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원부족·수출중심’ 공통점
통상환경 급변에 공동대응 모색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인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인 간담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복원됨에 따라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본발 수출 규제로 인한 갈등이 최근 해소된 점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양국은 여전히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다. 작년 기준 일본은 한국의 4위 수출국이자 3위 수입국이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흐름은 업계 전반에 비즈니스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계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중소기업간 교류 재개를 준비하며 일본 시장 진출과 기술협력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기간 중인 지난 8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과 비공개 간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간 경제 교류 활성화는 물론, 첨단 신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한국의 강점인 ICT와 제조융합기술을 함께 교류 협력한다면 한일 중소기업 모두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시다 총리에 한일 중소기업 교류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문 회장은 간담회 직후 “아무래도 원천 기술은 일본이 앞서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에서 부품·소재를 가져다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외국에 수출하는 부분에서 서로 이익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0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한일 경제협력 인식 조사’를 한 결과, 향후 일본과의 경제 교류 확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6.6%에 달했다. 경제 교류 활성화가 기대되는 분야(복수 응답)는 ‘수출 확대’(84.1%)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인적·기술 교류 확대’(14.6%), ‘통관 등 물류 원활화’(12.9%), ‘소재·부품·장비 수입 원활화’(11.2%) 순이었다.

일본은 국내 중소기업의 주요 거래국 중 하나다. 중기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일본 수출액 규모는 109억달러로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의 1175억달러의 9%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액이 306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대일 수출의 3분의 1 이상(약 36%)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에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동행한 것을 계기로 중소기업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하고, 일본 중소기업계와의 교류협력 재개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동행, 지난 17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기문 회장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의 기술·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면서 “중소기업계도 민간 차원에서 일본의 중소기업단체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은 일본 기업들이 가진 원천 기술이 필요하고, 한국에는 ICT(정보통신기술) 등 첨단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양국 기업 간에 활발한 기술·인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업종별 협동조합과 함께 민간 차원의 교류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지원을 위해 하반기에 수출컨소시엄 사업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3년 넘게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권에 직접 들었던 반도체 업계도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반기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한일 경제 교류 정상화가 공급망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 미국·유럽 주도의 공급망 급변 속에 부분적으로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을 많이 다변화해 일본 소재와 장비 의존도가 많이 줄었지만 일본산이 아예 안 들어온 것은 아니다”라며 “복잡했던 공급 절차가 간소화되면 업계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떼어놓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일 간 반도체·배터리 산업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자국과 우방국의 기술이 적대 세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배터리 중심 협력 공간이 넓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중심 수출 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유럽 주도의 거센 통상 파고에 맞서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한일이 협력해 차별적 대우에 반대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옹호하는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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