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술유출 양형 강화]
특허청-대검찰청 양형기준 정비 공감
올 하반기부터 구체적 개정방안 논의
검찰총장 “中企 기술탈취시 강력처벌”

대기업의 아이디어·기술탈취 피해 사실을 중소기업이 입증하고 대기업의 처벌까지 이끌어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기술탈취 전모를 파악할 자료 대부분을 분쟁 당사자이자 가해 기업인 대기업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한 분쟁 과정을 통해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기술강탈 ‘갑질’을 어렵게 밝혀내기도 한다. 문제는 대기업이 기술탈취 범죄 사실을 인정받더라도 관련 현행법마다 적용하는 처벌 수준이 미약하거나 아예 별다른 처벌 규정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형법상 양형기준 상향 작업에 나섰다. 과연 이번 양형기준 정비가 현행 정부 입법상의 다양한 기술탈취 위법행위 처벌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소기업뉴스>가 양형위원회 개정 동향 현행법상 기술탈취 처벌규정 진단 전문가의 규정 해석 등 3개 섹션으로 정리했다.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2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2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10.6%. 최근 4년 사이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이 내려진 비율이다. 하지만 앞으로 영업비밀 침해범죄 등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 12일에 개최된 제125차 양형위원회에서 영업비밀 침해범죄 등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이 정비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양 기관이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에 제안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가 최종 채택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9기 양형위원회 임기 내에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대폭 정비될 전망이다.

해외선 최대 징역 15년 선고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 정비에 나선 이유는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노리는 해외기업들의 기술유출 시도가 지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만 총 93건이며, 그 피해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까지 고려하면, 기술유출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훨씬 더 막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지만 기술유출 범죄가 지닌 파급효과에 비해 처벌 수준은 미흡했다. 지난 2019~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했다. 2022년에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그쳤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는 미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범죄의 억제와 예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처벌이 필요한 만큼,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해결 필요성에 깊이 공감해 양형기준 정비를 위해 지속 협력했다. 바람직한 양형기준 정비방안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병행 추진하고, 국정원, 산업부, 중기부, 경찰청, 관세청 등과 양형기준 정비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양형기준 정비방안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초범이 많고 피해 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형량의 가중, 감경요소 및 집행유예 판단기준 개정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허청 “양형기준 정비 환영”

개정안은 우선 양형위원회가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특허청, 대검찰청 등 관련 부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수정·보완을 진행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마련된 최종안이 양형위원회에서 의결되면, 개정된 양형기준이 시행에 들어간다. 새로운 양형기준은 시행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양형기준을 정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특허청은 지식재산 주무부처이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소관부처로서, 기술유출 범죄에 적합한 양형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을 끝까지 확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기술유출과 함께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기술유출범죄가 양형위원회에서 양형기준 수정 대상 범죄군으로 선정돼 산업기술 보호가 더욱 두텁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보호에 대해서도 역점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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