다.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訪美)를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에 대해 경고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미 동맹은 수평적인 시선에서 국제 정세에 대한 상호간의 신뢰 구축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미 의회를 찾아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습니다. 그것도 흠잡을 곳이 없는 영어 연설로 말이죠. 의원석과 방청석에선 26번의 기립박수가 나온 것도 높게 평가합니다. 정치적 셈법에 능수능란한 미국 정치인들이 이처럼 환대를 한 배경은 명확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있어 확신과 믿음을 강하게 줬기 때문입니다. 12년 만에 성사된 국빈 방미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켰고 경제 안보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5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제약과 의료기기, 디지털헬스·기기 수출 등이 포함된 바이오 분야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국의 제약·바이오 관련 업계가 배운 게 많습니다. 한국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넘어 새로운 분야로의 성장이 절실합니다. 저는 그것이 생명과학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분야에 있어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인적 자원과 기술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제 관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상호 협력입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FDA 승인을 우리 기업들이 원활하게 받아야 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죠.

마침 유장희 상임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2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제품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유 상임고문의 예견처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양국의 의료제품 공동개발과 수출 생태계 조성의 후속조치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 이번 국빈 방문 이전부터 양국 정부(산업통상부처)간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SA)의 후속조치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기간에 확실한 공동 합의는 없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한미 정상 간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일부 뉴스에선 한국기업의 부담을 줄이기로 하는 정부 차원의 추가 조율 소식도 나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은 특정 국가에 한해서만 차별적인 지원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13건의 MOU는 배터리·반도체·AI 등 산업 분야에서의 굵직한 합의를 이뤘습니다. 아마도 IRA와 반도체법과 관련해서도 보다 진보적인 국가 간 합의가 앞으로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첨예한 의제로 거론된 IRA와 반도체법은 기대한 만큼의 합의가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IRA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제외된 상태다.

이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게 관건이다. 이에 대해 유장희 상임고문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수준으로 단기간에 국산화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며 “시간적 유예 확보 등 양국의 긍정적인 후속 조율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정부는 기업체에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 등 민감한 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달라는 예외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양 정상 간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유장희 상임고문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양국 중견‧중소기업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기업 간의 강철같은 파트너십으로 세계 시장을 함께 공략할 역사적인 시대가 왔다”고 공언했다.

인터뷰어 이권진 기자, 사진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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