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전증여 실효성 극대화할 법·제도 ‘99%’ 손질
현행 ‘5년’ 연부연납 ‘20년’ 연장은 세부담 해소할 값진 결실
10% 저율과세 구간(30억→300억) 최근 2년새 ‘10배로 상향’
대통령·여야, 中企 육성 마중물로 기업승계제 보완 한목소리
업계 “경제활력 신속 제고하려면 ‘국회 통과’ 시기 앞당겨야”
사후 업종변경 제한 ‘폐지’ ⋅공제한도 확대도 서둘러 도입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9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네차례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으면서 ‘親 중소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정아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9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네차례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으면서 ‘親 중소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정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기업승계 세제개편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었다. 사전증여를 활성화할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서 혁혁한 개정 계획을 이끌어낸 것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필두로 중기중앙회 임직원들은 지난 2007년부터 중소기업계의 숙원과제인 ‘상속세·증여세법’(상증법) 및 조특법과 관련한 현안 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국회와 정부에 끈질긴 개선 건의를 이어가면서 총 11차례의 법 개정을 달성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기업승계 제도 개선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는 중기중앙회는 올해 또 한 번의 법·제도 걸림돌을 걷어낼 개정 법안을 얻어낸 것. 바로 기업승계 사전증여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연부연납 기간’ 및 ‘저율과세 구간’ 확대다.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기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적 반영한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현재 5년에 불과한 증여세 분납기간(연부연납)을 20년으로 늘리고, 증여세 특례세율 대상 범위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계는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가업상속공제와 동일한 20년으로 연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값진 결실로 평가한다.

中企간담회가 개선 ‘결정적 역할’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 방식으로 사전증여를 선호했지만, 상증법상 비현실적인 연부연납 5년 적용으로 사실상 사전증여를 아예 기피하거나 막상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막대한 세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실제 A 법인 중소기업 창업주는 30년 이상 경영한 회사 경영권을 자식에게 사전증여(주식 300억원)를 하게 되면서 2세 경영자가 10억원의 기본공제 이외에 세액 구간에 따라 총 52억원의 증여세를 5년 동안 10억4000만원씩 매년 부담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에 놓였다.

5년 동안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현금으로 내다보니까 해당 2세 경영자는 개인 부동산은 물론 일부 회사 지분까지 되팔아야 하는 ‘사전증여의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승계 현장에선 “고령화 시대 가속화로 사후상속보다 사전증여를 통한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지속하는 것이 중소기업과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관련 법안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결국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기업승계 현장의 애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큰 결정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보다 ‘4배’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증여세 저율과세의 구간도 현행 대비 ‘5배’ 늘리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현행 조특법상 증여 재산가액 10억원 이하는 기본공제가 된다. 이에 따라 10억~60억원 이하는 10% 세율(저율과세)이 적용되지만, 증여가액이 60억~600억원 이하이면 세율이 20%로 높아진다.

정부는 바로 10% 저율과세가 적용되는 재산가액 구간을 10억~60억원 이하에서 10억~300억원 이하로 높여 증여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부연납 기간 20년과 300억원 이하 10% 최저세율 적용으로 앞서 사례를 든 A 중소기업의 2세 경영자는 29억원(290억원 x 10%)의 세금을 20년 동안 매년 1억4500만원씩 분납하면 된다. 현행 5년간 매년 10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기업승계 세부담이 훨씬 경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10% 세율 구간이 현행 60억원 이하에서 300억원 이하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개선 방안이나 중소기업계가 건의한 ‘10% 단일세율’로 재산가액 600억원 한도까지 적용하자는 내용에는 다소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30억원 이하에서 60억원으로 10% 세율 구간을 2배 늘린데 이어 올해 300억원까지 확대된다면 2년 만에 10배 향상된 값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6월 19일 중기중앙회에서 개최된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가 이번 기업승계 제도 개선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해 가업승계(제도) 관련해 큰 진전을 이뤘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며 “자식들이 기업을 이어서 활동하면 상속세 납부를 유예함으로써 계속 기업으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 말을 들어가며 정부에서 (관련 제도 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가장 중요한 현안 딱 한 가지만 건의드리겠다”고 포문을 열고 계획적인 사전승계를 위한 ‘증여세 연부연납 20년’과 ‘10% 단일세율’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추경호 부총리가 정책 반영을 적극하면서 상속·증여 공제한도가 각각 600억원으로 늘어나고, 상속세 연부연납은 20년까지 연장된 것을 비춰볼 때 앞으로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제도 보완을 99%까지 올리기 위해선 중기중앙회와 정책 당국간의 긴밀 소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중앙회, 신속 입법 촉구

정부가 대폭 개선된 기업승계 법률 개정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상증법과 조특법 모두 법률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여야의 신속한 합의를 통한 국회 본회의 통과의 관문이 남은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4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 맞춰 발 빠르게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인 입법지원”을 주문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중기중앙회는 “그동안 비현실적인 제도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들이 계획된 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법제화 등 후속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기업승계 제도 개선은 여야 모두 큰 이견이 없는 법 개정 사안 중 하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도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중소기업 공약에 ‘기업승계 요건 개선’을 방점으로 찍은 바 있다.

속도감 있는 여야 간 협치 당부

기업승계 시 높은 조세부담과 지원정책 부족 등으로 원활히 기업을 이어받기 어려워 우량 장수기업의 폐업과 매각이 적지 않았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메시지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중기중앙회를 직접 찾아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사전 및 사후 요건(관리 기간 및 업종요건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고, 사전증여 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이 계획성 있게 승계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약속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는 “경제정책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얻기까지 수개월에서 1년 넘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기업승계 제도개선이 여야의 이견 없는 개정 사안이라면 국회 본회의 안건 상정까지 속도감 있는 여야의 협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상증법과 조특법 시행령 개정으로도 제도 개선이 가능한 ‘업종 변경 제한요건’은 ‘대분류’로 개선 가닥을 잡았다. 현재는 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은 뒤 사후관리 기간인 5년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을 해야 가업상속공제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제조업(대분류)이더라도 식료품 제조업(중분류) 사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다른 중분류인 음료 제조업을 영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업종 변경 범위를 대분류 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업종 변경 제한이 산업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며 업종 변경 제한 완화(대분류 혹은 폐지)를 건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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