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어터’의 역사

‘빛의 시어터’의 옛 이름은 ‘워커힐 시어터’다. 워커힐 시어터는 한국 공연문화 역사의 기념비적인 극장이다. 1963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무대시설과 함께 개관한 워커힐의 ‘퍼시픽 홀’이 그 시작이다.

스테이지쇼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던 당시에 입체감 넘치는 무대 위에서 펼쳐진 ‘하니비 쇼’는 당연 압권이었다. 하니비 쇼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알릴 수 있는 민속공연과 세계 정상급의 외국쇼를 함께 선보인 현대식 엔터테인먼트의 효시다.

마침 1965년 일본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1970년대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매년 치솟았다. 1978년 워커힐 시어터는 ‘가야금 홀’로 재단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관객 수용 규모를 2배로 늘렸고 라스베가스의 쇼 디자이너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세트 디자이너를 영입해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누적 관람객만 962만명을 기록해 공연의 기획·제작·진행 등 모든 면에서 한국 공연문화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된다.

사실 워커힐 시어터는 관광산업의 진흥을 꾀하고 전후 서울을 관광 도시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국가적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 개척자 역할을 자임했다. 현재의 공연문화 콘텐츠가 아이돌 기획공연과 SNS를 통한 빠른 소비문화로 몰입되고 있는 가운데 빛의 시어터는 60년 워커힐 시어터의 DNA를 묵묵히 계승하고 있다. 한국 대중에게는 생소하고 파격적인 ‘몰입형 예술 전시’를 전파하고 있다.

여전히 빛의 시어터는 옛 워커힐 시어터의 샹들리에, 리프트와 같은 무대장치 등 기존 공연장의 공간적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거기에 현대적인 몰입형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국내에 보기 드문 성공적인 문화 재생 공간이다. 대한민국 시어터의 1막이 내리고, 빛의 2막이 올랐다.

- 글: 이권진 기자, 사진 :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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