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세운지구 재개발 진행되면 인쇄소공인은 어디로

서울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 지난 16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중구 인쇄생태계 육성·보존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는 총 3개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한국인쇄학회 조가람 박사가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서 ‘중구 인쇄 집적지의 특징’에 대해  발표했다.

조 박사는 “2020년말 현재 서울시에는 9100여개 인쇄 및 관련업체가 운영 중이며, 중구에 5500여개사가 소재해 60.2%의 집적화가 이뤄져 있다”며 “중구 인쇄 집적지는 조선시대 주자소 설치 이후 도심지와 연계해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조선시대와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인쇄산업의 살아있는 역사 도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구 인쇄 집적지의 특징으로 조 박사는 △대중교통의 요충지 △주요 거래처‧고객과 인접 △집적화로 외주(하청) 용이 △소량 다품종 생산에 최적화 △관련업종 집적에 따른 이익 발생과 기술인력 수급 용이 △역사적 상징성 등을 꼽았다.

중구 인쇄 집적지는 2017년 서울시에 의해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됐으며, 2021년 중구에서 인쇄 특정개발 진흥계획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까지 서울시에서는 진흥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태다.

진흥계획의 주요 내용은 △24개 인쇄 및 인쇄관련 권장업종 집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스마트 앵커 시설 및 SMP 지식산업 센터 구축 등 인쇄 클러스터 조성 △집적지 인쇄 산업 활성화와 고도화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사업 추진 △인쇄지원센터 통합 운영 등이라고 조 박사는 소개했다.   

전국 최대의 인쇄 집적지 소멸 위기

두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심한별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선임연구원은 ‘서울 도심부 정비계획과 산업적 영향 ’에 대해 발표했다.

심 연구원은 “도시 기본계획은 법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전제하고 “서울시의 도심부 정비계획은 그간 잘게 쪼개져서 관리되고 있던 소단위 정비관리지구를 더 큰 단위로 묶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단일한 정비관리지구로 통합하고 직주복합도심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최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심부에 녹지를 확대하고 주거용 건축물을 공급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 신산업을 유치해 인쇄 등 기존산업과 융합해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심 연구원은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주거지역을 확충해 도심 거주 인구를 10만명 더 추가하고 상업지역 녹지비율을 15% 이상으로 높이며 옛길 등 역사적 경관을 보존해 관광지화한다는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심 연구원은 서울시의 재개발 및 정비사업이 서울 도심부의 제조업 분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5년~2008년 완료된 서울시의 도시환경 정비사업으로 인해 사업체수가 4000여개 감소했고 일자리도 1만 5000여개 줄었으며 제조업체수가 감소하고 금융·보험·정보서비스 등 업체수는 증가했다고 말한다. 심 연구원은 “제조업이 있으면 경제위기를 버틸 수 있지만 금융위기가 오면 금융, 보험 등 일자리는 해고로 인해 감소된다”고 지적한다.

심 연구원은 도심에서 제조업 공간을 유지한 사례로 뉴욕 제조업을 들었다. 전미 도심제조업연합회는 10년에 걸쳐 뉴욕과 전미 도심제조업을 규합해 협회를 조직했으며 적극적인 홍보와 행사를 통해 도심 제조업의 존재와 의미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고 대선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에 따르면, 런던의 제조업도 런던 도시경제의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인정을 획득했다. 영국의 소도시들은 도시계획 준칙에 제조업 공간 유지를 위한 정책으로서 10% 규칙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개발 면적의 10%는 시세 이하로 임대료를 부과해 기존 사업체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심 연구원은 인쇄업의 역사와 도시경제에 대한 기여, 일할 수 있는 권리의 차원에서 중구 인쇄업계도 인쇄업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존 일자리⋅유통기능⋅노포 존속돼야

마지막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은선 서울과학기술대 연구교수는 ‘청계천 을지로 지역 가치 살리기’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청계천 을지로 지역 전면 재개발이 도심 제조업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제조업과 유통상가 밀집지역인 입정동 세운 3-1, 4, 5구역에서 지역가치와 산업 생태계를 무시하고 2018년 4월부터 퇴거와 철거가 시작되면서 2만여 기술 노동자, 유통업 종사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청계천·을지로의 금속 제조 공장과 공구 유통업은 4차 산업혁명의 공간으로 다품종 소량 유연생산이 가능한 중요한 제조·유통 생태계”라며 “도시의 역사와 다양성, 사회적 자본을 파괴하는 재개발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행히도 세운 3-6, 3-2, 5구역에서는 2020년부터 지자체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 민주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중구청, LH, 상인 등의 노력으로 서울산림지식산업센터와 임대상가, 공공임대산업시설 등 제조·유통업 보호를 위한 계획들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계획들이 후퇴해서는 안 되며, 구역에 따라 세입자 대책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가 있어서 영구 임대상가 설치가 시급하며 이미 존재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유통기능, 다양한 노포들을 살려 도시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개선 방안으로서 박 교수는 “서울시는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재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무조건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며, 재개발·재건축시 상인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재정착할 수 있는 공공임대상가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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