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행간] 로봇이 소상공인 ‘인건비·인력난’ 돌파구 되려면

최저임금 폭등에 인건비 부담 가중
적자에 채용 기피, 인력난 점점 심화

키오스크 등 무인주문기 도입 급증
요식업계 전반 조리로봇 확산 추세

매장규모 작을수록 로봇도입 한계
로봇 임대료도 영세업체엔 큰 부담

정부 지원사업 적용규모 확대 필요
스마트상점 보조금 대상도 늘려야

서울 강남구 GS25 DX LAB점에서 시범 운행 중인 이리온. GS25는 로봇 전문 스타트업 폴라리스 쓰리디와 손잡고 수도권 9000여개 매장에서 AI 자율주행 서빙로봇 이리온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GS25 DX LAB점에서 시범 운행 중인 이리온. GS25는 로봇 전문 스타트업 폴라리스 쓰리디와 손잡고 수도권 9000여개 매장에서 AI 자율주행 서빙로봇 이리온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1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이종범 대표는 “지금 수준보다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가게 유지 방편으로 서빙 로봇이나 조리 로봇을 도입해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든지 업종별로 구분 적용이라도 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국회 앞 결의대회’ 6월 21일 보도

#2 행사 현장에는 로보아르테의 음식조리 로봇이 치킨을 조리하는 시연부스가 마련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각 테이블에는 치맥과 피자가 올랐다. 대통령이 ‘로봇이 튀긴 치킨’,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화덕으로 구운 ‘고피자’ 등을 직접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 중소기업뉴스 ‘용산 대통령실서 진행된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5월 30일 보도

#3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은 소상공인의 사업장에 스마트기술 도입 시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사업이다. 올해 지원규모는 4400점포 내외로(일반형 4000개, 미래형 400개), 한 달 간 약 1만3000명의 소상공인이 사업에 신청했다. 작년에는 신청자가 많지 않아 12월까지 십여 차례 추가 모집공고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첫 공고만으로 모집 규모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경제TV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북적’ 5월 16일 보도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미트엑스포 2023에서 로봇이 고기를 볶는 시연 장면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린 미트엑스포 2023에서 로봇이 고기를 볶는 시연 장면이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더 올린다고 해서 능사가 아닙니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가게 사장들은 적자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요. 악순환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일부 현장에선 최저시급 1만5000원을 제시하는 곳도 있어요. 실상을 보면 직원은 물론 알바생 구하기가 어려워 궁여지책을 짜낸 거죠. 그래도 사람이 안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외식업계의 인력난이 무척 심각하다. 소상공인은 폭등하는 최저임금에 갈수록 사람 채용을 주저하고 구직자는 식당·카페 등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강남 주요 상권의 대형 레스토랑조차 인력난을 호소할 정도인데 지방 도시의 소규모 가게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지경이다.

실제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데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음식 배달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대부분의 서비스 인력이 배달·택배 시장으로 몰린 탓도 크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시급만 201만580원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6.9%나 오른 1만221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식자재 비용과 가스·전기요금 등 고정비용이 한꺼번에 치솟으면서 현장에선 “코로나 때보다 고물가·고금리가 더 무섭다”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현장 애로를 쏟아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6월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촉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주요 상권의 음식점에선 고객의 주문 접수를 키오스크나 테이블PC 등 무인 주문기로 받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농림부가 최근 전국 3000여곳의 음식점을 조사한 결과 음식점의 무인 주문기 도입 비율은 2020년 3.1%에서 지난해 6.1%로 늘었다.

여기에 식당·카페들이 앞다퉈 서빙·조리 로봇 등 ‘큰 비용이 수반되는’ 푸드테크 장비 도입을 고민하는 것도 결국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자집을 하는 B씨는 푸드테크 확산이 비단 요식업계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엔 당구장, PC카페, 스크린골프장에도 서빙 로봇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며 “조리 로봇 분야도 기존 치킨이나 피자를 넘어 햄버거, 김밥 등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업계가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도 역점을 두는 사항이다.

지난 5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망에서 개최한 2023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체 개발한 조리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망에서 개최한 2023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임재원 고피자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체 개발한 조리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중소기업계 500여명의 만찬 메인 요리가 바로 로보아르테의 ‘로봇이 튀긴 치킨’과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화덕으로 구운 ‘고피자’였다는 점은 이전 중기인 대회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날 행사 현장에는 로보아르테의 음식조리 로봇이 치킨을 조리하는 시연부스가 마련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을 중시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스마트 기술이 소상공인 전반에 보급될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경영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가게 운영 최적화와 각종 고정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해결책’으로 염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푸드테크의 시장 수요자이면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소상공인들은 스마트 장비들을 도입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주문용 태블릿PC도 대당 월 임대료를 꼬박 지불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리 로봇 1대의 월 대여료는 약 100만원, 서빙 로봇은 약 50만원 수준이다.

이들 로봇이 조리와 서빙 이외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과 가게 크기별로 별도의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 등도 소상공인 입장에선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앞서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서빙 로봇만 하더라도 손님과 로봇의 동선을 고려해 테이블 간격을 더 늘려야 하는데, 이는 테이블을 빼야 한다는 소리”라며 “매장 규모가 작을수록 푸드테크 도입이 현실적으로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소상공인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20년부터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원사업의 홍보와 적용 규모는 앞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소상공인 관계자는 “요식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급이 되고 있는 푸드테크 장비가 바로 서빙 로봇인데 로봇 유통업체 3곳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올해 1만대까지 보급한다고 한다”며 “하지만 중기부가 최대 7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 스마트상점 지원사업 미래형(로봇) 대상은 고작 400곳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푸드테크 :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로 식품가공산업, 외식산업, 식품유통산업 등 식품산업과 농림축수산업 등의 연관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접목시켜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술이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 : 키오스크, 웨이팅보드, 로봇 튀김기, 서빙로봇, 매출분석 AI 등의 기술도입을 정부가 지원해 줌으로써 소상공인의 구인난을 해소하고 경영서비스 효율화 등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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