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업 금융지원 방안 발표에
中企, 맞춤형 금융대책 마련 호소

현장선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허덕
급격한 금리인상 ‘엎친데 덮친격’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울산광역시에 있는 한 조선사 현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울산광역시에 있는 한 조선사 현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조선업계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끈질기게 건의해 왔던 조선산업의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추가 공급 등 금융지원이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선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의 대책에 머무르지 않고 중소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업계를 위한 맞춤형 세부 지원도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울산 현대호텔에서 열린 조선업계와의 간담회에서 △RG 발급기관 확대 △RG 한도 추가 설정 △특례 보증 지원 규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금융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은행 등 RG발급기관 추가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재도약기’라고 부를 만큼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 1분기 세계 선박 시장의 40%(수주액 기준)를 차지했다. 수주 잔량에서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868만CGT(표준선 환산톤수·80척)를 기록했다. 앞으로 3년 이상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 금융위와 RG 발급 은행들은 대형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RG 발급 한도를 조정하는 등 추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RG 발급이 늦어져 선박 수주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은행들이 대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적시에 진행해 수출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역보험공사가 복보증(2차보증)을 지원하는 요건이 ‘전체 분담 한도 85% 소진’에서 ‘개별 금융 회사 분담 한도 70% 소진’으로 완화됨에 따라 은행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조선사를 지원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RG 발급기관도 늘린다. 서울보증보험은 약 1조 6000억원, 대구은행은 1억달러 규모(잔액 기준·현대증공업 계열 한정)로 RG를 신규 취급하기로 했다.

대형 조선사 말고도 조선업계의 중견기업인 중형 조선사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마련됐다. 정부 발표안을 살펴보면 중형 조선사에는 HJ중공업과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형 조선사에 대해 시중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이 적극적인 RG 발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중형 조선업계에 대해서는 재무 상황이나 구조조정 등을 감안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위주로만 RG를 발급해왔다.

이번 조선업계의 금융지원 확대 방안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금융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해 온 주요 현안 과제들이 주요 정책 과제로 반영된 결과물이란 평가다.

김기문 회장 잇단 요구 정책에 반영

그동안 김기문 회장은 중소 조선사의 RG 특례 이외에도 조선기자재 특례 보증 한도 등을 금융당국에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정부의 금융지원 방안이 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계를 위해 세분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 조선사의 수주 호황 속에서 중소기업계는 낙수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고 각종 자금난과 인력난에다가 원자재 가격마저 급등하는 복합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당수 중소형 조선소들은 일감이 있어도 낮아진 신용도와 과거의 실적 부족을 이유로 시중은행이 선주가 요구하는 RG 발급을 기피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중소 조선기자재업계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더욱 강구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창용 부산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본부장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대부분의 중소 기자재업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여기에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각종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부가 현실적인 정책금융을 신속하게 지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이권진‧김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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