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소송은 신사업 통과의례
“매입보다 훔치는게 훨씬 이익”
中企로선 피해사실 입증 난망
제3의 전문기관 도움 따라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 및 회복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 및 회복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은 아직도 중소기업을 수평적 기술협력 관계로 보는 게 아니라 수직적 관계로 봅니다. 부족한 몇 가지 기술 있으면 ‘중소기업 기술을 뺏은 후에 나중에 법적으로 해결하자’고 합니다. 이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 없이 혁신 없다-기술탈취 해결사례 간담회’에서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이와 같이 기술탈취 대기업의 악의적인 전략을 꼬집으며 “그래서 여전히 기술탈취 관행이 자꾸 발생한다”고 일갈했다.

기술탈취 분쟁은 중소기업의 사활을 건 전쟁(법적 소송)을 통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기업은 김남근 변호사의 설명처럼 법적 다툼을 오히려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기술탈취 분쟁 이슈로 언급되고 있는 한 A 대기업의 관계자는 <중소기업뉴스>와의 통화에서 “분쟁 대상인 중소기업이 행정조사를 비롯해 형사소송을 아예 걸지 않고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선 공식적인 법률 시스템 안에서 공방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각종 법률 소송이 하나의 진행 과정처럼 인식될 정도다.

분쟁 당사자인 B 중소기업은 각종 기자회견을 통해 A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고발하고 있지만, 막상 행정조사 신청 등에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B 중소기업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익명의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는 “중소기업이 막상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희박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사회적 여론의 힘을 빌려서라도 분쟁 대기업이 자발적 조치를 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기술탈취 피해 사실을 중소기업이 입증하고 대기업의 처벌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은 좀처럼 쉽지 않다. 기술탈취 전모를 파악할 자료 대부분을 분쟁 당사자이자 가해 기업인 대기업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한 분쟁 과정을 통해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기술강탈 ‘갑질’을 어렵게 밝혀내기도 한다. 문제는 대기업이 기술탈취 범죄 사실을 인정받더라도 관련 현행법마다 적용하는 처벌 수준이 미약하거나 아예 별다른 처벌 규정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엔 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거의 전무한 제도적 허점도 들어간다. 앞서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는 “징벌배상이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고의적 범죄, 불법행위를 해도 피해범위 내에서 나중에 돈만 물어주면 된다”며 “아닌 말로 대기업은 돈을 주고 기술을 매입하는 것보다 훔치는 게 훨씬 값이 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희경 경청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초가 되는 손해액 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여도 및 합리적 사용료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침해 기술에 대한 자산적 가치는 일반 손해배상의 원칙인 전보배상, 즉 수학적, 산술적 산정만으로 평가가 불가능하기에 기술가치 평가기관 등 제3의 전문기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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