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권태신 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협회장
늦어도 내년말이면 종전 예상
폴란드 접경 재건분위기 물씬

지금 안 뛰어들면 주도권 뺏겨
현지에 우리 中企 전방위 홍보
에너지⋅인프라분야 진출 유망

대⋅중기 탄탄한 파트너십 필수
정부⋅금융당국 원팀 지원 시급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6개월째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전후 복구 및 재건 논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규모는 무려 1200조원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7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재건사업에 참여 의지를 밝힐 정도로 한국 정부 역시 천문학적인 재건 시장에 본격 뛰어들 태세다. 하지만 막상 한국의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진출을 준비하려면 민간 영역에서 수시 소통할 창구가 절실하다.

이에 지난 5월 4일 출범한 (사)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협회(KUATI)가 주목받고 있다. 협회는 출범하자마자 조선일보가 5월 15일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의 후원으로 스브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겸 경제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수뇌부를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을 위한 한국과의 산업통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무총리실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거친 권태신 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협회장은 “우크라이나가 단순히 국가를 복구하는 것을 넘어 유럽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영토로 변모하고자 한다”라며 “세계적인 선진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 대·중소기업이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회장과의 일문일답.

  - 대담 : 추문갑 논설실장(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겸 상근이사) 
  - 정리 : 이권진 기자  사진 : 황정아 기자

-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에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일 거 같습니다. 회장님은 언제로 예측하고 계신가요?

빠르면 올해 가을 아니면 늦어도 내년 연말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휴전 협상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크라이나 현지 상점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공무원 월 급여는 단 하루도 지연되지 않고 제대로 지급될 정도로 안정화 추세입니다. 여기에 전후 재건을 위한 세계 각국의 참여와 협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재건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거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협회가 가장 먼저 설립됐는데요. 협회의 설립 배경과 운영계획이 궁금합니다.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기를 원했습니다. 제가 국무총리실장(2009.1~2010.8)과 전경련 상근부회장(2017.2~2023.2)을 할 때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모델을 배우고자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회 고위 관계자들이 자주 방한했습니다. 지난 5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행사를 통해서도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구체적으로 한국 기업인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요. 그래서 우리 협회가 4개 분과별로 나눠서 기업인 간담회를 주선했습니다.

저는 우리 협회의 설립 목적엔 경제 활력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 안보에도 주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UN 참전국들의 도움으로 6.25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10위 경제권이 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경을 힘으로 없애버린 러시아와 그 피해 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란 거죠.

우리나라마저 이 사태를 방관하게 되면 세계 안보는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고 엄포를 하고 있고, 연장선상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을 공격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재건되고, 우크라이나란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입증해 줘야 합니다.

- 말씀처럼 우크라이나 재건의 성공으로 세계 안보라는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여기에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에겐 어떤 기회가 있을까요?

사실상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는 유럽이라는 광활한 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겁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석유를 무기화해 유럽을 위협하는 모습을 우리는 확실히 봤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원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비롯해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 분야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의 문의가 많습니다. 여기에 재건사업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산업 분야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기점으로 해서 유럽으로 나갈 기회가 열린 겁니다. 여기서 우크라이나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라고 봅니다.

- 협회의 역할과 의의도 매우 중요하지만, 회장님께서 국무총리실장과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거쳐 협회장으로 취임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을 했습니다. 저 역시 공군 중위로서 4년 5개월간 복무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방과 안보라는 개념에 대해 누구보다 걱정을 합니다. 북한의 노골적인 위협에 대해 등한시하는 부분도 걱정이 되고요. 한·우크라이나 산업통상협회가 출범 준비를 하면서 마침 저와 같이 경제와 안보를 두루 경험한 사람이 회장을 맡아줘야 한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두말 않고 좋다고 했지요. 일종의 사명감입니다.

-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쟁 종식 이후가 아닌, 지금부터 당장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전에 긴밀한 관계를 맺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재건 사업이 추진될 때 한국에 먼저 요청을 하지 않겠습니까? 오래전 이야기지만 걸프전쟁 이후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재건되는 과정을 보면 미리 관계를 맺은 국가가 주요 재건사업을 선점해 왔습니다. 가장 어려울 때 친구 관계를 맺어야 그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불러줍니다.

또 현재 전쟁 상황은 한쪽 지역에선 정말 무섭게 전쟁을 치러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벌써부터 재건 움직임이 있습니다. 실제 폴란드와 접경된 지역은 재건의 분위기가 이미 무르익었습니다. 국제적으로 보면 이제라도 뛰어들지 않으면, 완전히 주도권과 흐름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 한국의 대기업들은 국제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튼실합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약한데요.

우리 협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회원사는 중소기업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에 우리 중소기업을 소개 시켜주고, 또 어떠한 요구가 있는지 즉각적으로 우리 중소기업에게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 그럼에도 외교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클 듯합니다. 한국이 재건사업에 있어 경쟁국가에 비교해 비교 우위가 있는 유망분야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경쟁국가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는 첫째로 도시개발입니다.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시피 한 고속압축성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로, 항만의 기반시설 구축 후 주요 도심권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도시를 새로 만들어왔습니다. 전쟁 이후 우리 도시는 모두 새로 만든 겁니다. 바로 사회간접자본(SOC) 측면에서 한국 기업만큼 탁월한 DNA를 갖춘 곳이 없습니다.

둘째로 에너지(전력) 분야입니다. 파괴된 전력공급계통을 안정화하고 원자력, 풍력, 변압기 등의 시설물에 대한 요구가 높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대중교통의 전기버스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한국산 전기자동차의 보급과 현지 ESS용 배터리 공장 설립도 우선 협업 분야입니다. 마지막은 생필품입니다. 화장품을 비롯해 치약, 칫솔, 속옷, 양말 등은 당장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필요한 제품들입니다.

- 그동안 발 빠르게 우크라이나 정부와 소통해 오셨을텐데요. 특별히 요청하는 한국의 지원 분야가 있을까요?

특히 한국에 희망하는 분야는 에너지 분야입니다. 구체적인 시설로는 원자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열병합이 있고 에너지 장비로는 원자력·수력용 터빈, 변압기, 태양광패널, 터빈, 자동화 설비 등입니다. 이밖에도 철광석이나 그린 스틸 생산 등도 협력 안건입니다. 이밖에도 선박 건조, 철도 인프라 등도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는 분야입니다.

-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긴밀한 협조가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협력이 필요할까요?

전 부처가 같이 지원을 해야 합니다. 정부 조직 차원에서 오가나이즈(organize) 해야 될 겁니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되고 국토부, 산업부 그리고 금융당국 등이 함께 해야 합니다. 또한 대·중소기업간의 탄탄한 파트너십도 관건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료들의 평균 나이가 30~40대로 진취적이고 혁신적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대·중소기업들이 연대해서 다른 국가 보다 뛰어나고 효율적인 기술과 제품을 보여줘야 합니다.

-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크라이나 진출 설명회도 자주 필요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 협회 주도로 관련 행사도 자주 열 계획이며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와 우리 기업인의 만남도 주선할 겁니다.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많이 좀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한국 정부나 기업에 당부하실 내용이 있을까요?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복원 사업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한국 등 선진국의 새로운 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 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단순한 지원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우크라이나를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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