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E-9 비자제 개선
9월 입국하는 인력부터 적용
동일 업체서 2년 이상 근무시
출국절차 없이 계속근무 허용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제도가 큰 폭으로 바뀐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같은 권역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제38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외국인력의 입국 초기 사용자 책임이 없는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사업장 변경에 따른 사용자의 대체인력을 신속히 지원하는 한편, 외국인력이 한 사업장에서 장기근속할 수 있는 유인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원활한 숙련인력 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잦은 이직 따른 해법 제시

이번 대책은 지난해 9월부터 노·사·전문가와 고용부 실무진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의견을 토대로 마련됐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9 비자는 주로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에 발급된다.

정부는 우선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자 변경을 권역별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이들이 사업장 변경을 원하면 지역 제한없이 가능해, 수도권 등으로의 인력 이동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입국 후 1년 이내 최초 배정된 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한 비중 외국인 근로자는 31.5%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잦은 이직으로 또 다시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 활용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 해지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던 기업은 68.0%에 이르렀다.

특히 ‘입국 후 3개월 이내’에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 요구를 했다는 응답이 2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계약해지를 요구받은 중소기업들은 96.8%가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의 계약 해지 요구를 거절했을 때, 외국인 근로자의 대응으로는 ‘태업’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꾀병’(27.1%), ‘무단 결근’(25.0%) 등 기업들은 부당 행위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긍 후 계속 근무’는 12.5%에 불과했다.

사업주에 사업장 변경이력 제공

이 같은 외국인 근로자의 부당 행위에 대한 기업의 조치로 ‘마지못해 계약해지 동의’가 87.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별도 조치 없음’(10.4%), ‘경징계(경고, 감봉, 정직)’(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사업장 변경을 ‘전면 금지’(19.4%)하거나 ‘제한 강화’(41.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들의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입국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도권이나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해당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토록 했다.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 등 세부업종의 경우에는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또 입국 초기 사용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에는 1~2주간의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 없이 바로 외국 인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장의 대체인력 구인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 경우 변경 사유 및 이력 등 정보 제공도 강화한다. 태업 등 근로자 책임에 따른 사업장 변경 이력을 구인 사업주에게 제공한다는 것.

이와 함께 사업장 변경에 관한 예상치 못한 갈등의 예방을 위해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해 사실관계 확인 등을 지원한다.

1년 이상 근무 시 재입국 특례

국내 적응도,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는 한 사업장에서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인력은 최장 4년 10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하고 6개월 후 재입국이 가능하다. 또  4년 10개월 동안 동일사업장에서 근무한 경우에만 1개월 후에 재입국이 가능한 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입국 후 최초로 배정받은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 시에도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다.

아울러 동일사업장에서 일정 기간(2년) 근무할 경우 출국과 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근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외국인고용법 개정도 올 하반기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인구직 미스매칭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입국 전 알선과 근로계약 체결 시에 입국 시 수행할 직무 내용과 사업장, 근로자 직업능력 정보 등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비에 관한 기준도 지역별 격차가 큰 만큼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기숙사를 설치한 자치단체에 사업장별 고용한도를 상향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고용노동부 지침을 통해 숙소비에 대한 징수 상한(월 통상임금의 8~20%)을 설정해 지역 시세를 반영하기 어려운데다 상한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이견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 시세(국토부 제공 지역 내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 등 참조)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숙소비를 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당사자 간 협의를 지원한다.

한편,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시장변화에 맞춰 탄력적 종합적인 외국인력 관리대책을 수립. 추진할 수 있도록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TF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팀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매월 TF 회의를 개최해 외국인력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을 통해 산업현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외국인력 통합관리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면서,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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